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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靑, UAE원전팀에 밥 한끼라도...

강광우 경제부 기자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정비 사업의 단독 수주가 결국 물 건너갔다는 소식을 지난 24일 비판적인 시각으로 전하면서도 기자는 수주팀의 한 관계자에게 “정말 고생 많이 하셨다”고 연락했다. 그 관계자는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죠”라고 푸념하며 기자와 소주 한 잔을 약속했다. 서울과 아부다비를 오가며 협상에 매진했던 모든 실무자에게 “수고하셨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병주고 약주는 것이냐”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결과에 대한 평가를 떠나 협상 실무자들을 보듬어야 하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그들의 여건이 너무 불리했다. 한국에 주도권을 뺏길까 우려해왔던 UAE 측은 정재훈 한수원 사장이 취임한 직후 “계약을 맺지 않겠다”고 배짱을 부렸다. 한국에서는 2009년 원전 건설 수주 당시 당연히 따라오는 계약이라고 홍보했으니 물러설 수도 없던 상황이었다. 게다가 이번 정권은 국내는 ‘탈원전 정책’, 해외는 ‘원전 수출’이라는 “이율배반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UAE 측도 한국의 탈원전 정책의 영향은 없다고 했지만 ‘협상 카드’는 꼭 사용할 때만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다. 상대가 ‘탈원전’ 카드를 쥐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협상팀은 위축됐을 것이다.



둘째로, 이번 결과에 대해 실무자 탓을 한다면 앞으로 원전 관련 업무를 맡으려는 사람은 없어질 것이다. 사실 원전업계에서는 “잘해도 욕먹고, 못하면 더 욕먹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만큼 누구나 꺼리는 일이었고 기대를 충족시키기 어려운 협상이었다. 그런 불이익을 알고도 그들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청와대에 하나 제안을 하고 싶다. 정부의 주장대로 이번 수주가 ‘반쪽 수주’가 아닌 ‘반전 수주’라면 수주팀을 초대해 밥 한 끼라도 대접하며 격려해줬으면 한다. 그것이 ‘탈원전 정책’과 ‘원전 수출’이라는 양립 불가능한 미션을 수행하고 있는 국내 원전업계를 향한 최소한의 예의다. 그리고 그들이 현장에서 느낀 진솔한 이야기를 듣고 원전 정책에 반영하기를 바란다.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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