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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자화자찬'으로 끝난 국민연금 토론회

김상훈 시그널팀 기자

김상훈 시그널팀 기자




31일 국회에서는 ‘국민연금 기금운용 위기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덜컥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10년 만에 국민연금이 국민의 노후자금을 까먹었을 수도 있는 상황. 그럼에도 더 내고 더 받자는 등의 제도개편안에, 그리고 ‘탈법’ 기업인 한진그룹의 버릇을 고치겠다는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지침) 적용 논란에 밀려 경종을 울리는 이 하나 없던 이슈였기 때문이다. 되레 주무부처인 보건보지부의 박능후 장관은 ‘상대적 선방’이라는 안일한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보건복지위원회 여당 간사)은 “외부 상황이 안 좋았기 때문에 수익률이 감소한 것을 당연하다고 받아들일 순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해외투자 비중을 늘려야 하는 데 650조원을 굴리는 국민연금의 해외사무소가 뉴욕, 런던, 싱가포르에만 있는 현실도 지적했다. 다소 사회적 논쟁을 무릅쓰고서라도 최고의 실력을 가진 운용역을 확보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찬물을 끼얹은 것은 기금운용 당사자인 국민연금이었다. 주제발표에 나선 원종현 국민연금연구원 부원장은 국민연금의 성과를 두고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타 연기금과 비교했을 때 연간 수익률의 변동 폭도 작고 투자 리스크를 제거한 ‘무위험 수익률(Sharpe Ratio)’로 따지면 성적이 되레 워렌 버핏보다 좋다는 게 근거였다. 바통을 이어받은 토론자 안광원 카이스트 교수는 “기금운용 아주 잘하고 있다”며 한 술 더 떴다.



기자처럼 낯이 뜨거워서였을까. 토론 좌장이었던 이준행 서울여자대학교 교수가 “너무 잘했다는 얘기만 나온다”며 제동을 걸었다. 토론을 이끄는 사회자의 입에서 듣기 힘든 말도 내놨다. 이 교수는 “1년 주기 변동성 수치로 안정적이라고 하는 것은 수치가 주는 착시현상”이라며 “어느 세대가, 어떤 계층이 부담하느냐를 결정하는 제도 개편안은 제로섬 게임이지만 수익률을 높이는 것은 국민연금의 전체 파이를 키울 수 있다”고 꼬집었다.

결국 이날 토론회는 국민연금 각본·주연의 ‘짜고 치는 고스톱’ 모양새로 허망하게 끝이 났다. 이날 토론회에서 잠깐 나온 야구 비유에 빗대 본다. 홈런도 잘 치면서 삼진도 덜 당하고, 안타도 많이 치는 타자가 흔하진 않다. 때문에 전략을 짜는 게 감독이고, 구단주인 국민은 국민연금에 그 역할을 맡겼다. 성적이 바닥을 기는 데도 그나마 선방했다는 변명을 듣고 수긍할 국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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