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발효된 아시아·태평양무역협정(APTA)과 관련 ‘통과선하증권’을 제출하지 않았더라도 특혜 관세 적용을 무조건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통과선하증권이란 원산지 세탁을 방지하기 위해 제3국을 거치지 않고 제조지에서 국내까지 직접 운송했다는 사실을 증빙하는 서류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신발류 수입·판매업체인 A사가 서울세관장을 상대로 낸 관세 등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고 23일 밝혔다.
A사는 2011년 10월, 2012년 3월 중국에서 생산된 신발 등을 홍콩을 경유해 수입했다. 이 과정에서 APTA에 따른 협정관세율을 적용해 수입신고를 마쳤다. 그러나 서울세관은 사후 심사에서 해당 수입물품이 APTA 비참가국인 홍콩을 경유해 운송됐음을 확인하고 관세와 부가가치세 3,553만원을 더 내라고 처분했다. APTA 원산지 확인 기준 등에 관환 규칙 제8조 3항에는 직접운송으로 간주되기 위해서는 ‘수출참가국에서 발행된 통과선하증권’을 제출해야 할 서류로 규정한다.
1·2심은 “관련 규칙에 따라 통과선하증권 등 4개 필수 서류를 제출한 경우에 한해 APTA 협정관세율을 적용하는 게 타당하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반면 대법원은 “통과선하증권 미제출만으로 협정관세율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주문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통과선하증권 인정 기준에 관해 운영절차, 규칙, 법령 어디에도 규정을 두고 있지 않는 데다 미제출 시 협정세율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명시적 규정도 없다”며 “물품운송은 해상뿐 아니라 육로·항공으로도 이뤄지는데 협정 취지가 통과선하증권이 아닌 다른 증명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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