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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공공서비스를 ‘공공’으로 불러오기

김형용 동국대 사회학과 교수 서울시 사회보장위원

사회서비스 관리 법안 발의됐지만

시범사업 놓고 관치냐 협치냐 갈등

정부-지자체 공공성 확보부터 나서야





우리나라 사회서비스 운영구조를 보면 재원은 공공인데 운영은 민간이 하고 있다. 재정규모가 한 해 5조원이 넘는 노인 장기요양 서비스를 살펴보면 공공이 운영하는 시설이 100개 중 2개 정도에 불과하다. 보육시설도 마찬가지다. 정부의 영유아보육료 지원은 연간 3조원이 넘는데 정작 국공립어린이집은 100개 중 6개이며 국공립이라고 하더라도 민간에 위탁을 주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공공은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

사회복지관이나 장애인거주시설과 같은 보건복지부 산하 수만 개의 복지시설은 어떠한가. 지방자치단체가 시설도 짓고 인건비를 비롯한 경상비도 지급하지만 거의 모두 민간에게 위탁해 운영하고 있다. 일자리사업·직업재활·학대예방·아동보호 등도 모두 국가 복지사업이지만 실제로는 민간 기관들이 운영한다. 공공사업을 하는 민간 조직이 이렇게 많다 보니 이들의 영향력도 그만큼 강해진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민간 기관들이 서구와 같이 지역사회 주민들의 인적·물적 참여로 이뤄지는 비영리조직이라면 그나마 공공성과 투명성이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정해진 수가와 보조금으로 복지사업을 운영해보고자 하는 법인이나 개인이 사회서비스 영역으로 쉽게 진입하다 보니 서비스 질의 저하와 종사자의 열악한 일자리는 당연한 결과가 아니었을까. 정부도 사회서비스를 관리 감독하려니 거래비용이 늘어나고, 거래비용을 줄이려니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하게 된다. 과거에 나라 살림이 어려워 국가가 직접 사회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민간 운영자에게 재정만 일부 도와줬던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스템은 지금까지 지속돼왔고 그냥 지켜보기만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바꿔야 할 시점이 온 것이다.

다행히 지난해 5월 ‘사회서비스 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됐다. 공공이 설립한 사회서비스 시설을 공공이 직접 운영하고 채용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사회서비스의 질적 향상과 양질의 공공일자리 공급을 위한 사회서비스원 설립이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된 바 있다. 그러나 이미 기득권에 속한 민간 기관과 사업자들의 저항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결국 법안 통과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복지부가 서울시를 비롯한 4개의 지자체에 사회서비스원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관치냐 협치냐, 보육시설을 포함하느냐 마느냐 등을 놓고 갈등이 크다. 지자체의 사회서비스원이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두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첫째 공공서비스에 대한 책무성을 분명히 하되 민간서비스에 대한 지원을 분리해 고려해야 한다. 사회보장급여로서 정부가 급여내용과 수준을 정하고 비용마련의 책임을 지고 있는 사회서비스는 분명 공공서비스다. 요양과 보육, 그리고 복지서비스가 그러하다. 지자체는 주민의 사회서비스에 대한 실체적 권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사회보장급여 전달체계와 사회서비스원을 적극 연계해 서비스 급여에 있어 공공성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사회서비스원이 직접 고용한 일자리는 공공기관 일자리에 걸맞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책임과 역할이 중요하다. 아직도 우리나라의 공공부문 일자리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압도적인 꼴찌다. 민간에 맡기면 사업예산만으로 비용을 통제할 수 있으니 사회서비스 종사자의 열악한 처우를 방치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러한 관행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사회서비스원의 종사자를 공공부문 고용관계에 포함시키고 타 공공기관과의 형평성을 고려한 임금체계를 적용해야 한다. 사회서비스는 분명 사회보장기본법에 명시된 사회보장급여이다. 따라서 그 책임은 보장기관인 국가와 지자체에 있다. 그리고 도움이 필요한 주민들과 가장 가까이 위치한 공공서비스의 최접점은 민간 조직이나 이웃이 아닌 지자체가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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