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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_레터] "포화율 99.9%" 제주도는 왜 '쓰레기 섬'이 됐을까?

그래도 '쓰레기 섬'이란 말은 너무 심한 거 아냐?
제주도에 왜 이렇게까지 쓰레기가 쌓이게 됐을까
진짜 심각한데, 지금 어떻게 대처하고 있대?
제주도만의 문제가 아냐…우리 자신의 실천 중요

제주도, 쓰레기, 재활용, 자원순환, 세바우

[썸_레터] '포화율 99.9%' 제주도는 왜 '쓰레기 섬'이 됐을까?
제주시 봉개동 북부 광역환경관리센터 쓰레기 매립장에 쌓여있는 5만t 가량의 압축포장폐기물. / 연합뉴스

[썸_레터] '포화율 99.9%' 제주도는 왜 '쓰레기 섬'이 됐을까?
쌓여있는 제주 압축 쓰레기 뭉치 / 연합뉴스

제주도가 최근 발칵 뒤집혔습니다. ‘돌, 바람, 여자’ 세 가지가 많아 과거엔 삼다도(三多島)라 불렸다죠. 이제 한 가지 더 추가해야 할 듯합니다. 바로 ‘쓰레기’입니다.

제주도는 지금 처치곤란한 쓰레기 때문에 ‘쓰레기 섬’이란 오명으로까지 불리고 있죠. 세계자연유산, 생물권보전지역 그리고 세계지질공원 지정 등 세계가 인정했던 자연의 섬 제주도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 그래도 ‘쓰레기 섬’이란 말은 너무 심한 거 아냐?

문제의 발단은 지난 3월 국내에서 생긴 쓰레기 더미 수천 톤이 필리핀 세부와 민다나오 섬에 불법 밀수출 됐다 되돌아온 사실이 드러나면서부터입니다. 필리핀에서 국내로 반송한 쓰레기 더미만 무려 3,394톤. 해외 반출을 기다리고 있던 물량까지 포함해 총 4,666톤의 쓰레기 더미가 경기도 평택당진항에 쌓여있었습니다. 당장 ‘국제 망신’이란 소리가 나왔죠.

MBC는 이 쓰레기들의 출처로 제주도를 지목했습니다. 제주도에 비상이 걸렸죠. 나중에 평택시, 세관 등 합동조사 결과 문제가 됐던 평택항 쓰레기 더미는 일단 제주도산은 아닌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파장은 계속됐습니다.

제주도 자체 조사 결과 필리핀으로 밀수출됐다 반송된 쓰레기 더미와 비슷한 ‘압축 쓰레기’들이 제주도에만 5만1,808톤 쌓여있었고 추가로 9,262톤은 군산항, 광양항 등 육지 부두에 보관돼 있었습니다. 이번에 이슈가 되지 않았다면 전량 해외로 수출(?)됐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환경단체들과 지역 언론들은 제주도가 ‘쓰레기 섬’이 될 때까지 왜 손 놓고 있었느냐며 질책했습니다. 결국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원 지사는 “반출된 쓰레기는 대부분 고형연료라는 명목하에 밀반출된 것”이라며 “진상조사를 통해 책임자를 문책하고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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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제주도지사(왼쪽)와 고희범 제주시장(오른쪽)이 지난달 18일 오후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압축포장폐기물의 해외 반출 사건과 관련해 대도민 사과를 발표하고 있다. / 사진제공=제주특별자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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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으로 불법 수출됐다 돌아온 국내 폐기물 더미가 컨테이너에 실린 채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평택컨테이너터미널부두에 가득 쌓여있다. / 연합뉴스



■ 제주도에 왜 이렇게까지 쓰레기가 쌓이게 됐을까


‘제주 압축쓰레기 사태’는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제주도에서 하루 평균 배출되는 쓰레기양은 2011년 764톤에서 2018년 1,303톤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제주도 살이’ 열풍에 끊임없이 내륙에서 인구가 유입된 데다가 관광객도 연간 1,600만 명으로 하와이나 오키나와보다 두 배 이상 많았던 탓이죠. 이 때문에 제주도는 1인당 하루평균 생활폐기물 발생량이 전국 지자체 중 1위를 기록했습니다.

게다가 제주도는 섬이란 특수성 때문에 배출된 쓰레기를 자체 해결하는데 한계가 따릅니다. 섬 안에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죠. 대규모 처리 시설을 설치하려 해도 주민들이 반대합니다. 그러는 사이 제주도 내 쓰레기 매립 시설은 관계자 말에 따르면 결국 “99.9% 포화상태”에 이르게 됐습니다.

말 그대로 쓰레기가 넘쳐나는 상황에 제주시는 버려진 쓰레기를 발전 연료 중 하나인 ‘고형연료’로 만들어 재활용하는 방법을 고안했습니다. 제주시는 38억원을 들여 폐비닐과 플라스틱류를 잘게 분쇄·압축한 고형연료 생산시설을 만들고 지난 2015년 8월부터 일부 폐기물을 고형연료로 생산하기 시작했죠. 제주시는 2015년 4,541톤을 시작으로 4년간 총 9만여 톤의 압축쓰레기를 생산했습니다. 이 가운데 46%(4만2,202톤)는 이미 도외로 반출됐고 이에 들어간 비용도 67억원에 이릅니다.

그러나 이마저도 부실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시설 조성과 반출 비용에만 105억 원이 넘게 쓰였지만, 고형 연료 제작의 핵심인 ‘건조 과정’이 빠져 반쪽짜리 시설이란 비판을 받았죠. 이게 왜 문제가 되느냐고요? 분리 수거만 제대로 이뤄져도 문제가 없는데, 음식물 혼합 배출 등으로 쓰레기가 상당수 오염돼 사실상 연료로서 부적합한 상품이 나오게 되는 거죠. 결국 연료가 아닌 쓰레기 더미를 하루에 100톤씩 쏟아내는 상황입니다.

▲쓰레기 버리면 현금으로 돌려주는 신기한 기계▲


■ 진짜 심각한데…대안은 정말 없는 거야?


심각성을 인지한 제주도는 2016년부터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와 광역 생활자원회수센터, 음식물류폐기물 바이오가스화시설 등을 구축하기 시작했습니다. 위 시설들은 올 연말 즈음부터 순차적으로 완공될 예정이죠.

이같은 자원순환 시스템은 2016년 제정·공포, 2018년 시행된 ‘자원순환기본법’에 따른 것입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이는 우리나라의 경제, 사회 구조를 생산부터 재활용까지 지원순환형으로 근본적으로 전환하기 위한 정책입니다. 오는 2027년까지 폐기물 발생량을 20% 감축하고 현재 70% 수준인 순환이용률을 82%까지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제주도는 특히 폐기물 거점 배출 장소인 ‘클린하우스’를 도내 2,318곳(올해 2월 기준)에 설치, 운영 중입니다. 클린하우스는 쓰레기를 요일별로 분리 배출하는 것이 특징으로, 모인 재활용 쓰레기는 정제연료유나 펄프 등 각종 재활용품으로 재탄생됐습니다. 클린하우스 규모를 키운 재활용도움센터도 제주 곳곳 16개소가 만들어져 운영 중에 있습니다. 쓰레기 분리 수거에서부터 음식물 쓰레기 처리, 폐가전 배출까지 한 곳에서 깔끔히 처리할 수 있는 편리함으로 호평을 받고 있죠. 전국 각지에서 배우러 방문할 정도입니다.

최근 동홍동 재활용도움센터에서 만난 서귀포시 생활환경과 양근혁 클린하우스팀장은 “페트병, 캔 등을 이곳에 버리면 포인트가 쌓여 종량제 봉투 등으로 환원해준다”고 설명합니다.

민간 단체나 일반 시민들도 참여가 활발합니다. 사단법인 ‘제주올레’는 페트병·캔 등 자원회수 로봇을 주요 관광지에 설치했습니다. 정기적으로 열리는 ‘클린올레’ 캠페인에는 자발적으로 모인 시민들이 올레길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습니다. 서울경제도 환경부, 제주올레 등과 함께 ‘세바우(세상을 바꾸는 우리)’ 캠페인을 통해 제주도에서 자원순환 실험을 벌이고 있죠. 안은주 제주올레 상임이사는 “쓰레기를 먼저 줍는 사람을 보면서 먼저 줍지 않는 사람들의 의식을 바꾸는 게 캠페인의 핵심”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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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청 양근혁 클린하우스 팀장이 동홍동에 있는 재활용도움센터에서 캔·페트병 수거 로봇을 시연하고 있다. /권욱기자

■ 제주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실 더 심각한 것은...

1년 전 중국이 폐기물 수입을 중단하면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미국, 일본, 영국 등 여러 나라가 폐비닐 등을 처리하지 못해 ‘재활용 쓰레기 대란’이 벌어진 적 있었습니다. 중국이 한 해 수입한 폐기물은 약 180억 달러(19조 5,000억 원)로 이중 폐플라스틱만 전세계 물량의 절반인 730만톤에 달했죠. 중국이 수입을 중단하자 우리나라 재활용 수거 업체들도 돈이 안 된다며 수거를 거부해 전국이 혼란에 빠졌습니다.

이때의 혼란은 쓰레기 처리에 대한 전세계의 인식을 뒤바꾸는 계기가 됐죠. 1년 사이 우리나라에서는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이 금지됐고, 대규모 슈퍼마켓 등에서 일회용 비닐봉지와 쇼핑백 사용도 금지됐습니다. 기업들도 일명 ‘그린패키징’을 통해 제품 생산 단계에서부터 친환경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물으시는 기자 분은 얼마나 환경을 생각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제주도에서 만났던 한 카페 사장은 취재기자에게 되물었습니다. 질문을 받고 무척 부끄러웠죠.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면서도 정작 일상 생활에서는 적극적으로 실천하지 못했으니까요. 이 글을 읽으시는 다른 분들도 저 질문을 스스로 해보기를 권합니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정부도 환경단체도 아닌 바로 ‘우리’니까요.

/강신우기자 se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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