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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근로땐 11시간 연속 휴식 의무화…사회적 대화 첫 성과

단위기간 6개월→임금보전→요건 완화 '패키지 합의'

'체급' 높여 막판 협상…정부 중재 노력 빛발해

靑 "환영" 속 공은 국회로…민노총 "개악" 여전히 반발

이철수(오른쪽 두번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장이 19일 서울 새문안로 경사노위 회의실에서 열린 전체회의를 주재하며 미소를 짓고 있다./성형주기자




“가보지 않은 길이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이제 노사 문제는 발전적 진보로 나아갈 것이다.”(손경식 경총 회장) “사회적 대화가 활성화하는 출발점에 섰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19일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에 합의한 후 노사정 대표들이 내놓은 일성이다. 파행 위기 속에서도 노사가 큰 문제부터 작은 문제까지 차례차례 양보하며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이어가면서 사회적 대화의 첫 성과를 도출했다는 감회가 어려 있다. 애초 노동계에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이뤄진 논의였던 탓에 경영계 입장에서 득(得)보다 실(失)이 많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향후 최저임금 결정체계 논의 등 산적한 노동 현안과 관련해 노사가 양보를 통해 합의를 이뤄낼 수 있다는 점에서 ‘시금석’이 되는 합의로 평가된다.

◇단위기간 6개월, 임금보전·건강권·도입요건까지 패키지 합의=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이번 합의는) 우리나라 사회적 대화에서는 처음이고, 세계적으로도 이런 구체적인 수준에서 노사가 합의한 사례는 드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전날까지 ‘합의가 안 되거나 피상적 수준의 합의 정도에 머물 것’이라고 했던 예상을 뒤엎고 세세한 부분에서 합의를 이뤘다. 우선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이 현행 최장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된다. 현재 법정 근로시간은 연장근로를 포함해 52시간인데 탄력근로제는 일정 기간의 근로시간을 주 64시간(12시간 가산)으로 늘리고 해당 기간만큼 다른 기간에 40시간(12시간 감산)을 일해 단위기간 동안 평균 52시간으로 맞추는 것이다. 이에 따라 근로시간 연장 기간을 앞뒤로 붙여 64시간 동안 일하는 기간을 최대 6개월까지 확대할 수 있게 됐다.

노동계가 우려했던 ‘임금 저하’에 대해서는 보전수당·할증 등 보조적인 방안을 마련해 고용부 장관에게 신고하도록 했으며 신고하지 않은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으로 합의점을 찾았다. ‘과로 방지 및 건강권 보장’에 대해서는 근로일간 11시간 연속 휴식시간을 의무화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럼에도 각 사업자의 특성을 고려해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 합의가 있는 경우에는 이에 따르기로 했다. 사용자 측이 양보했다.

노동계도 막판에 사용자 측의 ‘스몰 딜’에 호응했다. 사용자 측은 현행 탄력근로제 도입 요건이 엄격하다면서 유연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로자 절반 이상이 가입된 노조의 동의’가 아닌 개인별 합의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주장했지만 대신 현재 근로일별 근로시간을 사전에 확정해야 한다는 기준을 주별로 정해야 한다는 방식으로 가닥을 잡았다. 사업주가 업무 일정을 짜기가 곤란하다는 의견을 수용한 셈이다. 한국노총 측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결국 협상이 성사됐다.





◇‘체급’ 높여 막판 협상…정부 중재 노력 빛 발해=탄력근로제 합의가 극적으로 이뤄진 것은 노사정 간 양보가 주효했다. 협상 마감시한이었던 전날 마라톤 협상에도 결론이 나지 않자 ‘합의 파행’ 가능성이 높아졌고 경사노위는 시한을 하루 연장했다. 경사노위는 이날 오전부터 김용근 경총 상근부회장, 이성경 한국노총 사무총장, 임서정 고용부 차관이 참여하는 ‘고위급 협의체’를 구성해 탄력근로제 문제를 논의했다. 기존 노동시간제도개선위는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실장, 김경선 고용부 근로기준정책관으로 구성돼 있어 ‘체급’을 높여 합의를 이뤄보겠다는 취지다. 이 논의에서 정부 측은 “경사노위 출범의 의미를 국민들이 알아야 한다”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노총도 이날 오후2시에 열린 중앙집행위원회에서 경영자 측의 상황을 이해하고 일정 부분 양보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외버스 기사가 가입된 자동차노련 측에서 “부산에서 서울만 왔다 갔다 해도 8시간 걸린다”며 “우리는 1년 내내 탄력근로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막판 민주노총이 ‘정부가 주도하는 협의에 동조했다’며 공격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합의가 우선’으로 방향을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로 넘어간 공…민주노총 반발 속 빠른 입법 가능할까=청와대는 이날 노사정 합의에 고무된 분위기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탄력근로제 합의에 대해 “경사노위가 새로운 사회적 대화 기구로 탄생한 지 채 석 달도 되지 않아 우리 사회의 중요한 현안이자 난제를 해결한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라며 “타협과 양보의 정신을 통해 우리 사회가 새로운 길로 나갈 수 있음을 보여준 이정표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탄력근로제 개편은 국회 입법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간사는 “노사가 큰 결단을 이뤄서 합의해주신 만큼 국회가 입법을 잘하는 것이 국회에 맡겨진 숙제”라며 “노사정 합의안인 만큼 잘 입법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국회 입법과정에서 ‘장외투쟁’을 계속하고 있는 민주노총의 태도가 걸림돌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노총은 “이번 합의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뿐 아니라 노동시간 확정을 노동일이 아닌 주별로 확장하는 등 노동시간 유연성을 대폭 늘린 명백한 개악”이라며 “다음달 6일 총파업 총력투쟁을 보다 강력하게 조직해 탄력근로제 개악 야합을 분쇄하겠다”고 주장했다.
/변재현·한민구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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