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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컬처]스타MC 위에 스타PD

'연예인 입담'보다 '신선한 기획'에 주목

예능권력 PD→스타MC→스타PD로 이동

'꽃보다' '신서유기' 만든 CJ ENM 나영석

그룹 총수보다 더 많은 40억대 연봉받고

'무한도전' 김태호 새 예능에 관심 집중

자체 브랜드로 특정 'PD사단'까지 생겨

나영석 PD /사진제공=tvN




40억7,600만원. 지난해 나영석 PD가 소속사인 CJ ENM에서 받은 연봉이다. 이재현 회장(27억2,700만원), 이미경 부회장(26억400만원) 등 CJ그룹 오너 일가보다 더 많다. 나 PD는 KBS에서 ‘1박2일’ 등으로 이름을 날리다 2013년 CJ ENM으로 이적했다. 이후 그는 ‘스타 PD’라는 명성에 걸맞게 ‘황혼의 배낭여행’ 콘셉트로 ‘꽃보다 할배’를 제작해 또 한 번 ‘대박’을 쳤다. 이 프로그램은 시즌4까지 이어졌고 ‘꽃보다 누나’ ‘꽃보다 청춘’ 시리즈로 확장됐다. 이어 만든 ‘윤식당’ ‘알쓸신잡’ ‘신서유기’ 등도 모두 큰 인기를 누리며 나영석 자체로 하나의 브랜드가 됐다.

이처럼 수십 억대의 연봉의 말해주듯 소수의 스타 PD들은 예능계의 권력이다. 물론 과거에도 PD의 힘은 셌다. 지금처럼 TV 채널이 많지 않았고 홍보 수단도 제한적이었던 만큼 연예인들이 얼굴을 알리려면 PD를 통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 MC가 이끄는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PD 권력’이 저물기 시작했고 유재석·강호동 등 스타 MC들이 방송계를 주름잡았다. ‘유라인’ ‘강라인’ 등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도였다. 하지만 예능 프로그램 트렌드가 바뀌면서 또 한 번의 전기가 찾아왔다. 스타 MC들의 입담보다는 신선한 기획력이 더 중요해지면서 스타 PD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물론 스타 연예인과 스타 PD가 결합한 새로운 권력도 탄생 중이다.

무한도전 로고


무한도전 멤버들 /사진제공=MBC


◇예능 권력, PD→스타 MC→ 스타 PD로= 1990년대 예능 프로그램의 권력은 방송계 PD 소유였다. 그러다 수많은 케이블채널이 생기고 대형 기획사들의 힘이 세진 데다 메인 MC가 중심인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변화가 찾아왔다. 치열해진 경쟁에서 시청률이 지상과제인 방송사로서는 연예인에 휘둘릴 수밖에 없었다.

2002년 방영된 MBC ‘강호동의 천생연분’은 젊은 인기스타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러브 라인을 형성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강호동은 이를 계기로 원톱 MC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예능도 MC들이 주축이 돼 자신들만의 캐릭터를 내세워 이야기를 이끌어나갔다. 2003년 ‘MC 군단의 열혈 도전기’라는 콘셉트를 내세워 KBS ‘슈퍼 TV 일요일은 즐거워’가 방송됐고 2006년 MBC ‘무한도전’, SBS ‘엑스맨’ 등이 인기를 끌었다.

강호동 /사진제공=SM C&C


인기 MC들은 자신들만의 연예기획사를 세워 힘을 더 키웠다. 2005년 신동엽·김용만·유재석 등이 모인 DY엔터테인먼트가 대표적이다. 신동엽이 대표로 참여한 데다 일본 굴지의 엔터테인먼트사인 요시모토 흥업과 협력 관계를 맺어 업계의 이목이 쏠렸다. 이 회사는 내·외부의 부침을 겪다 2009년 폐업했다. 하지만 SM C&C처럼 인기 MC가 소속된 다른 기획사가 생겨났다. 엔터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가수나 배우만 대상이던 매니지먼트 회사들이 수익 창출 효과가 큰 예능인들에게 눈을 돌렸다”며 “전문 기획사가 예능 MC들을 키운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스타 MC 시대도 10여년 만에 한계에 부딪쳤다. 이들 MC들의 신변잡기 이야기에 식상한 대중들이 신선한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 PD’들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MBC 간판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을 13년간 이끈 김태호 PD가 대표적이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MBC 입장에서는 인기 있던 ‘무한도전’을 끝내지 않으려 했을 것”이라며 “김 PD가 아니면 프로그램 유지의 의미가 없다는 시청자들과 출연진 인식이 결국 폐지로 이어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태호 PD /사진제공=MBC


◇“연예 대상, 연예인 아닌 PD에게 줘야 한다”는 소리까지= 최근 예능은 관찰카메라 형태로 스타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나 일반인들을 보여주는 것이 트렌드다. 프로그램을 메인 MC가 아닌 PD 기획력이 이끌어가는 구조다. 정 평론가는 “현재 예능에서 MC의 역할은 오디션 등 특수한 경우에만 필요한 상황”이라며 “MC가 세워지면 MC 한 명에 무게중심이 쏠리는 만큼 시청자들도 싫어한다”고 지적했다.

한 예로 MC들이 일반인들을 만나 퀴즈를 푸는 tvN 예능 ‘유 퀴즈 온더 블록’의 경우 유재석 비중이 예전 같지 않다. 대신 이들이 만나는 일반인들이나 PD의 연출이 더욱 중요해졌다. 어떤 PD가 자막 등을 어떻게 편집하느냐에 따라 프로그램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심지어 연예대상을 MC 역할을 하는 연예인이 아닌 PD에게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올 정도다. 시청자들도 강호동·유재석 출연보다는 김태호·나영석 등 어떤 스타 PD가 연출한 작품인지에 더욱 관심을 갖는 추세다. 이에 힘입어 김 PD는 조만간 시청자 참여형 크라우드 펀딩을 다룬 창업 예능을 들고 나올 예정이다.

정종연 PD /사진제공=tvN


이처럼 스타 PD들이 권력을 가지면서 과거 인기 MC들처럼 특정 PD 사단도 생겨나는 추세다. 나 PD의 경우 프로그램 제작 때 후배 연출진과 함께한다. ‘신서유기’의 신효정 PD, ‘윤식당’의 이진주 PD, ‘알쓸신잡’의 양정우 PD, ‘스페인 하숙’의 장은정 PD 등이 ‘나영석 사단’으로 꼽힌다. 또 후속 스타 PD들도 속속 출현 중이다. tvN ‘더 지니어스’ ‘소사이어티 게임’ ‘대탈출’ 시리즈 연출을 맡아 머리 쓰는 예능 시대를 이끈 정종연 PD,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시즌1에서 모르모트 PD로 불리며 활약하다가 ‘마이 리틀 텔레비전 V2’의 연출을 맡은 권해봄 PD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스타 PD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평균적인 몸값은 여전히 연예인들이 더 높다. 엔터 업계 한 관계자는 “스타를 못 잡으면 프로그램 기획이 엎어지는 경우도 있다”며 “방송 프로그램은 늘었는데 인기 연예인은 한정된 만큼 스타들의 일반적인 위상이 줄어들었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스타 PD들이 생겨나면서 PD와 스타의 합동라인이 생기기도 한다”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PD들이 제안해야 연예인들이 나서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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