19일 오전 인천지역 바닷모래 채취업체가 몰려있는 연안부두 인근 남항 일대. 수온주가 영상 6도를 가리키는 비교적 포근한 날씨지만 문을 굳게 걸어잠근 바닷모래 채취업체의 하역부두 현장은 썰렁한 분위기를 넘어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15곳에 이르는 채취업체 모두 정문을 굳게 걸어 잠근 채 공장 가동을 멈추고 있었다. 국토교통부와 해양수산부가 허가 문제를 놓고 기싸움을 벌이는 동안 인천 앞바다 바닷모래 채취가 1년 넘도록 중단되면서 업체들은 심각한 경영난에 빠져들고 있는 형국이다. 이들은 거래 은행에서 추가 대출은 커녕 대출금 회수를 요구하는 바람에 ‘줄도산’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전국 바닷모래 채취업계는 남해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바닷모래 채취가 중단된 지 2년 가까이 됐고, 서해 EEZ에서도 1년 3개월 전부터 중단돼 현재 모든 업체가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어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인천 소재 15개 업체 모두는 직원의 50% 이상을 구조조정했고 일부 업체는 90% 이상 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직원과 직계가족 약 4만여명과 인근 상권을 포함해 10여만명의 생계가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이다.
D업체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이르면 내년 봄이면 채취 허가가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업계는 당장 올 겨울 버티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최근 63명의 직원수를 46명으로 줄였으며 매월 5억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Y 업체는 지난해 80억원을 들여 일본에서 바닷모래 채취선을 구입했으나 사용하지도 못한 채 부둣가에 방치하면서 금융비용조차 갚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고성일 바다골재협의회장은 “연내 바닷모래 생산 재개가 안 되면 대량해고에 이어 줄도산을 피할 수 없다”며 “연내 재개가 되지 않으면 위법을 감수하고라도 전 골재 채취선들을 동원, 일제히 해상시위와 항로봉쇄를 단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바다골재협의회는 지난 9월과 10월 세 차례에 걸쳐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 국회의사당, 김영춘 해수부 장관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 생존권수호 결의대회를 열기도 했다. 결의대회에는 바닷모래 관련 업체뿐 아니라 건설·레미콘업계 등 약 1,000여명이 참여해 절박한 상황을 알렸지만 정부로부터 이렇다 할 해답을 받지 못했다.
정부는 지난해12월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국토부와 해수부 등이 참여한 가운데 ‘국정현안점검 조정회의’를 열어 ‘골재수급 안정화 대책’을 마련·발표했다. 그러나 해수부가 자료 미비 등의 이유로 골재채취에 대한 국토부와의 협의를 번번이 지연시켜 바닷모래 채취가 지금껏 중단되는데 원인을 제공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한편 바닷모래 채취가 장기간 중단되면서 레미콘 가격이 약 3배 가까이 치솟아 현장마다 레미콘을 서로 공급받기 위해 건설사 간 다툼도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공기를 제때 맞추지 못하면 위약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에 ‘동업자 의식’도 실종된 상황이다. /인천=장현일기자 hicha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