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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 '英을 구한 전투기' 스핏파이어

'K 5054' 1936년 시험비행





1936년 3월5일 오후4시35분, 영국 남부 사우샘프턴 이스틀리 공군기지. 하늘색으로 도색된 비행기 한 대가 하늘로 치솟았다. 영국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로 비커스사가 개발한 ‘K 5054’ 시제기의 초도 비행이었다. 8분간의 시험비행을 마친 조지프 서머스 비커스사 수석 테스트 파일럿은 이렇게 말했다. “무엇 하나 고칠 것이 없다. 완벽하다.” 막상 수요자인 영국 공군은 고민에 빠졌다. 4개월 전 시험비행한 후보기 K 5083이 성능은 조금 떨어져도 훨씬 저렴했기 때문이다.

고민하던 영국 공군은 둘 다 주력전투기로 채용한다는 결단을 내렸다. 고성능의 K 5054를 소량 도입해 ‘하이(high)’ 전력으로 운용하고 가성비가 뛰어난 K 5083을 보다 많이 배치해 ‘로(low)’ 전력으로 삼았다. 영국 공군 전투기로 정식 납품되면서 비커스사의 K 5054는 ‘스핏파이어’, 호커사가 제작한 K 5083은 ‘허리케인’이라는 이름을 각각 얻었다. 두 전투기는 이름처럼 독일 공군에 태풍 같은 불을 토해냈다.



유럽 대륙을 석권한 독일이 1940년 여름 공군력을 대거 동원해 폭격에 나설 즈음 객관적 평가는 독일의 우세. 독일은 빠르고 강력한 전투기(Bf 109)를 2,000대 가까이 보유한데다 스페인 내전에서 실전 경험을 쌓은 조종사도 많았다. 개전 이전 독일은 영국 공군의 전투기가 300대에 불과하다는 첩보를 믿었다. 독일의 기대는 영국인들의 처절한 저항으로 빗나갔다. 1940년 7월부터 10월 말까지 펼쳐진 영국본토항공전(Battle of Britain)에서 영국 공군은 숨겨뒀던 700여대의 전투기로 무적 독일을 물리쳤다.

폭격기는 허리케인이 요격하고 호위전투기 Bf 109는 스핏파이어가 처리하는 방식에 독일 공군은 전력의 절반 이상을 잃었다. 다른 비밀 병기도 있었다. 수많은 철탑과 전선으로 연결된 레이더망이 침투 경로와 시간을 정확하게 예측해 필요한 때 필요한 만큼의 전투기를 출격시켰다. 결국 독일은 영국 폭격을 포기했다. 비커스사는 1948년 생산 종료 시점까지 24개 파생형 2만351대의 스핏파이어를 뿜어냈다. 연합군 전투기 중 최대 생산기록(통계 신뢰도가 떨어지는 소련 제외)도 갖고 있다. 스핏파이어에는 ‘조국을 구한 전투기’라는 영예가 붙었지만 영국의 진짜 승인은 따로 있다. 전투기 생산량이 독일보다 3배 많았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투키디데스는 이렇게 말했다. “전쟁의 승패는 축적된 자본의 힘에서 갈린다.”
/권홍우선임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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