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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검사가 뛴다] 구상엽 부장검사 "카르텔 자수 늘리려면 '압수수색 제한' 기준 시급"

담합 사실관계 입증 핵심인데

강제수사론 전모 파악 힘들어

자수땐 필요한 자료 얻기 쉽고

환부만 신속히 도려낼 수 있어

형사 리니언시 연착륙 하려면

공정거래법 개정전부터 운용을





“카르텔(담합)을 자수하면 압수수색 당하지 않고 형벌도 감면받을 수 있다는 기준을 정해 알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검찰이 이러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철저히 지킨다면 자수가 늘어 카르텔 자체가 줄어드는 효과는 물론 환부만 도려내는 수사도 가능해질 것입니다.”

구상엽(45·사법연수원 30기·사진)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부장검사는 8일 서울경제와 만나 “카르텔 자수자 형벌감면 가이드 라인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공정거래 분야 블루벨트(공인전문검사 2급)를 지닌 구 부장검사는 “자수자 감면 규정은 형법 제정 당시부터 있었고 최근에는 공익신고자보호법도 생겼지만 잘 활용되지 않는다”며 “이처럼 자수 절차나 처분에 대한 기준이 불투명해 기업의 예측가능성과 자수율이 떨어지는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즉 기업은 자수한다 해도 자칫 적발된 것에 상응하는 수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 자수를 꺼린다는 것이다. 따라서 검찰이 자수 사건에 대한 처리·감면 기준을 정하고 이를 일관되게 집행한다면 자수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구 부장검사는 이미 그 가능성을 경험했다. 지난 2017년 8월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장(현 공정거래조사부)을 맡고 나서 자수자에게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제한하고 형벌을 감면해주는 형사법 규정을 적극적으로 실천한 결과 자수 사례가 생기고 있다고 한다. 기업이 로펌 등을 통해 자수 처리에 대해 문의해오면 형법상 자수 절차를 설명하고, 실제로 자수를 하면 그 약속을 지켰기 때문이다.

구 부장검사는 “기업들도 처음에는 잘 믿지 않았지만 약속을 지키는 것을 수차례 보여주며 신뢰를 쌓으니 최근에는 자수가 늘고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 가장 부담스러운 강제수사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수 가이드라인은 공정거래위원회의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면제도)와 유사한 기준이어야 한다”며 “공정위가 고발한 사건만 검찰이 기소하는 전속고발제 폐지 이후 검찰이 직접 공정거래법상 자진신고자에 대해 형벌을 감면하는 ‘형사 리니언시’를 성공적으로 연착륙시키기 위해서라도 공정거래법 개정 전부터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자수가 늘면 효율적이면서 절제 있는 수사도 가능해진다. 카르텔 수사에선 기업들이 담합 합의를 했다는 사실관계를 밝히는 것이 핵심인데, 범죄가 점점 더 은밀해지고 지능화되기 때문에 정황증거를 갖고 강제수사를 하더라도 전모를 포착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수를 통하면 기업들이 필요한 자료를 내주기 때문에 강제수사 없이도 사건을 파악하기가 훨씬 쉽다. 또 자수가 늘면 카르텔이 발각될 확률도 높아지기에 애초에 범죄를 저지르기 부담스러운 환경이 조성된다. 구 부장검사는 “공정거래뿐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자수가 활성화되면 그야말로 환부만 신속히 도려낼 수 있어 검찰 수사의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거래 사건에서 엄정한 수사는 소비자의 손해뿐 아니라 기업의 리스크도 방지한다고 구 부장검사는 강조했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카르텔로 적발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우리 정부가 기업을 감싼다는 인상을 주면 외국 정부가 더욱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가 관련 사건을 엄정하게 처리해야 외국 당국에서도 이중처벌 등을 고려해 제재 강도를 낮춘다는 것이다.

구 부장검사는 검사가 되기 전부터 공정거래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지난 1997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사법연수원 입소를 미루고 서울대 대학원을 진학했다. 당시 권오승(제13대 공정거래위원장) 교수의 수업을 들으며 ‘검사가 돼 공정거래 분야를 다뤄보자’고 결심했다고 한다. 이후 서울대 겸직교수 근무 시절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공정거래형사로 전문박사를 수료하기도 했다.

구 부장검사는 집단적·분산적인 피해를 입은 소비자의 권익 보호에 검사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예컨대 카르텔의 경우 공정위나 검찰에서 제재·처벌을 하더라도 손해배상 민사소송에서는 소비자가 피해를 입증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피해자들이 민사재판을 할 때 앞서 형사재판에서 공개된 증거를 활용하도록 돕는 등의 법률 지원을 하는 부서를 법무부에 설치하자는 의견이다. 구 부장검사는 “집단소송 및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소비자의 피해 입증은 여전히 어려울 것”이라며 “공익의 대표자인 검사가 소비자들의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구 부장검사의 또 다른 관심분야는 장애인이다. 법무부 법무실에서 근무하며 성년후견제도 도입을 맡았고, 그와 관련한 민법 박사 학위도 취득했다. 구 부장검사는 “소비자(공정거래)와 장애인은 스스로 목소리 내기 힘든 사회적 약자라는 공통점이 있다”며 “앞으로 70%는 공정거래 관련 업무, 30%는 장애인 관련 공익활동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공공과 민간, 직역과 보직에 구애받지 않고 일만을 좇으면서 전문성을 쌓아 학계와 외국에서도 인정받고 싶다”고 말했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사진=성형주기자

◇프로필

△1974년 서울 출생 △1993년 휘문고 졸업 △1998년 서울대 사법학과 졸업 △2001년 사법연수원 수료 △2003년 서울대 대학원 석사(행정법) 졸업 △2004년 검사 임관 △2008년 미국 하버드 로스쿨 졸업(LL.M) △2012년 서울대 대학원 박사(민법) 졸업 △2015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전문박사(형사법) 수료 △2015년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 부부장 △2016년 법무부 국제법무과장 △2017년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장(현 공정거래조사부) △2017년 공정거래 분야 블루벨트 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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