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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이준식 독립기념관장 "식민지근대화론은 본말전도..산미증식·인프라투자는 日 전쟁용"

일제통계 통치 정당화하려는 것

광복군 총사령관인 지청천 장군의 외손자인 이준식 독립기념관장이 3·1독립만세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최근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3·1운동이 민주공화정인 대한민국의 모태가 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사진=권욱기자




이준식(63·사진) 독립기념관장은 3·1독립만세운동 100주년을 앞두고도 여전히 근절되지 않는 ‘식민지근대화론’에 대해 따끔한 일침을 가했다. 오늘날 정치적 민주주의와 평등사상은 독립운동 세력이 추구하고 만들어낸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우선 식민지근대화론이 근절되지 않는 원인부터 꼬집었다. “이제는 좀 자유로워지고 있지만 우리 사회 주류 기득권 세력 중 친일파 후손이거나 후계자가 많습니다. 문단에 친일 문인의 제자가 얼마나 많습니까. 문화·예술계와 학계도 그렇죠. 이병도만 건드리면 난리가 나요. 경제계나 법조계도 마찬가지고요.” 광복 후 친일파 청산이 안 돼 기득권이 대물림돼왔다는 것이다. 독립운동사를 연구하는 학자가 부족하고 근·현대사 교육이 부실한 것도 식민지근대화론이 기생할 수 있는 토대라고 했다.

그는 식민지근대화론자들이 “학교·도로·철도·공장을 많이 세우고 생산성이 높아졌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일제 통계는 자신의 통치를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라 객관적으로 믿기 힘들죠. 그나마 일본인 소득이 느는 반면 조선인은 점점 못살게 돼 정든 고향을 버리고 만주로 많이 떠났잖아요. 일제로 인해 경제가 성장하고 근대화됐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입니다.” 일제가 산미증식계획으로 한반도에서 쌀을 대거 수탈한 것처럼 투자 자체가 경제 잉여를 독점하는 한편 태평양전쟁의 후방기지로 쓰기 위한 것이었다는 지적이다. ‘1960년대 이후 경제성장도 일본이 인프라를 잘 만들어놨기 때문’이라는 식민지근대화론자들의 주장도 당시 인프라와 중화학 공장은 북쪽에 들어섰는데 그 논리라면 북쪽이 훨씬 잘살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일제 말 수백만명의 우리 동포를 군인, 공장·광산 노동자, ‘일본군 위안부’로 강제동원해 수많은 사람이 죽고 지금도 그 아픈 삶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 사할린동포와 자이니치의 고난의 삶도 계속되고 있다”며 “그런데도 일본이 잘살게 해줬다는 말을 어떻게 할 수 있느냐”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이 땅에 도입하고 이식한 게 근대화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주의도 일본 식민통치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억지를 부리는데 당시 일본이 정치적으로 민주주의 체제였나요. 사회적으로 차별이 가장 심한 나라였어요. 1930년대까지도 황족·화족·평민·부락민으로 나뉜 신분제가 남아 있었죠. 일본은 전혀 민주주의가 아니었어요.” 그는 이어 “조선 후기부터 대한제국까지 근대적 개혁을 시도하다가 일제한테 강제점령을 당해 스스로 근대개혁의 기회를 놓쳤는데 일제가 근대화시켰다는 얘기는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독립운동을 하신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분들이 꿈꾼 나라에 대해 설명했다. “이 땅에 민주주의가 정착된 것은 독립운동 세력 덕이죠. 대한민국 임시정부만 해도 이름과 민주공화국 체제를 물려주셨죠.” 독립운동가들이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놀랄 정도로 자유·평등사상을 추구했다는 것이다.

“독립운동은 공기에 비유할 수 있어요. 독립운동이 없었으면 대한민국이 없는데 그것을 잘 느끼지 못할 뿐입니다.” /천안=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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