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함께 공부 못해" 따돌림에...다문화 고교생 20% 학업 포기

[아픈사회, 우리가 보듬어야 할 이웃] ⑥ 다문화가정- 시선도 교육도 여전히 차별

문화체험 등 단편적 교육 그치고

언어소통 어려움·편견으로 부적응

중학교 학업중단도 일반학생 3배

"다문화 2세 아닌 같은 청소년 인식

정책지원도 수혜적 접근 벗어나야"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 무지개청소년센터가 운영하는 청소년 다문화 감수성 증진 프로그램 ‘다가감’에서 초등학생들이 ‘차별 금지’에 관한 내용을 배우고 있다. /무지개청소년센터 제공=연합뉴스




서울 금천구의 A초등학교. 수업을 마치고 교문을 빠져나오는 고사리손에 신발 주머니를 든 학생들의 재잘거림이 주변을 가득 채운다. 그런데 그 가운데 심심치 않게 낯선 언어가 섞여 있다. “다문화요? 많아요. 한 반에 6~7명은 돼요.”

A초등학교가 있는 금천구는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다문화가정 비중이 높은 곳 중 하나다. 전체 주민등록인구 26만5,597명(2018년 8월 말 현재 기준) 가운데 등록외국인과 외국 국적 동포가 3만2,807명으로 12%를 차지하고 있다. A초등학교만 해도 전체 학생의 20% 이상이 다문화가정 자녀들이다.

이처럼 다문화가정의 비중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선은 여전히 편견과 차별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이 일선 현장의 목소리다.

방과 후 찾은 A초등학교 인근 학원에서는 이 같은 차별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 지역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수학을 가르치는 S학원의 한 관계자는 “학원 내에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없다”며 “언어 문제도 있지만 솔직히 다른 학부모들이 다문화가정 아이들과 섞이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2년 4만7,000명 수준이었던 다문화가정 학생은 올해 12만2,000여명으로 2.6배나 늘었다. 저출산으로 전체 학생 수는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반면 다문화가정 학생은 가파르게 늘면서 전체 학생 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2%에 이른다. 교육부의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특히 초등학생의 증가율이 두드러진다. 전년 대비 3.4% 늘어 중학생(1.4%), 고등학생(0.7%)보다 증가세가 가파르다.

하지만 이들을 배려한 학교 안팎의 교육 시스템은 거의 없다. 그나마 다문화가정 2세의 비중이 높은 A초등학교만 해도 다문화가정 출신 저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한 다문화예비학교·한국문화체험과 한국 학생들을 위한 다문화교육이 전부다.



일선 지방자치단체 다문화지원센터의 한 관계자는 “한국에서 출생한 다문화가정 2세들은 그나마 상대적으로 낫다”며 “외국에서 중도 입국한 다문화가정 2세들은 언어 소통에 어려움이 많은데다 주위의 차별적인 시선 때문에 적응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상급학교로 진학할수록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고등학교 과정을 거치면서 일반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대안학교로 옮기거나 아예 학업을 중단하는 학생들이 급증한다는 것이 일선 학교들의 전언이다. 교육부 등에 따르면 다문화가정 2세 중학생의 학업 중단율은 2%가 넘으며 이는 일반 학생의 3배에 달하는 수치다. 특히 고등학교의 경우 학업 중단율은 이보다 훨씬 높아져 20%를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학업중단의 이유는 대부분 가정형편이나 언어·차별·따돌림 등으로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학교뿐 아니라 가정 역시 우리 사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가정폭력이다. 경찰청이 최근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이후 올 상반기까지 다문화가정 폭력 검거 건수는 3,202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급증하는 다문화가정 2세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을 없애는 것이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양계민 선임연구위원은 “다문화가정 2세를 같은 ‘청소년’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지금까지 다문화가정 2세들에 대한 지원 및 교육 정책은 너무 ‘다문화’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보니 시혜적·획일적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들이 다양한 진로를 모색하고 우리 사회와 어우러질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상용기자 kimi@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