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4분기 소득분배 지표가 최악으로 고꾸라졌다는 결과가 나오자 정부는 21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개최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과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강신욱 통계청장,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 등이 참석했다. 정부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분배 상황이 개선될 수 있도록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정부 정책의 집행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근본적인 원인 진단은 현실과 동떨어진 모습이었다. 정부는 1분위 소득이 감소하고 분배가 악화한 첫 원인으로 고령 가구 증가 등 구조요인을 꼽았다. 빈곤 노인층이 1분위 계층에 많이 진입하면서 1분위 소득이 감소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고용이 부진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은 두 번째였다. 마지막으로는 2017년 4·4분기 양호했던 1분위 소득에 따른 기저효과를 원인으로 제시했다. 2017년의 소득이 워낙 잘 나왔던 탓에 지난해 1분위 가구 가계소득이 상대적으로 크게 감소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진단을 두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는 비판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는 “일반적으로 4·4분기는 1년 중 그나마 소득분배 지표가 좋은 시기인데도 상황이 이렇게 안 좋다는 것은 정부 정책이 실패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며 “지금이라도 현실을 인정하고 경제정책 수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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