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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주52시간 비용' 이용시민에 떠넘기는셈

버스 요금 인상 - 반대
김상철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장
● 정부·사업자만 합의해선 사회적 정당성 부족
● 대중교통 비용구조 투명 공개·타당성 검증하고
● 왜곡된 임금구조 ·준공영제 전면 구조 개선을

  • 2019-05-16 17:09:31
  • 사외칼럼
버스 파업이 일단 철회·유보되면서 우려했던 교통대란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버스요금 인상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5일 전국 버스노사·지자체가 교섭을 타결 지은 가운데 경기도는 이르면 오는 9월께 시내버스는 기본요금 200원, 좌석형과 좌석형 직행버스는 400원을 올릴 예정이다. 당장 서울 버스요금은 오르지 않지만 경기도가 서울·인천과 함께 ‘수도권 환승요금체계’로 묶여 있어 서울과 경기도를 오가는 수도권 출퇴근자의 교통비용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버스 노선 축소나 감차 없이 주 52시간제를 도입하려면 버스 기사를 더 고용하기 위한 재원이 꼭 필요하며 수도권에서는 최근 4년 동안 동결돼 이번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요금 인상 찬성 측은 버스운행에 필요한 추가 재원은 우선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요금 인상을 통해 대중교통 이용자가 부담하도록 하는 게 타당하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부실한 현 준공영제의 개선 없이 요금만 올리면 정부의 주 52시간제 정책비용을 버스 이용자에게 전가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반박한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주52시간 비용' 이용시민에 떠넘기는셈

여진을 남긴 채 버스 파업 사태가 종결됐다. 시민의 발이 멈춰 서지 않은 것은 다행이고 그 과정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그리고 사업자단체와 노동조합이 애를 쓴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문제를 덮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문제의 핵심에는 요금 인상이라는 여진이 있다. 실제로 지난 15일 버스 파업이 중단된 뒤 국토교통부 장관은 한국의 대중교통요금이 해외에 비해 싸다며 요금 인상을 통해 마련한 재원이 안전을 위한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희망을 밝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런 희망은 거짓에 가깝다. 실제로 반복적인 요금 인상을 통해 안전을 위한 새로운 인프라에 투자가 이뤄진 사례는 많지 않다. 지방정부의 손실보전지원금 규모가 일시적으로 줄었을 뿐이고 이는 다시 대중교통 운영경비의 상승으로 흡수됐다. 인상에 따른 요금수입의 증가분이 다시 추가적인 요금 인상을 요구하는 대중교통 운영체계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 시민의 주머니는 화수분이 될 수밖에 없다. 파업이 종료된 지금 시점에서라도 새롭게 대중교통체계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대중교통, 특히 준공영제하의 버스는 한편으로는 시민들의 직접적 부담인 요금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시민들의 간접적 부담인 세금으로 운영된다. 세금으로 민간사업자를 지원할 때는 이에 따른 준칙이 적용된다. 하지만 현행 준공영제 구조에서는 표준운송원가상의 항목 비용을 줄이면 업체의 이윤이 될 수 있다. 애초에 원가로 보전해주는 이윤과는 별도의 수입이다. 이런 상황에서 요금 인상은 불완전한 대중교통 운영체계에서는 손쉽게 비용으로 이전된다. 일례로 2015년 요금을 인상할 당시 서울시는 무상요금 손실비용 2,880억원과 환승보전금 7,000억원을 비용 부담의 원인으로 지적했다. 하지만 노인에 대한 무상요금은 이용인원에 요금을 곱해서 나오는 금액이기 때문에 요금이 인상되면 그만큼 비용이 늘어난다. 환승보전금 역시 마찬가지다. 요금 인상의 근거로 들고 있는 요소 자체가 요금을 인상할수록 부담이 늘어나는 이상 구조를 바꿔야 할 문제이지 요금 인상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노동조합과 정부는 주 52시간 노동시간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주 52시간제는 문재인 정부가 내건 공약이다. 이에 필요한 비용을 이용자인 시민에게 전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또 애당초 주 52시간제를 시행하기 힘든 왜곡된 임금구조는 현행 준공영제에 원인이 있다. 운전직 노동자의 임금을 전액 실비로 지원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업자는 임금 인상의 부담이 없고 노동자는 기본급이 아닌 수당 중심의 임금 인상을 추구해도 전액 지원받는다. 이 역시 요금을 인상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적어도 세금과 요금으로 대중교통 운영 부담을 전적으로 지고 있는 시민들에게 현재의 비용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비용구조가 타당한지에 대한 검증이 공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지금처럼 비용을 부담하는 시민은 뒷전에 놓이고 정책을 결정한 정부와 보조금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사업자의 담합으로는 사회적 정당성을 얻기 어렵다. 요금 인상을 말하기 전에 공개할 것은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민들에게 동의를 구해야 한다. 무엇보다 준공영제에 대한 전면적인 구조 개선이 불가피하다. 또 사업자의 손실을 보전해주는 방식이 아니라 이용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지원구조로 바꿔야 시민들이 대중교통의 중요한 이해관계자가 될 수 있다. 중앙정부 재원구조를 현행 교통시설 중심에서 대중교통 운영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이것이 적어도 관성적인 요금 인상의 반복을 막을 수 있는 조건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브리핑을 통해 우리 대중교통요금이 외국에 비해 싸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에 비해 4배나 높다는 영국 런던에서 정기적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부담하는 정기권의 할인율이 최소 35% 이상이라는 사실은 말하지 않았다. 또 노인 무상요금 외에도 실업자나 학생들에 대한 할인이 있으며 이에 대해서는 중앙정부가 다양한 교통재원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는 것도 말하지 않았다. 적어도 정부가 시민들에게 요금을 부담하라고 말하기 전에 자신들이 해야 할 최선을 보여줘야 한다. 고작 현행 준공영제의 확대는 요금 인상의 근거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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