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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버핏의 변신





1966년 초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평생의 파트너인 찰리 멍거와 의기투합해 숨겨진 우량주 발굴에 나섰다. 그가 별도의 투자회사까지 설립해 눈독을 들인 곳은 볼티모어의 ‘호치스차일드 콘’이라는 백화점이었다. 자생력이 강한데다 수학적·경제적으로 타당한 인수가격, 현금을 많이 창출해주는 기업이라는 자신의 기준에 부합한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버핏은 1989년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백화점 인수를 ‘뼈아픈 실수’라고 털어놓았다. 인수 당시 낮은 가격에만 몰두한 나머지 유통업의 진입 장벽이 낮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뒤늦은 후회였다.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버핏이지만 유통 관련주와 오랜 악연을 갖고 있다. 호치스차일드 콘도 그렇거니와 유통업체에 투자했다가 번번이 쓴맛을 봐야 했다. 버핏의 정보기술(IT)주 기피증도 널리 알려진 얘기다. 자신이 잘 모르는 종목에는 절대 투자하지 않겠다는 나름의 투자 원칙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그가 유통 업계의 IT 대장주인 아마존에 투자를 꺼린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버핏은 2017년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놀랄 만한 고백을 했다. “아마존에 좀 더 일찍 투자하지 않은 것이 어리석었다”며 이렇게 빨리 성공할 줄 몰랐다고 아쉬워했다는 것이다.



버핏이 최근 아마존 주식을 처음으로 매입했다고 공개 석상에서 밝혔다. 다만 아마존 투자는 가치투자 원칙에 따른 것이라며 기업의 내재가치를 분석해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기술주 매입에 나서겠다는 투자 방침의 변화도 내비쳤다. 버핏은 2011년에도 IBM을 사들이면서 “IBM이 IT회사가 아니라 IT를 지원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IBM이 IT 업체가 아니라 서비스회사이기 때문에 자신의 투자철학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나름의 해명이다.

버핏은 2013년 매물로 나온 워싱턴포스트를 놓고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와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버핏은 신문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어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됐지만 자식들이나 차기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안길까 결국 인수를 포기했다고 한다. 시장에서는 버핏도 은퇴할 시점이 다가오자 시대의 변화를 마냥 외면한 채 고집을 부리기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버핏의 변신이 앞으로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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