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2기 청와대를 이끌 노영민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이 8일 “부족함을 경청으로 메우겠다. 어떤 주제든 누구든, 어떤 정책이든 가리지 않고 경청하겠다”고 취임 소감을 밝혔다. 1년 8개월간 청와대를 이끈 임종석 전 비서실장은 이날 후임자를 직접 발표하면서 “기업과 민생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혁신적 포용국가의 기반을 튼튼히 다져야 할 현 상황을 지휘할 최고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2기 청와대 개편의 방점이 ‘경제활력’에 찍혀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로써 임 실장, 한병도 전 정무수석,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 등 지난 대선을 주도했던 ‘신문(新文)’ 개혁 세력은 2선으로 물러났다.
문 대통령은 비서실장에 노 주중대사, 정무수석에 강기정 전 의원, 소통수석에 윤도한 전 MBC 논설위원을 최종 임명했다. 임 전 실장은 “노 신임 실장은 국회에서 신성장산업포럼을 이끌며 만든 산업 경제계를 비롯한 각계 현장과의 풍부한 네트워크가 강점”이라며 ‘경제계 소통 능력’을 인선 배경으로 강조했다. 노 신임 실장은 이에 대해 ‘춘풍추상(春風秋霜)’이라는 사자성어를 언급하고 “비서실에 근무하는 모든 사람이 되새겨야 할 그런 사자성어”라며 각오를 밝혔다.
임 전 실장은 이어 강 신임 정무수석에 대해 “공무원연금개혁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의 타협을 이뤄내는 데 남다른 능력을 보여준 정치인”이라고 소개했다. 강 수석은 “3년여간 (국회)밖에 있으면서 정책이 날것으로 다니며 국민과 충돌하고 국민이 이해를 못하는 것을 봤다”며 “정책에 민심의 옷을 입히는 것이 정무수석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인선과 관련해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집권 3년 차 비서실장은 무엇보다 청와대를 잡음 없이 이끌어가면서 외풍에 흔들리는 대통령의 정책을 효율적으로 뒷받침하는게 중요하다”며 “노 신임 실장이 주중대사 재직 시절 민감한 현안들을 요란하지 않게 처리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여당의 한 의원은 “문 대통령의 뜻을 가장 잘 아는 인물 둘(노 신임 실장, 신임 강 수석)을 통해 개혁에 대한 저항과 비판에 대응하겠다는 취지”라고 분석했다.
특히 3선 의원 출신 두 명이 발탁된 것은 모든 사안이 국회를 통해야 하는 현실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노 실장은 2011년 원내수석부대표로 여야 협상의 최일선에 섰고 강 수석도 2015년 새누리당과 협상해 공무원연금 개혁을 이끌어냈다. 나성린 한양대 교수는 “대통령 측근을 중용해 청와대와 정부 부처의 기강을 다잡아가겠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모든 사안을 틀어쥐는 ‘만기청(靑)람’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친정체제를 구축해 청와대의 힘이 더 막강해질 것”이라며 “지금 필요한 것은 나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더 듣는 것인데 이번 인사로는 기대할 수 없을 것 같다”고 꼬집었다. 한편 청와대는 9일 권혁기 춘추관장 등 일부 비서관 인사를 예고했다. 후임은 유송화 제2부속비서관으로 내정됐다. 신지연 해외언론비서관이 2부속비서관으로 연쇄 이동하며 송인배 정무비서관, 남요원 문화비서관의 후임도 이날 발표될 것으로 전해졌다. 백원우 민정비서관, 조한기 1부속비서관 등 총선 출마 예상자들과 공석인 의전비서관·국정홍보비서관 등에 대한 인사도 이날 또는 순차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윤홍우·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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