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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농성으로 번진 양대노총의 '개포 밥그릇싸움'

자기측 조합원 고용 요구 한노총... 타워크레인 기습 점거까지

폭력 강력 대응한다던 警, 무단침입 시도 470명중 1명만 연행

양측 갈등 장기화에 건설사만 피해...보복 두려워 대처도 못해

양대노총이 한 달 넘게 서로 자신의 조합원을 고용하라고 다투고 있는 서울 강남의 한 재건축 현장에서 한국노총 조합원이 타워크레인에 올라 고공농성에 돌입하는 등 ‘밥그릇 다툼’이 격화하고 있다. 점차 과열되는 노조 집회를 두고 경찰은 ‘강력대응’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조합원과 경찰 간 충돌에도 현장에서 연행된 조합원은 470여명 중 1명에 불과했다.

27일 한국노총에 따르면 한국노총 건설노조 소속 조합원 김모씨는 이날 새벽2시께부터 서울 강남 개포8단지 아파트 재건축 현장에 있는 타워크레인에 올라가 농성에 돌입했다. 김씨는 건설업체와 현장에서 교섭을 담당한 인물로 현장에 한국노총 조합원이 들어가지 못하자 고공농성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국노총 조합원들도 이날 아침부터 재건축 현장 입구에서 조합원을 고용하라고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주최 측 추산 470여명의 조합원들은 오전11시30분께 재건축 현장에 들어가기 위해 움직이다 입구를 막고 있던 경찰과 충돌을 빚었다. 격한 몸싸움이 발생하고 조합원들이 건설현장에 무단침입하는 과정에서 1명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연행됐다.

27일 한국노총 소속 조합원이 서울 개포8단지 재건축 현장의 타워크레인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노총




지난달 23일부터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한 달째 개포8단지 재건축 현장에서 서로 자신의 조합원을 고용하라며 맞불집회를 여는 등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두 노조는 재건축 현장을 맡은 현대건설 하청 건설업체들과 계약을 맺고 각자의 조합원들을 현장에 투입하기로 했는데 지난달 공사가 시작되자 민주노총에서 “한국노총 노조원을 내보내고 민주노총 노조원을 고용하라”며 한국노총 노조원들의 현장 진입을 저지했다. 지난 9일에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한국노총 조합원들의 진입을 막아 300여명이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한국노총 측은 자신들의 조합원들이 업체와 근로계약까지 체결해 정당히 일할 수 있는 권리를 민주노총이 침해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한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우리가 타워크레인에 올라간 적은 없는데 김씨가 얼마나 억울했으면 그랬겠느냐”고 호소했다. 반대로 민주노총은 건설현장에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경쟁이 가열돼 갈등이 발생했다고 설명한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일자리를 놓고 싸움이 일어나는 상황인데 한쪽만 당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이날 노조의 폭력집회에 강력 대응하겠다고 강조한 것과 달리 개포동 현장 대응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경환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이날 최근 민주노총의 경찰 폭행이 논란이 되자 이에 대해 “공권력 경시 풍조는 곤란하다. 반드시 엄정하고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개포동 현장에서는 결과적으로 무단침입을 시도한 조합원들 중 단 1명만이 연행돼 조사를 받았을 뿐이어서 공권력의 엄정 대응에 의구심이 일고 있다.

두 노조 간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원청업체인 건설사들은 직접 고용을 하는 주체가 아니지만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대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공사가 멈추면 하루에 손해가 수십억원씩 발생한다. 하지만 마찰이 커지면 공사가 더 지연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적극적인 대처를 하기도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경찰에 신고라도 하면 바로 노조가 찾아와 보복을 한다”며 “그냥 손 놓고 있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과열되는 양대노총 갈등에 정부도 관련 대책 마련에 나섰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건설노조 문제와 관련해 “폭력과 불법을 끌어안고 가는 게 촛불정신이 아니다”라며 “굉장히 우려하고 있고 조만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손구민·변재현·진동영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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