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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남방서치]'사람 중시' 아세안 핵심 가치에 맞춰 전략 짜야

<韓, 아세안과 협력 강화 어떻게>

■ 아세안이 제시하는 '아세안 방식'

'사람을 위한' 존중·배려 문화 지향

민족적 복합성 고려 공평한 기회 부여

만장일치 의사 결정이 핵심 규범

■ 신남방정책 성공하려면

정부·官 주도 톱다운 방식서 벗어나

쌍방 친선 우호·실질 협력 관계 수립

단기·중장기 해결 문제 나눠 대응을

홍석준 목포대 교수




최근 정부의 신(新)남방정책 시행 2주기를 맞이해 신남방정책의 성과와 과제를 논의하고 평가하는 토론회가 여러 차례 열렸다. 정부는 신남방정책의 핵심으로 한·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공동체의 실질적 협력을 위한 ‘3P(People·Peace·Prosperity)’를 제시했다. ‘사람 중심의’ 평화와 번영의 공동체 구축을 통해 한반도 평화체계를 구축하는 데 기여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지난 2015년 말에 공식 출범한 아세안공동체(ASEAN Community)는 정치안보·경제·사회문화를 주축으로 해 평화·상생번영·사람을 목표로 다자간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고자 했다. 그 후 아세안은 역외 국가들과의 연계성 구축을 통해 통합을 확대, 진전시켜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세안공동체, 즉 아세안 정치안보공동체(ASEAN Political-Security Community), 아세안 경제공동체(ASEAN Economic Community), 아세안 사회문화공동체(ASEAN Socio-Cultural Community)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베트남 관람객들이 지난 3월27일 베트남 하노이의 베트남·소련우호문화궁전에서 개막한 베트남국제관광박람회에 마련된 한국관광홍보관에 대거 몰려 한국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연합뉴스


이 중 아세안 사회문화공동체는 사람을 중시하고 존중하며 배려하는 사회문화를 지향한다. 평화를 지향하는 아세안 정치안보공동체와 상생번영을 추구하는 아세안 경제공동체의 근간과 핵심을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신남방정책의 가치와 규범 중에서 가장 중요하고 우선적으로 고려 대상이 된 개념이 ‘사람(people)’이다. 여기서 ‘사람’은 ‘사람 중심’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사람을 중시하고 존중하며 배려하는 것에 대한 관심과 인식은 마땅히 중요하고 의미 있는 것이지만 그것이 “사람(만)이 모든 것의 중심”이라는 식으로 연결되면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자 지배자이며 지구의 최후의 보루’라는 인간중심주의적 교만과 오만에 빠질 수 있다.

아세안 사회문화공동체의 가치와 규범은 기존의 중심과 주변이라는 이분법의 해체를 요구한다. 그동안 아세안은 세계는 물론 아시아에서도 변방과 주변으로 취급돼왔다. 유럽 또는 서구중심주의와 같은 자민족중심주의 또는 자문화중심주의(ethnocentrism)의 결과로 태국을 제외한 모든 아세안 국가들이 서구 열강의 식민지배를 받기도 했다.

그렇다고 아세안이 변방을 벗어나 중심이 되고 있거나 중심이 돼야 한다는 인식도 곤란하다. ‘아세안이 중심이 되고 있다’는 식으로 아세안을 ‘중심-주변’의 이분법에 따라 평가하고 재단하는 순간 아세안의 가치와 규범·철학은 실종되고 만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사람을 중심에 놓으면 사람이 아닌 사물이나 비인간·포스트휴먼 등은 주변화될 수밖에 없다. ‘사람 중심’이라는 용어나 개념 대신 ‘사람을 위한’ 또는 ‘사람 중시’의 사회문화적 환경 또는 자연환경을 고려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아세안에서 제시하는 ‘아세안 방식(ASEAN Way)’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세안 사회문화공동체의 토대가 되는 가치와 규범은 ‘사람 중시의 공동체’로 아세안 사람들에게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지는 사회, 여성·아동·청년·장년·노인·장애인·이민자·소수민족·취약계층 등의 ‘사람’의 권리, 즉 인권이 보호되고 증진되는 공동체를 가리킨다.

최근 상대적으로 느슨한 형태의 지역협력체인 아세안의 운영체계와 방식, 아세안 규범에 대한 관심과 평가가 부각됐다. 아세안에는 일종의 행동원칙이자 독특한 운영방식인 ‘아세안 방식’이 있다. 아세안 방식은 행위규범으로 주권 존중과 내정 불간섭, 평화적 수단에 의한 분쟁의 해결, 무력위협 내지 무력사용의 포기를 채택하고 있고 절차규범으로 비공식성, 비대결성, 조용한 외교, 협의를 통한 합의에 따른 의사결정 방식 등을 활용하고 있다.

아세안 국가들은 문화적 다양성과 민족적 복합성을 지닌 나라들이다. 이들이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 발전시켜나가기 위해 만들어낸 방식이 아세안 방식이고 그 핵심 중 하나가 만장일치다. 여기에는 아세안 국가들의 문화적 다양성과 민족적 복합성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의사결정 과정에서 동등하고 공평한 자격과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공통의 인식과 규범·가치가 깔려 있다.

아세안 규범은 회원국의 주권 존중과 내정 불간섭 원칙에 대한 무조건적인 이행, 갈등 해결에 있어서 무력사용 포기, 지역의 자율성 추구, 아세안 방식의 이행 등으로 규정된다. 아세안 규범의 핵심인 아세안 방식은 합의와 협의에 의한 만장일치의 의사결정, 비공식적인 대면 접촉과 체면을 중시하는 문화적 전통, 평등의 원칙 등으로 대표된다.

신남방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아세안공동체의 특징과 의미, 각각의 아세안 공동체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상호 연계성에 대한 인식과 실천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또한 아세안 방식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적절한 대응 역시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인식과 실천 전략을 바탕으로 정부 측의 정책실행자들은 단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와 중장기적으로 대응해야 할 문제를 구분해 각각의 특성에 맞게 다각적이며 다원화된 접근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시각과 방법론을 바탕으로 한국의 대(對)아세안 비전과 전략을 실천에 옮겨야 할 것이다.

정부의 대아세안 신남방정책은 정치와 경제 중심의 접근이나 정부나 관 주도의 상명하달식의 톱다운 방식에서 벗어나 ‘사람을 위한’ ‘사람 중시의’ ‘아세안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한·아세안 교류와 협력 역시 이러한 방식으로 한·아세안 쌍방 간의 친선 우호관계(friendship)와 실질적인 협력관계(partnership)에 바탕을 두고 단기간의 성과가 아니라 중장기적인 안목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목표로 추진돼야 할 것이다.

올해는 한국이 아세안과 대화관계를 수립한 지 30주년이 되는 해로 이를 기념하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연말에 부산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사람을 중시하고 사람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바탕으로’ ‘사람’의 권리와 가치에 대한 올바른 규범적 이해와 적절한 전략적 대응을 통해 ‘사람을 위한’ ‘사람 중시의’ 평화와 상생번영의 공동체라는 꿈과 비전이 현실화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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