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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갑 장관 특별인터뷰] "EU, 韓 ILO협약 비준에 강경…제재 못한다고 넘어갈 수준 아냐"

EU, 노동기본권 인식 강해

'新무역장벽' 논란엔 선그어

先비준땐 파장 커 신중해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노동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승현기자




요즘 노동계를 둘러싼 최대 이슈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이와 연관된 노동관계법제의 정비다. 노사 간 양보할 여지가 거의 없는 ‘뜨거운 감자’인데다 비준하지 못한 현재 상황이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는지를 두고 논란도 겹치며 통상 관련 이슈로 넘어갈 판이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지난주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EU집행위원회 통상담당 집행위원과 면담한 결과 “분위기가 강경해 보인다”고 잘라 말했다. 이 장관은 “유럽이 전반적으로 노동권에 전향적인데, 유럽의회는 특히 매우 강경한 입장”이라며 “EU의 행정부 격인 EU집행위원회도 FTA를 통해 성과를 내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EU는 조만간 한국의 FTA 위반 여부를 분쟁해결 절차의 마지막 단계인 전문가 패널에 넘길지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적어도 유럽의회 분위기만 보면 FTA 조항이 ‘노력조항’이라 직접적 무역제재가 불가능하니 큰 문제가 아니라고 넘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닌 듯하다”고 말했다. 통상 전문가들의 말을 들어보면 FTA에서 상대국이 마음만 먹으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 제재가 가능하다는 게 이 장관의 전언이다. FTA 조항에는 ILO의 노동기본선언에 들어가 있는 결사의 자유 기본원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과 핵심협약의 비준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 언급돼 있다. 이 장관은 말름스트룀 집행위원과 면담한 결과 “EU와 FTA를 체결한 지 이미 8년이 흘렀고 그간 얘기를 계속했는데도 실질적 진전이 없다는 문제의식이 있어 보였다”며 “결과적으로 조항 위반이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 패널에 회부돼 권고안이 발표되면 구속력 있는 큰 압력이 될 것이라고 이 장관은 우려했다. 말름스트룀 집행위원은 지난주 방한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전문가 패널에서 나올 권고안에 대해 이야기하며 ‘binding(의무적인, 구속력 있는)’이라는 표현을 쓴 바 있다.



EU가 노동권을 내세워 한국에 새로운 무역장벽을 세우려는 게 아니냐는 일부의 관측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이 장관은 “EU는 기본적으로 결사의 자유에 대해 모든 국가가 지켜야 할 노동기본권이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화가 가속화하는 과정에서 공정성을 지키려면 노동기본권을 준수해야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데 EU를 중심으로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 과정에서 ILO 핵심협약이 무역협상 전면에 나오게 됐다는 것이다. 이 장관은 “EU의 경영계나 노동계 모두 한국이 ILO 핵심협약으로 대표되는 노동기본권을 준수해야 한다는 의견”이라며 “EU 노동계가 노동기본권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기업은 무역 측면에서 보는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말름스트룀 집행위원도 EU는 한국과 서명한 FTA에 관련 조항이 있으니 준수할 책무가 있음을 강조했다고 이 장관은 말했다.

다만 대통령이 먼저 협약을 비준하고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이른바 ‘선(先)비준론’에 대해서는 “정부가 독단적으로 추진했을 때 나타날 사회적 파장이 커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로서는 한시가 급한 만큼 여러 대안 가운데 하나로 원론적 차원에서 검토는 할 수 있겠지만 그 이상 나아가기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선비준론은 현재 노동계를 중심으로 강하게 요구가 일고 있다. 비준동의안 혹은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는 것으로, 먼저 대통령이 협약을 비준해도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해 통과시키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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