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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이렇게 마구 퍼주면 뒷감당은 누가 할건가

올 2학기부터 고교 무상교육 결정

연 2조 예산 2025년 이후는 깜깜이

지자체도 현금 퍼주기 경쟁 가세

재정고갈 막기위한 근본고민 필요

더불어민주당과 정부·청와대가 9일 올해 2학기부터 고등학교 무상교육을 시행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올해 3학년부터 시작해 2021년에는 전 학년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고교 무상교육은 문재인 정부가 포용국가 실현을 위한 교육 분야 최우선 과제로 제시한 정책으로 지원항목은 입학금과 수업료, 학교운영지원비, 교과서 대금 등이다. 무상교육 확대를 통해 모든 국민의 교육받을 기회를 보장하고 저소득층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에는 공감이 간다.

문제는 재원이다. 고교 전 학년 무상교육이 전면 실시되면 소요 예산만 매년 2조원에 달한다. 한 번으로 그치는 일회성 예산이 아니라 해마다 비슷한 규모의 세금이 필요하다. 정부는 중앙정부 예산과 교육청이 반반 부담하면 해결이 가능하다지만 얼마나 지속 가능할지 의문이다. 당정이 이날 제시한 예산 마련 방안도 내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에 불과하다. 2025년부터는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언급조차 없다. 그야말로 5년 후의 재원은 깜깜이다.

이러니 내년과 2022년에 치러지는 총선·대선을 의식한 선심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오지 않겠는가. 이런 식이라면 지난 정부 때 벌어진 ‘누리과정’의 재판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박근혜 정부 시절 누리과정 예산을 두고 대립할 때 정부는 교육청 예산이 넉넉하다고 주장했다. 교육청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버티는 사이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긴 부모들만 골탕을 먹었다. 해마다 정기국회 막바지에는 보육예산을 놓고 승강이를 벌이다가 결국 현 정부 들어 중앙정부가 전액 부담하는 것으로 정리되면서 일단락된 바 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공동성명까지 내며 “고교 무상교육은 국가가 책임지고 예산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던 점을 감안하면 예산을 두고 정부와 교육청이 대립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제2의 누리과정 사태가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다는 얘기다. 누리과정처럼 정부가 재원을 모두 떠안으면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그렇잖아도 현 정부는 사회안전망 구축 등을 이유로 복지지출을 크게 늘리면서 재정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이미 건강보험 재정은 지난해 적자로 돌아섰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건보 재정은 1,778억원의 적자를 나타냈다. 7년 연속 이어진 흑자행진이 막을 내린 것이다. 이는 비급여진료를 재정으로 지원해주는 ‘문재인케어’가 본격 시행되면서 예고된 일이었다. 사정이 이런데도 2022년까지 미용·성형을 제외한 거의 모든 비급여에 건보가 적용될 예정이어서 적자 규모 확대가 불가피해 걱정스럽다.

중앙정부만이 아니다. 지자체들까지 노인·청년·아동지원을 앞세운 현금 퍼주기를 경쟁적으로 펼치고 있다. 지난해 17개 광역지자체가 신설한 복지사업은 총 930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현금이나 지역 화폐를 직접 주는 방식이 67.7%에 이른다. 여기에 들어갈 예산만도 4,300억원이나 되는데 구체적인 재원방안이 마련된 사업은 드물다. 이러다가는 안 그래도 고령화 등으로 부담이 큰 나라 곳간과 지자체 살림 모두 심각한 위기에 처할 게 뻔하다. 지금같이 곳간을 헐어 돈을 쓸 궁리만 하고 채울 방법은 생각하지 않는다면 포퓰리즘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 선거용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장기 재정 추계 계획과 조달방안 수립 등 재정고갈을 막기 위한 고민부터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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