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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사이드] 금가는 '세계최강 안보동맹'…主敵은 이해 충돌?

■70돌 나토, 존폐기로에

트럼프, 집권 이후 유럽과 기싸움

獨과 방위비 예산증액 놓고 '앙금'

佛 유럽군 창설 주장도 껄끄러운데

터키는 러 S400 미사일 도입키로

사우디 무기禁輸로 EU 간 갈등까지

"트럼프, 나토의 가장 큰 위협" 분석

3~4일 70주년 축하행사에 이목





4일 창립 70주년을 앞둔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방위동맹’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회원국들에 대해 ‘안보 무임승차’를 그만두고 방위비 분담을 늘리라고 압박하는 가운데 이에 반발하는 프랑스·독일을 주축으로 유럽통합군 창설 논의가 올해 들어 급물살을 타면서 대서양의 분열이 심화하는 모양새다. 여기에 최근 사실상 주적(主敵)인 러시아의 미사일 시스템을 도입한 터키와 미국 간 갈등도 최악으로 치달아 3~4일 워싱턴DC에서 예정된 70주년 기념행사가 와해의 기로에 선 나토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1일(현지시간) 미 국방부가 러시아제 S-400 지대공미사일을 도입하기로 한 터키에 스텔스전투기 F-35 부품 인도를 중단했다고 전했다. 터키가 러시아 미사일 도입 계획을 밝힌 지 사흘 만에 나온 이번 조치는 향후 전투기 판매 중단까지 염두에 둔 미국의 고강도 경고로 풀이된다. 친러 반미 행보로 가뜩이나 미국과 대립해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정부가 러시아 미사일 시스템까지 도입하며 러시아와의 ‘안보 밀월’에 속도를 내며 일각에서는 터키의 나토 탈퇴 우려도 고조되는 상황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창설 70주년을 맞아 나토는 서구 안보동맹의 협력관계를 부각하려 하지만 나토의 최대 위협인 러시아와의 관계를 둘러싼 회원국 간 입장차만 드러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토의 분열상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회원국들과 러시아의 관계에 더해 ‘테러와의 전쟁’에서 나토의 역할, 방위비 분담, 유럽 회원국들 간의 갈등 등 온갖 이슈에서 29개 회원국의 이해관계가 엇갈려 이번주 나토 외교장관회의 등이 열리는 워싱턴DC에서는 회원국들 간에 첨예한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불을 지핀 유럽과 미국의 갈등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껏 회원국들이 ‘안보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국내총생산(GDP)의 2% 수준으로 방위 분담금을 증액하라고 요구하는가 하면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나토를 탈퇴하겠다고 위협해왔다. 회원국들은 지난 2014년 방위비를 늘려 오는 2024년까지 GDP의 2%로 증액하기로 합의했지만, 최근 독일 정부가 애초 약속과 달리 국방비 비중을 2023년에 1.25%로 감액하는 내용의 예산안을 공개하면서 미 정부와 새로운 갈등의 불씨를 지폈다. 유럽 동맹국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통적 우방을 경제적 라이벌로 보면서 대서양 동맹이 자칫하면 와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실정이다. 최근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의 벨퍼센터가 내놓은 보고서는 “나토의 가장 커다란 위협은 강하고 원칙적인 미국 대통령 리더십의 부재”라며 트럼프 대통령이야말로 가장 시급하고 어려운 문제라고 지적했다. 과거 나토의 가장 큰 위협이 러시아였다면 이제 그 자리에 트럼프 대통령이 있다는 얘기다.



대서양 안보동맹에 대한 신뢰가 약해지면서 프랑스와 독일이 추진하는 유럽통합군 창설 논의도 나토에 긴장 요소가 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제안한 유럽통합군 창설이 현실화하면 미국은 물론 유럽에 대한 나토의 영향력도 크게 약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최근 “유럽은 나토 없이 무사할 수 있다는 어떠한 인식도 피해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런가 하면 유럽 내부의 갈등도 있다. 최근 독일은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무기수출 금지 조치를 6개월 연장하면서 영국·프랑스 등 EU 회원국의 불만을 사고 있다. 지난해 10월 독일이 터키 이스탄불에 위치한 사우디대사관에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살해된 것을 계기로 취한 조치지만 이 때문에 영국·독일·이탈리아·스페인 4개국이 공동 개발한 전투기인 유로파이터, 토네이도 제트 등의 수출도 함께 금지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복잡다단한 각국의 이해관계가 존재하는 나토인 만큼 3~4일 워싱턴DC에서 올해 창설 70주년을 축하하는 자리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1일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70년간 유럽과 북미 간 유대관계가 나토를 역사상 가장 강력한 동맹으로 만들었다”면서 “예측 불가능한 세상에서 우리는 협력하고 충돌을 방지하며 약 10억명에 이르는 사람들의 평화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 세계의 관심은 그보다 나토의 지속가능성에 쏠려 있다.
/이재유기자 03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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