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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바이크]<89>'퀴어 퍼레이드' 함께 한 모터사이클 라이더들

레인보우라이더스와의 평화로운 행진





바이크를 탄다는 것은 참 멋진 일입니다. 그런데 이날은 조금 더 특별했습니다. 지난 1일,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서울퀴어문화축제’에 바이크를 타고 참가한 날의 이야기입니다.

서울퀴어문화축제의 ‘퀴어(Queer)’란 다양한 성소수자를 묶어 지칭하는 단어입니다. 첫 회 서울퀴어문화축제는 단 50여명이 참여한 아주 작은 행사였다고 하는데, 이제 20회째를 맞았습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서도 퀴어에 대한 오해와 차별은 여전한 것 같습니다. 전세계의 전쟁과 기아, 인권탄압과 강력범죄보다도 퀴어를 더 위협적인 존재로 간주하는 어떤 분들이 남아 계시거든요. 다행히 의료계나 과학계, 전세계의 좀더 성숙한 사회에서는 이제 퀴어보다 퀴어 반대세력을 더 우려하는 분위기인 것 같긴 합니다.

퀴어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어떤 분들. 다른 한 켠에는 심지어 한국어, 영어, 중국어 3개 언어로 퀴어를 반대하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저는 이번이 서울퀴어문화축제 첫 참가입니다. 지난해부터 서울퀴어문화축제의 하이라이트인 ‘퀴어 퍼레이드’에 라이더들도 참여한 걸 알고는 저도 가보자 싶었던 거죠. 퀴어 퍼레이드의 선두를 화려하게 장식해 준 라이더들의 모임은 ‘레인보우 라이더스’입니다. 다양한 색깔로 퀴어를 상징하는 ‘무지개(Rainbow)’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본인의 성적 정체성과 상관 없이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생각하는 라이더들의 모임으로, 올해는 60여대의 바이크가 참가했습니다.

퍼레이드를 위해 모인 바이크들. 레인보우 라이더스는 퍼레이드 때 바이크와 라이더 모두 화려하게 꾸미고 나타난다는 ‘전통’이 있습니다.


신문이나 TV에서, 인터넷에서 레인보우 라이더스의 사진을 보신 분들도 있을 겁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응원하는 분들도 많지만 ‘무헬멧’을 지적하는 댓글도 종종 눈에 띄었는데요. 레인보우 라이더스의 퍼레이드는 철저히 경찰 통제선 안에서 미리 정해진 코스에 따라 움직이며 헬멧 역시 경찰 측과 미리 협의된 내용입니다. 모두들 독자 여러분들과 마찬가지로 평소에는 철저히 안전장비를 갖추고 타는 라이더들입니다. 이날만큼은 각자 개성을 드러내는 옷차림으로 등장하는데, 퍼레이드의 취지대로 시선을 끌 수 있을뿐더러 무엇보다 스스로의 자유를 만끽하는 분위기입니다.

레인보우 라이더스의 일원으로 참가한 저도 옷장에 화려한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없더군요(...) /사진제공=애독자 슬리피


알록달록한 옷차림과 곳곳의 무지개 깃발, 풍선 덕분에 언뜻 요란해 보이는 레인보우 라이더스의 행진은 지극히 평화로웠습니다. 스쿠터, 클래식 바이크, 스포츠 바이크, 오프로드 바이크까지 다양한 바이크가 경찰의 통제선 안에서 질서정연하게 움직였습니다. 마치 다양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존중하며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세상처럼요.

올해는 서울퀴어문화축제 역사상 최대 인원인 15만명(주최측 추산)이 참여했다고 합니다. 특히 처음으로 퀴어 퍼레이드가 광화문 광장을 지났습니다.



광화문 광장을 지나는 레인보우 라이더스


광화문 광장을 행진하는 퀴어들.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정체성을 숨기고 살아야 하는 많은 참가자들에게는 엄청난 의미였습니다. 서울에서 가장 열린 공간에서조차도 자신을 온전히 드러낼 수 없었으니까요. 레인보우 라이더스를 포함해 퀴어 퍼레이드 참가자들 모두가 너무나 즐겁고 행복한 분위기였습니다. 저도 코끝이 찡해지는 순간이 몇 번 있었습니다.

레인보우 라이더스는 내년에도 또 모일 예정입니다. 혹시 궁금하실까봐 덧붙이자면, 레인보우 라이더스는 가입 절차도 고정 회원도 없습니다. 이날 하루를 위해 온라인으로 모인 라이더들이기 때문에 뜻만 맞는다면 어떤 라이더라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물론 기종도 전혀 상관 없습니다. 시청·을지로·광화문 코스를 두 시간 동안 초저속으로 주행하기 때문에 엔진열이 너무 뜨거운 바이크는 솔직히 초큼 괴로울 수 있다는 점만 주의하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누군가의 존재를 반대한다는 것은 참 이상한 일입니다. 한국 사회에는 아직도 ‘대다수와 다른’ 사람들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위기가 강한 것 같습니다. 다른 매체의 글이지만 한 번 일독(클릭-두려움도 검열도 없는 하루, 당신의 스무번째 퀴어축제)해보시기를 바라며 저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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