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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한국형 톤틴 연금' 못 나오는 이유

유주희 금융부 기자





“한국형 톤틴 연금이 필요하다고 제안해봐도 금융 당국의 거부감이 심하더군요. 다양한 상품 출시를 지원하고 연금 시장을 살리는 게 당국의 역할 아닙니까.”

얼마 전 만난 보험업계 고위관계자의 토로다. 17세기 이탈리아의 은행가였던 로렌초 톤티가 창안한 ‘톤틴 연금’은 일찍 사망하는 가입자의 보험금 전부를 나머지 가입자들의 연금 재원으로 쓰는 구조다. 조기 사망자가 늘수록 다른 가입자들이 득을 보게 돼 비윤리적인 측면이 있는데다 과거 금융사기에도 악용됐지만 최근 일본·프랑스 등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톤틴 연금은 이 같은 부작용을 개선한 21세기 버전이다.

예를 들어 원래의 톤틴 연금은 조기 사망할 경우 수령 금액이 0원이지만 지난 2016년 일본 닛폰생명이 ‘톤틴형 연금’을 표방하며 선보인 ‘그랑 에이지’는 조기 사망자에게 해약환급금을 지급한다. 여타 종신보험 가입자가 사망할 때 받는 돈보다는 적은 액수다. 나머지 금액은 다른 가입자들에게 돌아간다는 톤틴 연금의 특징은 남아 있다. 일반 연금보험보다 더 많은 연금을 지급한다는 강점 덕분에 출시 1년 만에 4만5,000건 이상 팔리며 인기를 끌었고 이후 다이이치생명·간포생명 등이 잇따라 변형된 톤틴 연금을 출시해 인기를 모았다. 이는 고령화·소가족화로 더 많은 노후 자금이 필요하지만 가족에게 남길 사망 보험금은 덜 필요해진 최근의 금융 소비자 수요에도 부합한다.



일본보다 더 빠른 고령화에 맞닥뜨린 우리나라 보험업계가 이 같은 상품을 놓칠 리는 없다. 문제는 금융 당국이다. 톤틴 연금에 대한 낡은 인식에 근거해 ‘한국형 톤틴 연금’ 출시를 가로막아왔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이미 다양한 톤틴형 연금이 판매되고 있는데도 국내에선 관련 상품 출시를 막는 규정이 2016년까지 남아있었고, 아직도 보험사들은 눈치를 보고 있다.

가뜩이나 위축된 국내 연금보험 시장을 떠올리면 더더욱 안타깝다. 2014년 7조원이 넘었던 국내 생명·손해보험사 연금보험 초회보험료는 지난해 2조2,133억원으로 69%나 줄었다. 2022년 도입될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 17)에 따르면 연금보험은 매출이 아니라 부채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연금보험 시장을 살리고 국민들이 더 효과적으로 노후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충분히 형성돼 있다. 이를 위해 금융 당국이 좀더 적극적으로 다양한 상품 출시를 지원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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