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발효된 10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협정(SMA)의 협상 과정에서 방위비 분담 방식을 일본과 같은 ‘소요형’으로 전환해달라는 우리 측의 요구에 미국 협상팀이 “일본과 비교하지 말아달라”며 선을 그은 것으로 확인됐다. 분담금 산정 근거와 지원 금액의 구체적 내용을 사전에 알기 힘든 현재의 ‘총액형’ 방식에서 주한 미군과 협의해 사용처를 정하고 필요한 금액만 정부가 대는 방식인 ‘소요형’으로 전환하는 것을 제안했지만 미국 측이 불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15일 공개된 지난 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속기록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 참석한 장원삼 외교부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 TF 정부 대표는 방위비 분담 형식을 일본처럼 ‘소요형’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원들의 지적에 “(미국 측이) 일본에 소요형으로 동의해준 것에 대해 자기네가 굉장히 실수한 것이라는 표현까지 저희에게 쓰고 있다”고 답했다. 장 대표는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미국 측이 비공식적으로 우리에게 자꾸만 일본과 자기네를 비교하지 말라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일본은 우리와 달리 구체적 소요를 따져 항목별 소요액 중심으로 협상하는 ‘소요형’ 방위비 분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소요형은 분담금 집행의 투명성이 제고된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총액이 늘어날 수 있는 여지가 있고 우리가 채택 중인 ‘총액형’은 급격한 분담금 증액은 억제할 수 있지만 정확한 용처가 나오지 않고 불용액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정부는 물론 전문가 집단 내에서도 장기적으로 우리도 일본과 같은 ‘소요형’ 분담금 방식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정부는 이르면 올해 상반기 내에 시작될 11차 협상을 대비해 분담금 부담 방식을 전환하는 방안을 집중 검토 중이나 관철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국이 어떤 원칙을 들고 나올지는 불투명하지만 지금보다 동맹국의 부담을 높이는 방향으로 기준이 마련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미국 측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여부가 걸린 내년 대선(11월)을 앞두고 동맹국들의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증액하는 것을 외교 성과로 내세우려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올해 이상으로 어려운 협상이 예상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정연기자 ellenah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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