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수천억원대 어음 사기 등 세 차례나 사기 혐의로 수감됐다 풀려나 또 다시 수억원대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장영자(75)씨에게 1심에서 징역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장두봉 판사는 4일 사기·위조유가증권행사 혐의로 구속기소된 장 씨에 대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이날 재판 직전 출석 포기서를 재판부에 제출한 장 씨는 법정에 나타나지 않았다. 재판부는 형사소송법 제277조 2항에 따라 피고인의 출석을 요구하지 않는 경우로 판단하고 피고인 궐석상태로 선고를 진행했다.
재판부는 장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장 판사는 “계좌 내역이나 장씨가 돈을 사용한 사실을 보면 사기에 대한 검찰의 공소사실은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며 “(장씨가 거래한) 은행에 대한 금융정보 제출명령을 시행한 결과 자기앞수표를 장씨로부터 건네받은 사람들의 진술, 수표 기재 내용 등을 종합해 위조유가증권행사 혐의도 모두 유죄로 인정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장 판사는 “사기 범행의 피해 금액이 5억원에 달하고, 피해가 회복되지 않은 점, 동종범죄로 인한 우범기간 중에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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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씨는 지난 2015년 7월부터 2017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사기를 저지르는 등 피해자들로부터 총 6억2,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장 씨는 시가 150억원에 이르는 남편 명의의 삼성전자 주식 1만주가 담보로 묶여 있다며 이를 푸는 데 돈이 필요하다는 핑계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빌리고 갚지 않았다. 장 씨 남편 명의의 에버랜드 전환사채나 삼성전자 주식 등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지난달 13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출소한 지 7개월도 지나지 않아 사기 범행을 저질렀고, 위조수표 사용이라는 추가 범행도 저질러 죄질이 불량하다”며 징역 5년을 구형한 바 있다.
앞서 장 씨는 세 차례 사기로 구속됐다. 1983년 어음 사기 사건으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뒤 형기를 5년 남겨 둔 1992년 가석방됐다.
그러나 출소 1년10개월 만인 1994년 140억원 규모 차용 사기 사건으로 4년형을 선고받고 다시 구속됐다. 1998년 광복절에 특별 사면돼 다시 풀려났지만 2000년 구권화폐 사기 사건으로 구속기소돼 2015년 1월 석방됐다.
‘목포에서 그 집안 땅을 안 밟으면 못 지나간다’고 할 정도로 부유한 집안 출신으로 알려진 장영자 씨는 전두환 대통령의 친인척이자, 전 중앙정보부 간부 출신 남편이라는 배경을 등에 업고 미모와 재력을 두루 갖춘 사교계의 여왕 같은 존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손에는 1억원을 웃도는 다이아몬드 반지를 끼고, 2명의 비서와 4명의 경호원이 곁을 지켰으며, 평균 직장인 월급이 20만 원이던 시절 한 달 생활비로 3억9,000만원을 쓸 정도로 호화로운 생활을 했다고 전해져 세간의 큰 관심을 한몸에 받기도 했다. /김경훈기자 styxx@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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