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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Why-거듭되는 스타CEO 잔혹사]자만·독선·불통이 기업에 毒...'커버스토리의 저주'

닛산자동차 회생 이끌었던 곤 회장

수많은 내부적 만들며 불명예 퇴진

보그지 장식한 메이어 야후 前CEO

기대이하 실적으로 한순간에 추락

스타CEO들 잇단 부작용 드러나자

美대기업선 재직기간 짧아지는 추세

나델라 MS CEO·아이거 디즈니 회장

시대 변화 대응해 '저주' 비껴가기도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비즈니스 잡지의 표지 모델로 나오는 것은 몰락의 징조다.”

빈사 직전에 몰린 일본 자동차 업체 닛산을 부활시키고 ‘순혈주의’ 일본 재계에 새 바람을 일으킨 ‘신화’의 주인공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 회장이 소득 축소신고 등의 혐의로 일본 검찰에 체포되고 닛산 회장직과 대표권을 박탈당하면서 이른바 ‘커버스토리의 저주’로 불리는 스타 CEO의 잔혹사가 재조명되고 있다.

MIT 슬론경영대학원 교수이자 비즈니스 분야의 대가로 꼽히는 도널드 설 교수가 제시한 개념인 ‘커버스토리의 저주’는 성공한 경영자의 몰락을 예고하는 전조 중 하나다. 커버스토리에 등장할 정도로 언론의 찬사를 받는 CEO는 과도한 자신감이 자만심으로 변질되면서 위험신호를 무시하거나 변화와 맞지 않는 독단적 판단을 내려 기업은 물론 자신까지 망하게 한다는 것이다.

지난 1999년 닛산의 ‘구원투수’로 자본제휴를 맺은 프랑스 르노사에서 날아온 곤 회장의 경우 5개국어 구사 능력과 닛산 실적회복이 보여준 경영력, 외국인 경영자로서는 처음으로 일본 정부 훈장까지 받을 정도의 존재감을 과시하며 일본 내에서 그의 인생을 담은 만화책이 출간될 정도로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았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CEO(타임·CNN)’는 물론 일본에서 ‘가장 결혼하고 싶은 사람’ 2위에까지 이름을 올리는 등 강력한 카리스마를 내뿜던 그는 19년 장기 1인 경영체제가 낳은 독선적 경영방식으로 수많은 내부의 적을 만들며 불명예 퇴진을 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최고의 경영자에서 한순간에 추락한 스타 CEO는 곤 회장 외에도 글로벌 기업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에 앞서 패션잡지 ‘보그’의 표지 모델이 될 정도 빼어난 미모와 함께 ‘수학·컴퓨터 천재’ ‘포춘 500대 기업 중 최연소 CEO’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기업인’ 등 수많은 찬사를 받은 머리사 메이어 전 야후 CEO도 한순간에 ‘전 세계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CEO’로 전락한 대표적 사례다.



그는 미 스탠퍼드대를 졸업하고 구글의 20번째 직원으로 입사해 구글 검색엔진과 캐시카우가 된 구글 애드워즈 개발에 큰 역할을 하며 부사장까지 빠르게 승진했다. 그의 뛰어난 혁신역량에 높은 점수를 준 야후는 경영난 타개를 위해 2012년 37세의 그를 CEO 자리에 앉혔다. 16주의 유급 육아휴직 기간이 보장됨에도 출산 후 단 2주 만에 회사에 복귀할 정도로 열의와 화려한 스타성으로 언론의 관심과 기대를 한몸에 받은 메이어 전 CEO의 실적은 기대 이하였다. 구조조정이라는 명목하에 수익사업을 매각하고 수많은 직원을 해고했으며 30억달러를 투자한 50여건의 인수는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결국 야후는 핵심인 인터넷 사업 대부분을 버라이즌에 48억달러라는 헐값에 넘겼고 메이어는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CEO직에서 물러났다.



전문가들은 메이어나 곤 회장 같은 스타 CEO 몰락의 원인을 그동안의 성공을 기반으로 한 자만심과 과거 성공방식에 대한 집착,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며 회사 내부나 주위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불통의 리더십 등에서 찾는다. 곤 회장을 몰아낸 ‘닛산의 쿠데타’도 오랜 기간 한 사람에게 많은 권한이 집중되면서 내부 반발을 키웠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메이어 역시 능력을 스스로 높게 평가하며 직원들의 목소리나 기존 기업문화에 대한 고려 없이 독단적으로 중요한 결정을 시행하면서 회사 몰락이라는 부정적 결과를 초래했다는 평이다.

이외에도 포춘 500대 기업의 첫 여성 CEO로 주목받았지만 컴팩컴퓨터 인수합병(M&A) 실패, 이사회와의 불화로 물러난 휴렛팩커드(HP)의 칼리 피오리나 전 회장, 오랜 독선으로 대주주들의 집단행동에 쫓겨난 마이클 아이즈너 전 디즈니 회장, 한동안 ‘경영의 귀재’로 불렸던 제너럴일렉트릭(GE)의 잭 웰치와 제프리 이멀트 전 회장도 강력한 카리스마가 오히려 독단과 방만 경영으로 이어져 오늘날 GE 몰락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스타 CEO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최근 미국 대기업에서는 CEO 재직기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리서치 회사 이퀼라의 조사를 바탕으로 지난해 미국 대기업들의 CEO 재직기간(중간치)이 2013년 대비 1년 줄어든 5년에 그쳤다고 전했다. 템플대의 수에밍 루오 교수와 미셸 앤드루 교수는 “CEO들은 임기 초반에는 외부 의견에 개방적이고 위험기피 성향도 약해 가장 효과적으로 직무를 수행한다”면서 “하지만 임기가 길어질 경우 독단적으로 행동하게 되고 이는 결국 기업 실적악화로 이어진다”고 경고했다.

반면 커버스토리의 저주를 비켜간 CEO들도 얼마든지 있다. ‘윈도’라는 과거의 성공경험에 집착하지 않고 과감하게 클라우드 등 시대 변화에 맞는 사업 조정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은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와 디즈니의 가치에 디지털 콘텐츠를 접목해 디즈니를 글로벌 콘텐츠 왕국으로 탈바꿈시킨 로버트 아이거 월트디즈니그룹 회장은 여전히 성공한 스타 CEO로 각광 받는다. 파산 직전의 일본항공(JSA)에 구원투수로 투입된 뒤 1년도 안 돼 기적적으로 경영을 회생시킨 ‘경영의 신(神)’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명예회장 등도 대표적인 사례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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