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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7년만에 뒤바뀔까

헌재 11일 '낙태죄 위헌여부' 결정

"생명 경시"vs "여성 몸 통제"

시민사회단체 찬반 논쟁 뜨거워

어떤 결론 내려도 후폭풍 클 듯

A씨는 수개월 동안 전 남자친구로부터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 남자친구와 사귀는 동안 가진 몸 속의 태아를 지운 게 문제였다. 당시 남자친구도 낙태를 적극 권했지만 지난해 A씨가 이별을 통보하자 상황은 돌변했다. 남자친구는 낙태죄를 빌미로 A씨를 스토킹하고 돈을 달라고 협박했다. A씨는 경찰의 도움을 받고 싶지만 낙태를 했다는 이유로 본인이 처벌받을까 두려워 신고도 못했다. A씨를 상담한 한국여성민우회 측은 “낙태죄 앞에서 여성은 방어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낙태죄의 위헌 여부가 7년 만에 다시 가려지는 가운데 종교계, 여성계 등에서 찬반 논쟁이 거세다. 낙태죄가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라는 점에서 어떤 결론이 내려지든 상당한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7일 시민사회단체에 따르면 이르면 오는 11일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위헌 여부를 결론 내린다. 지난 2012년 재판관 4(합헌) 대 4(위헌)의 의견으로 낙태죄 합헌 결정을 내린 후 7년 만이다. 이번 결정은 임신한 여성이 낙태한 경우, 의사가 임신한 여성에 대해 낙태하게 한 경우 벌금 또는 징역 등으로 처벌하게 한 형법 제269조 제1항과 제270조 제1항을 대상으로 한다.

헌재 결정을 앞두고 시민사회단체들은 연일 낙태죄 찬반 집회를 열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천주교 주교회의, 프로라이프청년회 등으로 구성된 생명대행진 코리아 조직위원회는 지난 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낙태죄 헌법소원 기각을 촉구했다. 송혜정 낙태죄폐지반대국민연합 대표는 “자궁 속 아기는 엄마와는 다른 별개의 한 인간 생명이어서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타인인 아기를 포함해서는 안 된다”며 “낙태가 허용되면 낙태가 더욱 늘어나고 여성의 건강은 더욱 피폐해질 것이며 생명경시 풍조와 물질만능주의는 더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낙태죄 폐지에 찬성하는 시민사회단체 23개가 모인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은 헌재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낙태죄 처벌 규정이 사문화된 규정인데다가 오히려 여성의 인권을 발목 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여성민우회 측은 “2010년부터 남성이 낙태죄를 빌미로 협박해 고통받는 여성들의 상담을 본격적으로 받기 시작했다”며 “작년에만 50여회 상담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낙태가 불법이지만 임신한 여성 10명 중 2명이 낙태 시술을 경험했다는 실태조사도 있다.



헌재가 낙태죄에 어떤 결정을 내리든 후폭풍은 클 전망이다. 낙태죄를 위헌으로 결론 내리면 취지에 맞춰 법 개정이 필요하다. 임신 몇 주 내 낙태가 가능할지, 낙태 허용 사유로 어떤 것을 포함할지 등을 두고 논의가 필요하다. 여성가족부와 국가인권위원회는 헌재에 제출한 의견서에 임신 12주 내 임부의 결정에 따라 낙태가 가능한 OECD 국가를 언급했다.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는 쪽에서는 이 또한 여성의 인권 침해로 보고 반대하고 있다.

오히려 이번 기회에 낙태죄에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까지 포함해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함수연 낙태반대운동연합 회장은 “낙태하는 여성뿐만 아니라 이를 묵인한 남성까지 처벌하도록 법이 강화돼야 한다”면서 “헌재의 결정과 관계없이 여성들이 낙태하지 않게 양육 환경을 지원하고 남성이 책임을 지도록 하는 등 교육·상담활동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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