샷에 관한 한 ‘마법사’ 소리를 듣는 필 미컬슨(49·미국)이 멋쩍은 ‘몸 개그’로 화제가 됐다.
8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베이힐 골프장(파72·7,419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아널드파머 인비테이셔널(총상금 910만달러) 1라운드.
미컬슨이 10번홀(파4)에서 때린 티샷이 왼쪽으로 휘어져 코스와 주거지의 경계인 그물 아래에 떨어졌다. 왼손 골퍼인 미컬슨은 그물 때문에 정상적인 왼손 스윙을 할 수 없게 되자 벌타를 받고 구제를 받는 방법 대신 오른손 스윙으로 그물을 넘기기로 결정했다. 아이언 클럽을 돌려 잡은 그는 힘껏 오른손 스윙을 했고 임팩트 후 볼의 궤적을 쫓기 위해 시선을 공중으로 옮겼다. 하지만 그물에 맞은 볼은 거의 제자리에 머물렀다. 뒤늦게 볼이 날아가지 않은 것을 알아차린 미컬슨은 눈 아래 있는 볼을 발견하고는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이 장면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퍼져 나갔고 골프 팬들은 “골프는 어려워” “유명한 장소가 되겠네” 등의 장난기 섞인 글을 남겼다.
미컬슨은 경기 후 “117야드 정도 남은 상황이었는데 9번 아이언으로 그린까지 보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볼이 제대로 맞았다고 느꼈는데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재미있는 점은 미컬슨이 골프만 왼손으로 치는 오른손잡이라는 사실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스윙을 따라 하며 골프를 배운 그는 ‘거울효과’ 때문에 왼손 스윙을 하게 됐고 이후로도 바꾸지 않았다.
결국 그물에 맞은 볼은 아웃오브바운즈(OB) 지역에 놓였다. 1타를 허비하고 1벌타까지 보탠 미컬슨은 네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린 뒤 2퍼트로 홀아웃해 더블보기를 적어냈다. 구제받는 과정에서 새롭게 바뀐 규칙의 덕을 보기도 했다. 종전 룰에 따랐다면 미컬슨은 볼이 놓인 지점에서 드롭을 해야 했지만 개정된 규칙은 한 클럽 길이에서 드롭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전반에 3타를 줄였던 미컬슨은 이 홀 부진에도 이후 13번(파4), 16번(파5), 18번홀(파4)에서 버디를 추가해 4언더파 68타, 공동 3위에 자리했다. 6년 만에 아널드파머 인비테이셔널에 다시 출전한 미컬슨은 지난 1997년 이후 22년 만의 이 대회 두 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강성훈(32)이 3언더파 공동 8위로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은 순위에 올랐고 임성재(21)가 1언더파 공동 33위, 안병훈(28·이상 CJ대한통운)은 이븐파 공동 49위로 첫날을 마쳤다. 아직 PGA 투어 우승이 없는 라파엘 카브레라 베요(스페인)가 7언더파로 단독 선두에 나선 가운데 키건 브래들리(미국)가 2타 차 2위(5언더파)로 추격했다. 미컬슨과 버바 왓슨(미국) 등 5명이 공동 3위에 이름을 올렸고 세계랭킹 2위 저스틴 로즈(잉글랜드)는 1언더파 공동 33위, 디펜딩챔피언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이븐파 공동 49위에 자리했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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