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무덥거나 운동을 하면 몸 전체에 퍼져 있는 에크린땀샘에서 땀을 내보내 몸의 열기를 식혀준다. 사람은 체온이 섭씨 37도보다 올라가면 열을 몸 밖으로 내보내는데 땀은 그 기능의 80%가량을 담당한다. 냉각수인 셈이다. 땀은 피부 건조를 막아주고 피부 각질의 탈락·재생을 도우며 몸속 노폐물을 배출하는 역할도 한다. 운동이나 신체 움직임으로 땀을 흘리면 피부 대사와 혈액순환이 활발해져 새로운 세포 생성을 촉진한다. 이는 피부 방어막인 각질의 원활한 탈락·재생을 돕는다. 몸에 쌓여 있던 납·카드뮴 등의 중금속과 노폐물도 땀과 함께 배출된다.
◇다한증, 하루 땀 2~5ℓ 흘려…일반인의 3~8배=하지만 땀이 피부에 좋은 작용만 하는 것은 아니다. 땀에는 산 성분이 포함돼 있어 여드름·아토피성 피부염 등 피부에 염증성 질환이 있는 경우 모공이 쉽게 막히거나 모공벽이 파괴돼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 화장을 한 채 흘리는 땀도 피부 건강에 안 좋다. 맑은 날씨에 야외에서 강한 자외선을 받으면 여드름·아토피성 피부염이 악화된다. 화장까지 했다면 피지와 땀, 화장품 노폐물, 대기오염 물질 등이 범벅이 돼 모공이 막히게 된다. 화장을 한 채 피트니스센터 등에서 운동하거나 등산을 하는 여성이 적지 않은데 피부가 건강한 편이라도 트러블이 생기기 쉽다.
덥고 습한 여름은 피지·땀 분비가 늘고 세균·곰팡이 번식이 왕성한 시기다. 다한증이나 액취증이 있다면 더욱 고역이다.
다한증은 교감신경이 비정상적으로 항진돼 얼굴·손바닥·발바닥·겨드랑이 등 국소부위나 전신에 땀이 많이 나게 된다. 긴장·흥분 상태에서도 자주 일어난다. 일반인들이 하루 0.6~0.7ℓ, 다한증이 있으면 2~5ℓ의 땀을 흘린다.
다한증 치료는 일반적으로 바르거나 주사하는 약물을 쓰지만 관련 교감신경을 흉강내시경·전기칼로 끊어주거나 고주파 열로 신경조직을 부분적으로 응고시키는 치료를 하기도 한다. 다만 수술 후 다한증과 상관없던 부위에 전보다 땀이 많이 나는 합병증(보상성 다한증)이 발생할 수 있다.
단백질을 비롯해 다양한 성분을 포함한 땀은 애초에는 냄새가 없다. 그러나 피부 표면에 터 잡은 세균·곰팡이가 땀에 포함된 물질이나 피부 각질층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심한 냄새를 풍기게 된다.
겨드랑이 아포크린땀샘과 모낭 주위의 피지선 분비물이 세균에 의해 분해되면서 고약한 냄새가 나는 액취증이 대표적이다. 50~60%는 다한증을 동반한다. 일반적으로 사춘기 때 호르몬의 영향을 받아 겨드랑이에 있는 아포크린땀샘의 활동이 왕성해지며 겨드랑이 쪽 옷 색깔이 누렇게 변하기도 한다.
◇갑상선기능항진증, 식욕 왕성한데도 체중 줄어=다한증·액취증이 있으면 목욕·샤워를 자주 하고 땀 흡수가 잘 되는 면 소재 속옷을 자주 갈아입는다. 고지방·고칼로리 음식은 피하고 과일·채소를 자주 섭취하며 땀 분비를 증가시킬 수 있는 술·카페인 음료 섭취는 삼간다. 겨드랑이를 씻을 때 항균 비누를 쓰고 겨드랑이털을 없애면 액취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 최영웅 인제대 상계백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항균 비누와 국소항생제 등으로 분비물과 세균을 제거하는 게 액취증의 기본적 치료”라며 “효과가 없으면 보툴리눔톡신 주사, 레이저 치료, 아포크린땀샘 제거수술 등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발에 땀이 많이 나면 에크린땀샘 주변 피부에 터 잡은 세균·곰팡이가 피부 각질층을 분해하면서 생기는 이소발레릭산 때문에 심한 발 냄새가 날 수 있다.
갑자기 땀을 많이 흘리고 더위를 참지 못한다면, 식욕은 왕성한데 체중이 줄었다면 갑상선기능항진증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갑상선호르몬이 과다 분비되면 각종 장기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느라 열이 발생해 땀이 많아진다. 편안한 상태에서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맥박이 빨라지며 조금만 긴장해도 손발을 떤다. 더위에 입맛이 떨어지는 일반인과 달리 식욕은 왕성한데 체중은 감소한다. 가벼운 움직임에도 숨이 차고 피로감을 느끼며 신경이 예민해져 짜증을 잘 낸다. 피부가 가렵고 변이 물러지며 배변횟수가 잦아진다. 여성의 경우 생리가 불규칙해지고 생리 양이 줄어든다. 국내에서는 드물지만 안구가 심하게 돌출되는 경우가 있는데 흡연은 안구돌출을 조장하므로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
증상이 뚜렷하고 치료가 어려운 병은 아니며 합병증도 미미한 편이다. 고경수 인제대 상계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1~2개월 동안 약을 하루에도 여러 알, 수회 복용하면 갑상선 기능이 정상으로 돌아온다”며 “이후 복용량·횟수를 줄여가 1년가량 하루 1회 약을 먹으면 되는데 임의로 중단하면 십중팔구 재발한다”고 말했다.
한편 사우나로 흘리는 땀은 칼슘·칼륨·마그네슘·인 등 우리 몸에 필요한 성분이 외부로 빠져나가고 수분 부족, 전해질 균형 이상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자제하는 게 좋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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