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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르네상스]서플라이체인 붕괴...인재 일할 시장 만들고 교육체계 바꿔야

■밸류체인의 정상화
제조업 위축에 이공계 대거 이탈
1·2·3차 산업 연결고리 재설계를

  • 고병기 기자
  • 2019-06-13 19:24:24
  • 기업
제조업 부활을 위해 주력산업의 기반이 되는 인재와 부품·소재 등의 밸류체인을 정상화해야 한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인재 시스템의 정상화다. 물리학·화학 등 기초과학 전공자들은 갈 곳이 없다. 이들을 받아줄 시장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시장이 없는 인재는 중국으로 떠난다. 원전도 마찬가지다. 탈원전 선언 2년 만에 학계와 업계의 인력 이탈이 심각한 지경이다. 단일학부로 신입생을 뽑은 후 2학년에 학과를 지원하는 KAIST는 지난해 2학기에는 단 한 명도 원자력공학과를 지원하지 않았다. 거꾸로 산업계는 원하는 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아우성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 가릴 것 없이 관련 사업의 연구인력 풀이 작다 보니 대부분 중소기업인 반도체 장비나 디스플레이 소재 업체에까지 충분한 인력이 공급되지 않는다. 정부가 나서 인재 시스템을 만들고 교육을 혁신해야 한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석·박사급 인력들이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 등 대기업만 선호하고 중소기업은 기피한다”며 “반도체 장비 분야에 특화된 인력 자체를 많이 양성할 수 있는 정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기업들이 좋은 인재를 유치할 수 있도록 정부의 인재관리 시스템과 함께 인재들이 선호하는 수도권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조선·철강 등 주력산업의 지방 공장의 경우 인재 확보에 비상이 걸린 것은 오래전이다.

부품과 소재 산업의 서플라이체인은 붕괴 위기다. 주력업종인 자동차·조선 산업이 크게 휘청이면서 부품 산업은 기댈 언덕을 잃어버렸다. 부산·울산·거제 등 자동차와 조선업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의 제조업 경쟁력이 빠르게 쇠퇴하며 협력사들은 문을 닫고 있다. 정부의 급진적인 정책도 부품 공급망 약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표적이 분야가 원전이다. 이번 정부 들어 탈(脫)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원전 부품 업체들이 문을 닫고 있다. 한 예로 원전 핵심부품인 셸(shell)을 만드는 국내 1위 업체 에스에이에스는 최근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탈원전 정책으로 수주가 끊겨 한때 300명에 달했던 직원이 90명으로 줄어드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도 핵심소재를 대부분 외국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UDC나 일본의 이데미치코우산 등으로부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를 구입하지 않으면 제품을 만들 수도 없다. 일본은 반도체가 한국에 따라 잡히고 디스플레이 업체가 중국에 매각되는 등 주력산업이 이미 무너졌지만 핵심장비와 소재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덕분에 여전히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신산업 육성 생태계 조성

사업재편·R&D·인재 지원

정부 정책 ‘미래’에 방점을

경남에서 현대·기아차에 들어가는 변속기 부품을 만드는 A사의 대표는 몇 년 지나지 않아 납품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현실을 안다. 품질을 높인 중국 부품이 이 영역을 점차 대체하고 있고 친환경차의 확산으로 화석연료 엔진에 쓰는 변속기도 수요가 줄고 있다. A사 대표는 “알아도 연구개발도 못하고 할 능력도 없다”며 “빚을 내 연구소를 설립해도 연구인력 확보도 어렵고 기술 개발에 성공해도 납품까지 연결될지도 모른다”고 토로했다. A사는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차세대이동성(모빌리티)이 융합되는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물결 속에서 무력함을 느끼는 사례다.

정부가 다음주 내놓을 제조업 르네상스 정책에는 산업 생태계의 기반인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미래 산업으로 뛰어들 묘책이 담겨야 한다는 것이 산업계의 요구다.

우선 정부가 비전부터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자율주행과 친환경차 중심으로 판이 바뀌는 현재도 중소기업들은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책이 여전히 전통산업에 집중돼서다. 정부 정책이 확실히 미래 산업과 관련된 기술개발에 방점을 찍으면 현장 기업들은 믿고 투자에 나선다는 것이다.

3대 요구는 △사업재편과 지원 △기술개발 위험 공유 △인력 양성 및 임금 지원 등이다. 정부가 사업재편지원단을 조성해 전통산업의 비중을 줄이고 신산업으로 탈바꿈하는 기업에 컨설팅과 재편자금 융자를, 시너지가 나는 기업은 합병 등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또 바이오와 같은 산업은 연구개발(R&D) 기간이 길고 실패할 위험도 높다. 이를 위해 정부와 대기업이 신산업 R&D를 위한 펀드를 조성해 지원하고 성공했을 때는 납품을, 실패할 때는 비용과 위험 부담을 분산시키는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 번의 실패로 미래 산업을 향한 도전이 좌절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고급 연구인력을 품을 수 있는 제도적 기반도 중요하다. 업계 고위관계자는 “정부가 보조하는 연구개발비에 기술 개발에 성공한 고급인력의 인건비도 지원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대기업이 아닌 스타트업에서 꿈을 펼치는 대신 임금을 보전해야 고급인력이 온다”고 설명했다. 또 신산업은 선허용·후규제를 하는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 도입과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앨 신산업 범정부컨트롤타워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문도 잇따랐다. /고병기·구경우·민병권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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