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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한순간 결정이 뒤바꾼 삶…'옳은 선택'에 대해 말하다

☞영화 '칠드런 액트'

치료 거부한 소년과 판사 통해

선택과 책임의 '딜레마' 그려

원작자 매큐언이 직접 각본 참여

배우들 섬세한 감성연기 돋보여

영화 ‘칠드런 액트’의 스틸컷.




사회적 신망이 두터운 판사 피오나 메이(에마 톰슨 분)는 밤낮없이 일만 생각하는 법조인이다. 남편 잭 메이(스탠리 투치 분)는 가정생활보다 늘 일이 우선인 아내를 보며 부부 관계에 위기가 찾아왔음을 직감한다. 그러던 어느 날 피오나는 백혈병에 걸렸음에도 종교적인 이유로 수혈을 거부하는 소년 애덤(핀 화이트헤드 분)의 재판을 맡게 된다. 세상의 관심이 집중된 법정에서 병원 측은 “당장 수혈을 하지 않으면 목숨이 위험하다”고 채근하지만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애덤과 그의 부모는 “남의 피를 섞는 것은 타락을 부르는 행위”라며 맞선다.

4일 개봉하는 영화 ‘칠드런 액트’는 1989년 제정된 영국의 아동법(Children Act)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이 법은 재판부가 미성년자가 연루된 사건을 판결할 때 판단력이 성숙하지 않은 미성년자의 주장보다는 그의 복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못 박고 있다.

영화는 초중반까지 관객의 예상대로 흘러간다. “치료 거부는 법이 보장하는 인간의 존엄한 기본권”이라는 애덤의 변호사와 “미성년자인 애덤에게는 목숨을 구할 치료를 거부할 권리가 없다”는 병원 측 변호사의 법정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된다. 양쪽의 주장에 모두 일리가 있다고 판단한 피오나 판사는 애덤의 진심을 확인하기 위해 그가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직접 찾아간다. 이 만남 이후 피오나는 고심 끝에 어떤 판결을 내린다.

영화 ‘칠드런 액트’의 스틸컷.




아동법을 소재로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가치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듯했던 영화는 이때부터 새로운 길로 접어든다. 카메라는 선고 전에 있었던 피오나와 애덤의 만남이 두 사람의 일상에 미치는 파장을 관찰하기 시작한다. 판사로서 판단을 내리면 끝인 줄만 알았던 피오나는 판결 이후에도 법정에 섰던 인간의 삶은 계속 이어진다는 것을, 모든 선택에는 책임이 뒤따르기 마련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깨닫는다. 100분이 조금 넘는 러닝타임은 피오나가 선고를 내리기까지의 과정과 판결 이후의 이야기로 정확히 양분된다.

이 영화는 ‘속죄’ ‘체실 비치에서’ 등으로 잘 알려진 소설가 이언 매큐언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삼았다. 매큐언이 직접 영화의 각본을 썼으며 연출은 ‘디 아더 맨’ ‘라 트라비아타’를 만든 리처드 이어 감독이 맡았다. 줄거리와 서사가 품은 질문은 원작 소설에 기대고 있으나 정갈하고 우아한 미장센으로 영국영화 특유의 기품을 구현한 감독의 공을 간과할 수 없다.

배우들의 연기도 특별히 언급할 만하다. 에마 톰슨은 법정에서는 누구보다 당당하지만 부부관계에 서툴고 자신의 선택이 초래한 뜻밖의 결과에 당황하는 피오나의 감정적 진폭을 섬세하게 연기했다. ‘덩케르크’를 통해 대형 신인의 탄생을 알린 핀 화이트헤드는 백혈병에 걸린 소년의 창백한 낯빛과 종교적인 신념이 뿜어내는 기운을 동시에 표현해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사진제공=더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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