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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 이웃 싫다"…순혈주의에 숨막힌 '또 하나의 한국인'

[아픈사회, 우리가 보듬어야 할 이웃]
⑥ 다문화가정 - 커지는 외국인 혐오증

  • 김상용 기자
  • 2019-01-13 16:53:03
  • 기획·연재
'이민자 이웃 싫다'…순혈주의에 숨막힌 '또 하나의 한국인'
한국 사회에서 다문화 인구 증가는 빠른 속도로 이어지고 있는 반면 이들에 대해 배타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한국인들의 문화지체 현상도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미국의 아프리카인 이주 박물관(MoAD)이 인종차별과 문화편견이 없는 학교 교실 만들기를 위한 홍보물. /사진제공=MoAD

# 지난 2011년 7월의 노르웨이 오슬로. 30대의 한 노르웨이 청년은 오슬로 인근 우퇴위아섬에 자리 잡은 정부청사 인근에 폭발물을 설치하고 근처에 차려진 청소년 캠프에 참여한 학생을 향해 총기를 난사했다. 당시 노르웨이 여당인 노동당의 청년 동맹 여름캠프에 참여한 10대 청소년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방아쇠를 당긴 것이다. 이 사건으로 77명의 꽃다운 청소년들은 이유도 모른 채 생을 달리해야 했고 정부청사 폭발 사고로 온 국민은 불안에 떨어야만 했다. 경찰에 잡힌 범인은 “노르웨이가 이슬람화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집권당이 이슬람인들의 이민을 적극 옹호했기 때문”이라고 범행 배경을 털어놓았다.

노르웨이의 총기 난사 사건 외에도 전 세계 각국에서 문화충돌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2015년에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프랑스 파리 시내에 위치한 주간지 샤를리에브도에 난입, 무차별적으로 총기를 난사해 편집장 등 12명을 살해했다. 이 주간지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풍자 매체로 이슬람교 창시자인 무함마드의 만평을 게재하고 협박을 받으면서도 끊임없이 만평을 실어 테러를 당했다. 이슬람교는 무함마드를 그림이나 동상 등으로 표현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에서 문화 간 충돌이 빚어지면서 한국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경종이 울리고 있다. 특히 베트남과 필리핀 출신의 다문화가정을 바라보는 한국인의 관점이 이제는 소외자를 돕는다는 시혜적인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건전한 다문화 사회가 조성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주노동자 늘어 2050년 다문화 비중 35%” 전망

저출산으로 성장엔진 줄어드는데 여전히 배타적

문화충돌 시한폭탄 우려…“그릇된 인식 제고 돼야”

◇저출산으로 토종 한국인 줄어들어=서울대 조용태·전광희 교수팀이 2005년 보건복지부 의뢰로 시행해 내놓은 연구 결과를 보면 한국인 인구는 오는 2050년 3,400만명을 시작으로 2100년 1,000만명, 2200년 80만명, 2300년 6만명으로 감소한 후 2305년에는 소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한국인의 출산율을 1.10으로 가정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도출됐다. 하지만 최근 통계청이 공개한 출산율을 보면 더욱 심각하다. 지난 2·4분기 출산율이 사상 처음으로 0.97명을 기록, 여성 한 명이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가 1명을 밑돈 셈이다. 조용태 교수팀 연구 결과에 출산율을 1.10에서 0.97로 가정하면 한국인의 멸종 시기는 2305년보다 훨씬 빨라져 대한민국 인구 감소가 가파르게 진행될 것을 예고하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 인구문제연구소의 데이비드 콜먼 교수는 이미 2006년에 최우선 소멸 국가 1호로 한국을 꼽았을 정도다.

'이민자 이웃 싫다'…순혈주의에 숨막힌 '또 하나의 한국인'

◇증가하는 다문화 인구 비중=우리나라의 출생률이 이처럼 저조해 대한민국의 성장엔진이 힘을 잃고 있지만 한국인은 여전히 이방인에 대해 배타적이다. 특히 베트남 등 우리나라보다 경제상황이 뒤처지는 국가 출신의 다문화가족에 대해서는 더욱 심하다. 한국인의 혈통인 ‘우리’와 다른 나라 부모와 피가 섞인 ‘그들’과 선을 그으면서 차별을 시도하고 있는 현실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저출산 문제가 지속되는 한 현재의 출산율로는 대한민국의 경제를 지탱할 수 없는 현실이다. 실제 국제통화기금(IMF)이 2015년에 내놓은 대한민국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 한국 사회의 다문화 인구 비중은 35%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외국인 주민(2016년 11월 기준) 규모가 176만명으로 전체 주민등록 인구의 3.4%를 차지하는 것을 감안하면 불과 30년 후에 10배 이상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양계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외국인 주민이 176만명이라는 것은 대전광역시 인구와 비슷할 정도로 현재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또 앞으로 외국인 비중이 35%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다문화 인구와 가정에 대한 시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한국 사회는 경기침체 우려와 노동시장의 위축으로 반(反)다문화 정서가 강해지고 있어 사회 문제로 커질 우려도 크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도 다문화 화약고가 될 수도=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대한민국 역시 다문화 가족과 가정에 대한 배타적인 태도로 언제든지 문화충돌이 빚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가족부가 2015년에 실시한 다문화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100명 중 31명은 ‘외국인 노동자와 이민자를 이웃으로 삼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또 문화 개방성 등을 산출해 계산한 한국인 다문화 수용성 지수는 100점 만점에 53.95점에 그치고 있다. 청소년들 사이의 갈등도 표면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해 한국 사회에서 다문화인과 다문화가정을 바라보는 시각이 인구 증가라는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이른바 문화 지체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미 2008년에 다문화가족 지원법이 제정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일반 국민들의 인식은 뒤처져 있다는 진단이다.

박성춘 서울대 교수는 “한국에서 만약 사회적 갈등이 벌어진다면 갈등의 진원지는 다문화인과 토종 한국인 간의 갈등이 될 것”이라면서 “현재 한국의 다문화 인구 증가 비율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상황인데도 국민들은 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김상용기자 kim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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