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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본 선임기자의 청론직설] "소득주도성장 등 文정부 정책, 열만 많이 낼뿐 빛은 안보여..핵심인 노동개혁도 시기 놓쳐"

■ 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

족보에 없는 정책 급조한 탓 성장·분배 모두 뒷걸음

노동개혁 시기 이미 놓쳐..총선 이후 대타협도 의문

사회 안전망 확충·노동시장 유연안정화 모델 구축 필요

'촛불청구서' 불사르고 '디오게네스의 등불' 밝혀야

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이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현 정부의 노동정책을 포함한 사회·경제정책은 열만 많고 빛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김대환(70) 인하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진보 정권과 보수 정권 모두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다. 진보 경제학자인 학현(學峴) 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의 제자인 그는 노무현 정부에서는 노동부 장관을, 박근혜 정부에서는 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정부에 몸담았을 시절 무엇보다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심혈을 쏟았다. 그런 그가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 등에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그는 최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현 정부가 거의 모든 정책에서 열은 많은데 실제 경제성장에서나 분배개선에서 빛이 보이지 않는다”며 “핵심인 노동개혁을 애써 외면해왔는데 내년 4·15 총선에서도 의제로 삼을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설령 총선 이후 노동개혁을 국가적 의제로 다룬다고 해도 대선(2022년 3월9일)을 앞둔 집권 4년차라 시기를 놓쳤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문재인 정부의 사회·경제정책을 평가한다면.

△소위 ‘소득주도 성장’을 제1의 정책기조로 내세워 현실을 거역하고 고집스럽게 강행해오지 않았나. 그동안 열은 엄청나게 내뿜었는데 빛은 보이지 않는다. 성장은 물론 분배도 뒷걸음치고 있지 않나. 성장과 분배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방책은 없다. 혁신성장을 통해 성장하고 분배를 개선할 수 있는 현실성 있는 정책 패키지를 제시해야 한다. (그는 소주성에 대해 “어설픈 진보와 개념 없는 정치의 합작품으로 대선 과정에서 급조된 족보 없는 것이 나왔다”고 비판한다.)

-현 정부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의 격차가 확대되는 현상) 혁파를 위한 노동개혁이다. 현 정부는 공공 부문의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고 최근 속도조절을 하기는 했지만 지난 2년간 최저임금을 급격히 인상하며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결한다고 했지만) 오히려 심화시켰다. 실례로 비정규직을 무조건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청년 일자리 기회가 감소하는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나. 노동정책 등 사회·경제정책을 전체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청와대에 있기는 하나. 이제는 정책기조를 전환해야 한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혁은 어떻게 해야 하나.

△제가 노사정위원장으로서 (한국노총·경영자총협회·고용노동부 간) 중재했던 2015년 9·15 사회적 대타협에 정책과제들이 다 들어 있다. 하나씩 실천에 옮기면 된다. 당시 대타협은 노동시장 구조개혁으로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체제를 구축하자는 것이었다.

-핵심내용을 소개하면.

△노동시장에서 대기업과 공공 부문에 종사하는 소득 상위 10%의 근로자들은 임금 인상을 자제하고 거기서 나온 재원을 가지고 청년 고용, 중소기업 비정규직 지원에 활용하자는 것이다. 근로시간 단축을 4단계로 단계적으로 시행하고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6개월로 도입하자는 안도 합의했다.

-그런데 대타협이 왜 파기됐나.

△한국노총에서 합의 후 집행부가 조금 시달렸던 것 같다. 노조 쪽이 리더십 경쟁이 심하지 않나. 정부도 좀 무리했다. 사회적 대타협에서 저성과 근로자 해고 문제를 계속 논의하기로 했으나 고용노동부가 직업훈련을 통해 지침으로 바로 시행하려고 했다. 법 개정 전에 시행하려다가 한국노총에 합의 파기의 구실을 줬다. 당시 민주노총은 사회적 대타협에 참여하지 않았다.

-현 정부에서는 노동개혁 등 경제사회 문제를 다뤄야 하는 경사노위(노사정위의 후신인 경제사회노동위)가 아예 파행인데.

△사실상 개점휴업이 이어지고 있다. 다시 탄력받기는 힘들 것이다. 2015년 사회적 대타협 같은 것을 경사노위 우산 밑에서 다시 시도하는 것은 힘들다. 현 정부가 민주노총에 끌려다닌 측면도 있을 수 있고 지난번 합의했다가 노동계가 파기한 것이어서 후임 (한국노총) 집행부가 다시 테이블에 올리기에는 리더십의 한계가 있을 것이다.



-내년 총선 이후는 노사정 대타협 가능성이 있겠나.

△노동개혁이 힘들 것이다. 할 수 있는 시기를 이미 놓친 것 아니냐. 내년 총선이 끝나고 나면 곧바로 대선전으로 가는데 균형 잡힌 리더십이 작동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제 눈에는 균형감 있는 정치세력과 정치지도자가 보이지 않는다. 총선 이후 분수령이 되기는 할텐데 정부와 집권세력의 생각이 바뀔 것이라 기대하기는 힘들다. 야당도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하기보다 표를 어떻게 얻나 수준에서 끝나지 않을까 싶다. 이런 것이 걱정되고 고민된다.

-노동개혁 없이는 양극화 해소나 성장동력 확보가 어렵지 않나.



△맞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동전의 양면처럼 (중소기업과 비정규직은 노조 조직률이 낮은) 노사관계의 이중구조와 맞물려 있다. 노동시장 유연안정화 모델을 구축하고 직업훈련 강화와 사회안전망 확충에 역량을 쏟는 담대한 노동개혁이 필요하다. 그래야 고용이 늘고 혁신성장과 분배개선의 선순환도 꾀할 수 있다. 세금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쉽지만 지속 가능성이 없다. 노동개혁은 어렵지만 지속적으로 일자리의 양과 질을 높여나갈 수 있다.

-촛불 청구서를 불사르라는 얘기도 했는데.

△노동계 등이 제시하는 촛불 청구서는 불살라야 한다. 촛불을 치켜들면 들수록 밑의 어둠은 더 커진다. 실험적 가설을 개념적으로만 확장한 현실 부정합적인 정책에서 재정 의존적인 선심성 정책까지 어둠이 짙게 깔려 있고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촛불타령은 그만두고 디오게네스의 등불을 밝혀야 한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디오게네스는 세상이 어둡다는 것을 보여주고 진실하고 정직한 사람을 찾기 위해 낮에 등불을 들고 다녔다고 한다.)

-최저임금이 2년 연속 급격히 오르다 최근에 내년분은 2.9% 인상으로 결정됐는데.

△이번에는 동결하기를 바랐다. 지금 연 3조원 가량이 일자리안정자금 명목으로 최저임금 보전에 투입되는데 이번에 최저임금을 동결했다면 세수투입도 그만큼 줄일 수 있는 여지가 있지 않겠나. 현 정부 들어 2년간 두자릿수(2018년 16.4%와 2019년 10.9%)로 최저임금을 인상한 뒤 중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일자리를 줄이자 결국 세금으로 보전해주고 있는데 하수 중의 하수다. 최저임금이 많이 오른다고 해도 생활물가가 그 이상으로 올라 서민들도 먹고살기 힘들다. 생활비나 주거비·사교육비 등이 다 오르지 않았나.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물가는 낮지만 물가지수에 들어가지 않는 게 많아 체감물가는 다르다. 제 손주가 먹는 과자만 해도 가격을 안 올리는 척 양을 줄이다가 결국 가격도 올리더라.

-최저임금 제도의 개선책은.

△지역마다 물가가 다르고 업종마다 경기가 다르니 업종별·지역별 차등화가 바람직하다. 전문가 중심으로 태스크포스를 꾸려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구간설정위원회’ 같은 편의적 발상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8월 초쯤 총선에 나갈 장관들을 포함해 큰 폭의 개각과 청와대 비서진 개편이 예상되는데.

△믿을 수 있는 내 편만 쓰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전문성을 갖춘 인사로 개편해야 한다. (그는 “기본이 안 된 사람들이 청와대에서 국정을 담당해 화가 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모임에서 강연 연사로 초청했다가 취소한 적도 있다며 “그 이유를 정치적으로 둘러대더라”고도 했다.) 계속 코드인사, 회전문 인사를 해서 되겠나. 소득주도 성장, 공정경제, 혁신성장 중 그나마 공정경제에서 성과가 난다는 취지로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을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쓴 모양인데 공정경제도 재벌 대기업의 거버넌스 개편에 초점을 맞추는 게 맞는 방향인지 의문이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유도 지침)도 마찬가지다. 새 인물을 쓰면서 기존 실험적 정책은 과감히 수정해 시장의 역동성을 불러일으켰으면 한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혁파 의지도 내보이고 주52시간제도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일본의 수출규제 확대가 우리 경제에 태풍의 눈이다. 왜 이렇게 됐다고 보나.

△위안부(피해자) 문제에 이어 한국 대법원의 일본 기업 징용배상 판결에 대해 일본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서 해석에 관한 이견 시 둘 수 있는 한일중재위원회를 요구했으나 한국 정부가 거절했다. 제3국 중재위원회도 마찬가지다. 일본이 한국의 전략물자 대북 밀반출 의혹도 주장하는데 한일전략물자관리회의도 역시 정부가 거절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몰상식한 행태를 보면 우리 정부의 입장이 이해가 가지 않나.

△일본에서는 언제까지 자신들이 사과해야 하느냐는 시각이 적지 않다. 우리는 진정한 사과가 아니라고 하지만 입장이 다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순신 장군이 12척의 배로 나라를 지켰다”고 얘기하고 조국 민정수석은 동학농민혁명을 소재로 한 (고 김남주 시인이 작사한) 죽창가를 소셜미디어에 띄우고 김상조 정책실장은 “(일본의 수출규제) 롱(long)리스트를 갖고 있는데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수출규제는) 가장 아프다고 느낄 1번에서 3번까지를 딱 집은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비분강개만 하거나 준비가 된 척해서야 되겠나.

-그렇다면 해결책은 뭐라고 보나.

△문 대통령이 아베 총리를 만나 외교적으로 푸는 것이다. 일본통인 이낙연 총리를 특사로 보내야 한다. 미국에 중재해달라고 하지만 미국이 “한일 갈등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속내는 ‘한국이 원인을 제공했다’고 하는 마당인데 그게 되겠나. /kbgo@sedaily.com

● he is…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시절에 노무현 후보 대선캠프에 참여한 뒤 2004년 2월 노동부 장관으로 발탁됐다. 예상과 달리 노동계의 불법파업에 법대로 엄정하게 대처했다는 평이 나온다. 박근혜 정부와 아무 인연이 없었지만 2013년 6월 삼고초려 끝에 노사정위원장이 됐다. 2015년 9월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을 이끌어냈으나 4개월여 만에 파기됐다. 서울대 경제학과 재학시절 학생운동으로 제적됐다가 복학한 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땄고 1994년 참여연대 초대 정책위원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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