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제1008호인 ‘만국전도(萬國全圖)’를 비롯해 도난당한 국가지정문화재 123점을 입수해 처분하려던 업자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골동품 업자 A(50)씨와 B(70)씨를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거해 불구속 입건했다고 2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8월 보물 제1008호로 지정된 만국전도와 지난 1,800년대 간행된 고서적 116책이 장물임을 알면서도 취득한 뒤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에 숨긴 혐의를 받는다. 만국전도가 매매될 것이라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문화재청과의 공조 수사를 통해 A씨의 거주지를 파악해 그가 운영하던 식당 내부벽지에 은밀히 숨겨진 만국전도와 고서적들을 회수했다. 경찰조사에서 A씨는 이들 문화재의 가치를 모르고 구매했다고 항변했지만 경찰은 A씨가 과거 고미술품을 거래했고 동종의 전과가 있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A씨가 이미 만국전도의 가치를 알고 있었다고 봤다.
만국전도는 조선 중기 문신인 박정설이 현종 2년(1661년) 외국인 선교사가 편찬한 한문판 휴대용 세계지리서 ‘직방외기’를 확대해 필사·채색한 가로 133㎝, 세로 71.5㎝ 크기의 지도다. 1989년 함양박씨 문중의 다른 고서적들과 함께 지정문화재 보물 제1008호로 지정된 바 있다. 이 지도는 민간에서 필사한 국내 세계지도로서는 지금까지 확인된 것 가운데 가장 이른 것으로 높은 가치를 지닌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B씨 역시 ‘숭례문 목판’ 등 국가지정 문화재를 자신의 비닐하우스에 장기간 은닉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2017년 10월께 종로구에서 열린 불교미술품 특별전에서 양녕대군의 친필 목판 등을 판매한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이후 경찰은 11월 문화재청과 함께 경기 양평에 있는 출품자의 주거지를 수색해 비닐하우스 창고에서 목판 6점을 발견했다. B씨 역시 선의 취득을 주장했지만 경찰은 그가 오랜 기간 골동품 매매업을 해온 점 등을 감안해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숭례문 목판과 후적벽부 목판은 모두 태종의 장자인 양녕대군의 친필 목판이다. 특히 숭례문 목판의 경우 숭례문 세 글자가 양각된 현존하는 유일한 목판으로서 문화재적 가치가 매우 높다. 후적벽부 목판 역시 양녕대군의 유묵으로서 문화재적 가치가 상당하다. 이번에 회수한 문화재는 만국전도 등을 포함해 총 123점이다. 이로써 도난당한 국가지정문화재 총 13점(국보 1점, 보물 12점) 중 1점을 되찾았다.
경찰 관계자는 “앞으로 회수해야 할 문화재가 많다”면서 “문화재 도난 수사에 편성된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어서 국민의 관심이 필요하다”며 협조를 당부했다./허진기자 h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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