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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곳 찾지 못한 국민대 ‘평화의 소녀상’

학생들이 모은 1,900만원으로 제작해 4일 첫 공개

정치 쟁점화 우려 학교 측 반대로 교내 건립 못해

추진위 측 "설치될 때까지 활동 계속 이어갈 것"

국민대 학생들이 지난 4일 학교 정문 앞에서 ‘평화의 소녀상’의 교내 설치를 요구하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허진 기자




국민대가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놓고 시끌시끌하다. 학생들은 교내 설치를 요구하고 있지만 학교 당국은 정치적으로 민감하다는 이유를 들어 난색을 표하면서 갈등의 골이 패였다.

재학생 20여명으로 이뤄진 국민대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이하 세움)은 지난 4일 학교 정문 앞에서 공개식을 열고 학생들의 모금으로 제작한 소녀상을 처음 공개했다. 세움은 지난해 4월부터 소녀상 제작을 위한 기금 모집에 들어가 학생 1,000여명으로부터 약 1,900만원을 모았다. 제작은 예술대 학생 5명이 맡았다. 이태준 세움 대표는 “국내외에 이미 많은 소녀상이 있지만 국민대 소녀상은 모금한 사람이 직접 제작한 것은 드문 것으로 안다”라고 밝혔다.

소녀상은 7개월여에 걸친 제작기간을 거쳐 올해 2월 제작이 마무리됐지만 건립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학교 측이 정치 쟁점화할 것을 우려해 교내 설치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국민대 관계자는 “평화의 소녀상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다만 소녀상을 교내에 설치하게 되면 정치적 쟁점화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세움 측은 학생 3,800여명으로부터 서명을 받고 사진전도 개최하는 등 학교 측을 압박했지만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태다. 이 대표는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공문을 보냈지만 학교 측으로부터 성의 있는 답변을 받지 못했다”면서 “평화의 소녀상이 정치적 조형물이라는 논리로 반대하는 학교 측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국민대 학생들의 모금으로 제작된 ‘평화의 소녀상’. /허진 기자




이날 세움 측은 행사 후 학생들로부터 받은 서명을 전달할 예정이었으나 학교 측 거부로 양측 간 만남은 불발됐다. 세움 측은 “당장 합의하지 못하더라도 소녀상을 교내에 보관하겠다는 제안과 교내 설치를 원하는 학생들의 뜻을 전달하려 했지만 학교 측이 응답하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국민대 관계자는 “앞서 학생들과 충분히 논의했고 학교 측 의견도 많이 전달했다”고 답했다.

소녀상을 교내에 세우는 중·고교는 많지만 대학은 흔치 않다. 전국적으로 100곳이 넘는 중·고교가 교내에 소녀상을 건립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지만 대학의 경우 대구대 정도에 불과하다.

세움 측은 학교 측의 반대에도 소녀상의 교내 설치를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국민대가 임시정부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들이 만든 학교인 만큼 소녀상이 교내에 자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오는 11일 임시정부 수립일에 맞춰 건립되면 더욱 뜻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대는 해방 직후인 1946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내무부장을 지낸 해공 신익희 선생의 주도로 임정 요인들이 중심이 돼 설립됐다. /허진기자 h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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