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 인근 이면도로에 위치한 한 A 다가구 주택(대지면적 342.8㎡·약 104평)의 지난해 공시가는 25억 원이었다. 바로 옆 단독주택이 2017년 9월 3.3㎡(평)당 1억 700만 원에 거래됐다. 이에 비춰보면 A 주택의 당시 시세는 100억 원 안팎이다. 그럼에도 이듬해 A 주택의 공시가격은 25억 원으로 산정됐다. 같은 해 반포아크로리버파크 전용 168㎡ 아파트의 공시가는 28억 5,600만 원이었다. 당시 시세는 40억원 안팎이었다. 이 집주인은 100억원이 넘는 단독주택 소유자보다 더 많은 보유세를 냈다.
형평성에 큰 문제가 있었다. 조세 목적으로 활용되는 공시가가 100% 시가일 필요는 없다. 다만, 부동산 유형별로, 가격대별로 시세와 괴리가 커서는 안된다. 위 사례처럼 조세 형평성이 어긋나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형평성 제고를 위한 정부의 공시가격 인상 정책의 방향 자체는 옳다. A주택의 공시가는 올해 64억 9,000만 원으로 상향됐다. 같은 가격 대의 아파트에 비해 터무니 없이 낮은 보유세를 내온 불합리는 사라졌다.
그러나 정부의 공정 과세의지는 고가·고가 토지에 대해 ‘핀셋 증액’으로 이어지면서 또 다른 형평성 논란을 낳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시세 15억 원 초과 단독주택 중심으로 공시가격의 현실화율을 우선 높이고 특히 ‘초고가 주택’에 대해서는 아파트 수준까지 한번에 끌어 올렸다. 단독주택의 시세 반영률은 51.8%, 아파트는 68.1%다. 즉 초고가 단독주택은 시세의 70%선, 15억 원 이하의 일반 주택은 50%로 공시가를 매겼다는 얘기다. A 주택은 10억짜리 주택에 비해 시세 반영률이 20% 포인트 높은 새로운 불합리함이 생겨났다. 최근 발표한 표준지 공시지가도 1㎡당 2,000만 원 이상 고가토지는 시세 반영률을 70%까지 높였다. 평균(64.8%)보다 높다.
결국 단독주택은 15억 원, 땅은 1㎡당 2,000만 원을 기준으로 시세반영률이 평균 이상으로 올랐다. 초고가 주택과 고가토지의 기준의 근거는 딱히 없다. ‘일반’ 집·토지에 대한 현실화율은 “점진적으로 개선하겠다”고만 했을 뿐 구체적인 방향은 없다. 이쯤 되면 다음 달 사전고지될 아파트 공시가격은 얼마짜리 ‘고가 아파트’부터 우선 현실화할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현실화율을 도구 삼아 공시가격을 임의대로 조정하는 관행이 계속된다면, 부자 감세 기조의 정부가 들어 섰을 땐 고가 주택에 대한 형평성이 떨어진다면서 ‘핀셋 감액’을 할 수도 있다. 근본적으로 공시가격 산정에 투명하고 합리적인 결정 과정이 필요하다. 어떤 정권이 들어와도 형평성이라는 잣대가 일관되게 적용되도록 제도적인 ‘대못’을 박았으면 한다. /has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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