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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 경사노위 참여 대회] "투쟁" "대화" 내부갈등 심화...사회적 대화 참여해도 살얼음

대의원 1,000명 참석 역대 최다

산하 최대 금속노조·노동전선 등

"대정부 투쟁 결의" 목소리 커

文 노동존중사회 청사진 가시밭

"투쟁·교섭 병행" 지도부도 골머리

28일 오후 서울 강서구 KBS아레나홀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 여부를 경정하는 정기 대의원대회를 열었다. 건물 입구에서 공공운수노조원 등이 경사노위 불참 집회를 열고 있다./이호재기자.




“경사노위 참가 말고 투쟁하자.” “문재인이 책임져라. 문재인이 책임져라.”

28일 오후2시 민주노총의 67차 대의원 대회가 열린 서울 강서구 KBS아레나홀은 투쟁 구호로 넘쳐났다. 민주노총 내 단체인 노동전선의 김형계 대표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자본과 정권이 쳐놓은 덫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사정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사노위 참여를 반대하는 민주노총 내 정파들은 “결국 타협과 양보를 강요받을 것”이라며 “경사노위 불참과 대정부 투쟁을 결의해야 한다”는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이날 오후11시를 넘겨서까지 이어진 격론에서 민주노총 산하 정파들은 정부의 탄력근로제 확대 철회,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무조건 비준 등을 전제로 한 조건부 불참·참여안을 내놓았지만 모두 부결됐다. 민주노총이 경사노위에 참여해 사회적 대화가 복원돼도 노총 안팎에서는 언제든 다시 깨질 수 있는 불안한 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노총은 이날 대의원 1,270명 중 977명이 참석한 가운데 정기 대의원대회를 열고 경사노위 참여 안건을 논의했다. 지도부는 지난해 경사노위 참여를 결정했지만 이를 확정하기 위한 10월 임시 대의원대회는 내부 반발로 개최조차 하지 못했다. 이번에도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가 무산되면 정부가 설계한 사회적 대화의 청사진이 깨질 수밖에 없다. 김명환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노총 지도부의 리더십도 치명타를 입는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대의원 수가 지난해 대회보다 약 300명 늘면서 경사노위 참여안 가결을 기대했다. 지난해 민주노총 조합원이 71만명에서 85만명으로 대폭 증가한 만큼 대의원도 정파색이 옅어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의원은 조합원 500명당 1명이다. 이달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김명환 위원장과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을 청와대로 불러 면담하며 경사노위 참여를 당부한 것도 지도부에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임시 대의원대회를 저지했던 민주노총 내 투쟁파 세력은 강력한 영향력을 재확인했다. 경사노위 참여에 반대하는 금속노조 소속 민주노총 대의원은 약 350명에 달한다. 금속노조는 이달 19일 ‘조건부 참여’를 담은 수정안을 내놓았다. 정부가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철회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 등 철회 △노조법 개악 철회 및 ILO 핵심협약 비준 △노정교섭 정례화를 우선 결단해야 경사노위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정부와 사용자 측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에서도 사회적 대화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민주노총이 경사노위 참여를 결정해도 내부 반발에 휩쓸려 언제든 판을 깨고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중앙집행위원인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최근 민주노총 활동가 토론회에서 “경사노위는 반드시 참여해야 하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이 아니다”라며 “주어진 상황과 맥락에 따라 참여할 수 있고, 또 불참할 수 있다. 지금 문재인 정부는 규제프리존, 제주 영리병원 등 박근혜 정권도 하지 못한 것들을 한 번에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민주노총 위원장의 ‘묻지마 참여’ 태도는 매우 위험해 보인다. (경사노위에서) 민주노총이 전략과 전술이 부재한 가운데 의제 주도성을 가질 수 없다. 현재는 불가피하게 싸워야 할 시기”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이미 20년 가까이 경사노위와 그 전신(노사정위원회·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 불참해왔다. 민주노총은 IMF 외환위기 시절인 1999년 2월 대량 구조조정·정리해고에 반발해 전해 1월 출범한 노사정위를 떠났다. 이후 노무현 정권의 유화 제스처에 호응해 2004년 9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사회적 대화 복귀를 위한 대의원 대회를 거듭 열었지만 소득이 없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지난해 1월 양대 노총, 정부, 사용자 단체가 오랜만에 사회적 대화 재개에 합의했지만 5월 국회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법안을 통과시키며 민주노총은 또다시 불참을 선언했다.

민주노총이 이번에도 경사노위 참여 결정을 내리지 못하면 현 정부가 노동존중사회를 위해 마련한 사회적 대화의 판 자체가 흔들린다. 정부는 탄력근로 확대, ILO 핵심협약 비준 문제부터 국민연금 제도 개선, 대·중소기업 양극화 해소 방안까지 주요 현안을 경사노위에 맡겼다. 경사노위는 민주노총 없이도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지만 85만명에 이르는 민주노총의 영향력을 무시하기 어렵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민주노총 산하 노조는 자동차·철강·조선 등 부진을 겪고 있는 주력 산업에 상당수가 몰려 있다”며 “민주노총이 빠진 채 마련된 경사노위의 합의 결과를 현장 노조에서는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경사노위 참여 불발은 현 민주노총 지도부에도 치명상이다. 철도노조 위원장 출신인 김명환 위원장은 금속노조 등 민주노총 산하 강성 노조를 휘어잡는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투쟁 성향의 정파가 민주노총 전면에 나서면 노사정 갈등이 더욱 깊어져 주요 현안 처리에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종혁·변재현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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