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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신촌서 피어나는 파랑고래의 꿈

문석진 서대문구청장

청춘의 해방구 신촌 퇴색 아쉬워

창업공간 제공·문화활동 지원 등

청년 짊어진 짐 서대문구가 덜어

다시 꿈꾸는 거리로 만들어 갈 것





‘푸른 바다에 고래가 없으면 / 푸른 바다가 아니지 / 마음속에 푸른 바다의 고래 한 마리 키우지 않으면 / 청년이 아니지’

정호승 시인의 시 ‘고래를 위하여’ 도입부다. 지난 1980~1990년대 서울의 신촌은 마치 꿈을 꾸는 고래가 가득한 푸른 바다와도 같았다. 기존의 주류 음악과 차별화된 언더그라운드 음악이 신촌에서 태동했다. 신촌블루스·들국화·동물원 등의 뮤지션들이 활발히 활동하며 수많은 청년들과 함께 낭만을 즐기던 대표적인 장소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신촌은 청년문화 중심지의 명성이 퇴색됐다. 신촌을 찾던 젊은이들이 또 다른 핫플레이스로 떠나기도 했고,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낭만보다는 당장 먹고살 길을 찾아 나서기 바빠진 탓이다.

5월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층의 체감실업률은 24.2%로 2015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청년들은 신촌에서 대학 입학이나 각종 자격증 취득을 위한 시험 준비에 매진한다. 그러나 필자는 우리의 미래를 위해 청년들이 마음속에 고래를 키웠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젊은 날의 매력은 꿈을 위해 무엇을 저지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서대문구는 청년들의 꿈이 현실화하도록 지원군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북유럽 3국 국빈방문 뉴스를 보다가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신촌에 있는 ‘청년창업꿈터’ 1호점에 입주한 기업 가운데 하나인 ‘스타스테크’의 대표가 국빈방문에 동행한 것이다. 서대문구는 2017년 신촌의 낡은 모텔을 매입해 청년창업자들을 위해 업무·주거공간을 동시에 제공하는 청년창업꿈터 1호점을 열었다. 현재까지 12개의 스타트업을 보육해오고 있으며 이 중 하나인 ‘스타스테크’는 불가사리 추출성분을 이용해 친환경 제설제를 개발해낸 청년 스타트업이다. 민간투자 2억5,000만원을 유치하고, 중소벤처기업부 지원사업에 선정돼 정부 연구개발(R&D) 자금 5억원, 해외진출 자금 3억원 등을 지원받았다.



신촌에서 창업한 기업이 이런 성과를 거두니 청년을 위해 지속적으로 어떠한 지원을 더 해줄 수 있을지 둘러보게 된다.

서대문구는 신촌을 청년문화기지로 육성하기 위해 수년간 노력을 기울였다. 연세로를 2014년부터 ‘차 없는 거리’로 조성해 다양한 축제·예술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같은 해에 이색 문화콘텐츠 체험 공간 ‘신촌 플레이버스’를 조성했으며, 2016년에는 사용하지 않던 연세대 정문 앞 지하보도를 공연장·창업카페·세미나실 등을 갖춘 ‘창작놀이센터’로 리모델링했다. 지난해에는 청년 예술인·작가들이 모일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 ‘신촌문화발전소’도 개관했다. 또 경의선 신촌기차역 앞에 만든 ‘신촌 박스퀘어’에서 18개팀 청년창업자들이 식음료 및 다양한 아이디어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5월에는 창천문화공원에 청년들의 문화 활동과 창업 지원을 위한 도시재생 앵커시설 ‘신촌, 파랑고래’를 건립하며 청년문화벨트를 조성했다.

올해 안에는 청년창업꿈터 1호점에서 20m 떨어진 곳에 문화예술 분야 창업가 전용 공간을 별도로 갖춘 창업꿈터 2호점이 들어선다. 이와 같이 조성된 청년문화벨트가 구심점이 돼 신촌은 다시 청년들이 모여 꿈꾸는 행복한 공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 ‘고래를 위하여’를 바꿔서 읊어본다. ‘신촌에 청년이 없으면 신촌이 아니지 / 마음속에 꿈을 품지 않으면 청년이 아니지’. 꿈을 품은 고래와 같은 청년들이 신촌에 많이 모여들어 열정이 넘실대는 푸른 바다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청년의 꿈은 곧 대한민국의 미래다. 청년이 얼마나 꿈을 자유롭게 꾸고 활발하게 활동하는지가 10년, 20년 후 대한민국의 발전을 견인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신촌에서 피어나는 파랑고래의 꿈이 전국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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