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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안전지대 없다"…도난·분실 마약류 의약품 작년에만 1만3,500개

3년새 3배 급증... 유통 전과정 모니터링 등 대책 필요

최근 5년간 관리·감독 허술한 의원서 78건 발생 최다

'여성최음제' 졸피뎀 분실 가장 많아 성범죄 악용위험

최근 유명 연예인과 재벌 3세들이 잇따라 마약 사건에 연루돼 큰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마약류 관리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의원부터 도매상까지 업체 유형을 가리지 않고 치료용 마약류 의약품이 도난당하거나 분실하는 사고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제2의 프로포폴’ ‘여성최음제’ 등으로 알려진 졸피뎀의 도난·분실 총량이 가장 많아 2차 범죄 위험성까지 불거지고 있다.

5일 본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이명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류 의약품 도난·분실 건수는 54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17년 42건 대비 28.6% 늘어난 수치로 최근 5년간 도난·분실 건수 중 가장 많다. 발생 총량을 기준으로 할 때 정·앰플·바이알 등 지난해 사라진 마약류는 1만3,494개로 2017년(9,836개)보다 37.2%나 크게 늘었다. 2015년 도난 분실 개수가 4,750개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한다면 불과 3년 새에 3배 가까이 급증한 셈이다. 마약류 의약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가한 마약 성분 약품으로 반드시 일정 정도 수준에서 환자 치료를 위해서만 사용돼야 한다. 그렇지 않을 때는 법적인 처벌을 받는다.





2014년부터 5년간 마약류 의약품 도난·분실 건수는 총 222건에 달한다. 연도별로 2014년 47건, 2015년 33건, 2016년 46건, 2017년 42건, 2018년 54건이었다. 매년 도난·분실 건수는 증가와 감소를 반복하지만 전체적으로 증가 추세는 뚜렷하다. 특히 도난·분실 발생 총량을 보면 증가 추이가 명확히 드러난다. 도난·분실 발생 총량은 2015년 4,750개를 저점으로 매해 평균 44%가량 급증했다.

도난·분실 업체 유형별로는 의원이 78건으로 가장 많았다. 최근 ‘이부진 프로포폴 투약 의혹’이 불거진 H성형외과 역시 의원이었다. 1차 의료기관인 의원은 의료인의 개설 신고만으로 개원이 가능하다. 상대적으로 관계 기관의 관리·감독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다음으로 △병원 54건 △약국 48건 △종합병원 24건 △도매 16건 △제조·수출입 2건이 뒤를 이었다.



도난·분실 총량이 가장 많은 마약류는 졸피뎀으로 8,349개에 달했다. 졸피뎀은 불면증 치료 명목 등으로 흔히 처방되는 마약류 의약품으로 강력한 수면 효과로 ‘제2의 프로포폴’이라고도 불린다. 약물 관련 성범죄에 가장 널리 악용돼 ‘여성최음제’로 온라인상에 암암리에 거래되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따르면 2006~2012년 진정제 성분 약물로 성범죄를 저지른 148건 중 21%인 31건은 졸피뎀 성분이 차지했다. 2017년 ‘어금니 아빠’ 이영학은 졸피뎀을 딸 친구에게 먹여 정신을 잃게 만든 뒤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하기도 했다. 다음으로 △디아제팜 8,213개 △에티졸람 4,468개 △알프라졸람 3,756개 △펜디메트라진 3,732개 등이 뒤를 이었다. ‘우유 주사’로 알려진 프로포폴은 329개였다. 디아제팜과 에티졸람·알프라졸람은 신경안정제고 펜디메트라진은 일반적으로 식욕억제제로 쓰인다.

다만 최근 5년 마약류 무단 처방·투여 적발 건수는 줄었다. 2014년 14건에서 지난해 3건으로 떨어졌다. 다만 의원급에서 적발되지 않고 암암리에 벌어지는 무단 투여가 여전해 실제 건수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의료용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마약류 의약품의 도난·분실이 근절되지 못한 채 늘고 있다는 현실이다. 이는 관리체계와 처벌 강화를 통해서 예방할 수 있지만 의료계에서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명수 의원은 “식약처는 관련 시스템을 점검해 부정 사용 시 즉시 적발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며 “마약류 의약품의 유통 전 과정을 모니터링해 마약 청정국 지위를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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