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이틀 연속 금리 인하 의지를 강하게 내비친 가운데 유럽도 이르면 이달 말 통화정책 완화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여진이 계속되고 유럽과 아시아의 경기가 빠르게 식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호주와 인도가 금리 인하를 단행한 데 이어 이달 말 연준과 유럽중앙은행(ECB)이 동시에 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신흥국들까지 연쇄 금리 조정이 이어지며 글로벌 2차 돈 풀기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ECB 정책위원들이 커지는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완화적 통화정책이 필요하다는 데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날 공개된 ECB 정책위원회 6월 의사록에 따르면 정책위원들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와 2조6,000억유로(약 3,451조3,440억원) 규모의 채권매입 프로그램 재개를 검토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로이터는 이를 두고 “ECB의 금리정책과 자산매입 지침의 변경을 포함한 잠재적 조치들을 추가했다”고 해석했다.
이 때문에 오는 25일 열리는 7월 정책위원회 회의에서 현재 -0.4%인 중앙은행 예치금에 대한 금리를 하향 조정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이르면 이달 금리 인하가 뒤따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ECB가 금리 인하에 무게를 두는 것은 유로존 경기의 하방 리스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하계 전망을 통해 내년 유로존 성장률 전망치를 1.4%로 0.1%포인트 내렸다. 연준도 유럽과 아시아를 리스크 요인으로 꼽을 정도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이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유럽까지 금리 조정에 나설 경우 아시아 신흥국을 포함해 주요국 중앙은행의 연쇄적인 금리 인하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둔화에도 미국으로의 자금이탈을 우려해 금리를 낮추지 못하고 있는 국가들의 경우 미국이 금리를 낮추면 자국 금리를 내릴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유럽이 이번에 금리 조정을 검토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만일 미국이 이달에 이어 9월에 추가로 금리를 낮출 경우 이런 분위기는 더 짙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제임스 나이틀리 ING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올해 7월과 9월에 각각 기준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신흥국들의 도미노 금리 인하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당장 미중 무역전쟁에 직격탄을 맞은 싱가포르는 2·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연율 기준 전년 대비 3.4%나 급감하면서 금리 인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경제난을 겪고 있는 터키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행정부의 금리 인하 요구 거부를 이유로 중앙은행장을 교체한 만큼 향후 본격적인 통화 완화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일찌감치 금리 인하에 돌입한 호주의 경우 현재 사상 최저인 1.0%까지 내려온 금리가 내년 2월까지 0.5%로 반 토막 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앞서 지난달 인도는 기준금리를 6%에서 5.75%로 낮췄으며 5월에는 필리핀과 아이슬란드·말레이시아·스리랑카 등이 기준금리를 0.25~0.5%포인트씩 내린 바 있다.
/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