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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불명 턱관절 통증, MRI로 잡아내요

디스크 이탈해 염증·통증 심해도

뼈 이상 없으면 CT론 알수 없어

'너무 예민·스트레스·꾀병' 오해도

치과병원 전용 MRI 국내 첫 도입

연세대, 디스크증·종양 등 진단율↑

한상선 연세대 치과대학병원 영상치의학과 교수가 제자리를 크게 이탈한 턱관절 디스크(쑥색의 U자형 구조물)를 알기 쉽게 표시한 자기공명영상(MRI)을 보여주며 턱관절 디스크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임웅재기자




“턱관절 디스크가 제자리를 크게 벗어난(원판 변위) 젊은 환자는 X선 파노라마, 치과용 컴퓨터단층촬영(CT) 등 방사선 검사를 해도 뼈의 변화가 관찰되지 않아 원인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턱관절 부근 구조물에 종양이나 혈관성 기형이 생긴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면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하면 디스크증·종양 등을 조기에 진단·치료할 수 있습니다.”

한상선 연세대 치과대학병원 영상치의학과 교수는 “올해 1월17일부터 국내 치과대학병원 중 처음으로 전용 MRI 장비를 운용해보니 턱관절뼈·잇몸뼈 등에 문제가 없는 젊은 턱관절 디스크증 환자 등의 조기 진단·치료율이 높아졌다”며 “턱관절 디스크증 진단에는 MRI 영상이 절대적”이라고 말했다.

턱관절 디스크증은 관절 부위의 디스크가 정상 범주에서 벗어나 염증이 지속, 골(骨) 변화와 골관절염으로 진행된다. 통증이 심하면 입을 벌리기도, 음식을 먹기도 어려워진다. MRI 영상은 턱관절 통증이 디스크의 위치·형태 변화 때문인지, 종양 등 다른 원인 때문인지 진단할 수 있게 해준다. 뼈가 아닌 디스크·혈관·근육·인대 등 연부조직의 상태, 염증으로 생긴 삼출액, 종양 등을 파악할 수 있어서다. MRI 검사를 받지 않았다면 ‘증상은 턱관절 디스크증과 비슷한데 뼈에 이상이 없어 원인불명’이라거나 ‘너무 예민해서’ ‘(고3병 등) 스트레스 때문’ ‘꾀병’이라는 잘못된 진단으로 병을 키웠을 환자들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턱관절 디스크증 의심돼 MRI 검사 45%가 10~20대

연세대 치과대학병원이 전용 MRI 장비를 6개월 운용해보니 턱관절 디스크증이 의심돼 MRI 검사를 받은 환자의 45.4%가 10~20대였다. 젊은 환자는 대부분 뼈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아 X선 파노라마·CT 영상으로는 턱관절 디스크증 진단이 어렵다. 제대로 된 진단이 늦어지면 적극적인 치료 시기도 그만큼 늦어진다.

반면 MRI 영상에선 디스크 이탈, 삼출액 등이 관찰됐다. 턱관절 부근의 통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의 4%는 턱관절 인접 구조물에 생긴 종양, 혈관성 기형이 원인이었다. 이런 환자에게 턱관절 치료를 해도 나을 리 없다.

구강암의 80~90%는 구강점막·혀 등 연조직에서 발생한다. 지난해 연세대 치과대학병원에서 진료받은 턱관절 디스크증 환자는 2만여명, 구강암 환자는 2,500여명에 이른다.

# 고등학생 때부터 왼쪽 턱관절 통증에 시달려온 22세 남성 A씨. 치과의원에 다녔지만 증상은 악화됐고 CT 검사에서 턱관절뼈 이상이 발견되지 않아 원인을 모른 채 지내왔다. 하지만 MRI 검사를 받았더니 디스크가 원래 위치에서 크게 벗어나 있고 왼쪽 턱관절 내부에 오랜 염증으로 삼출물이 고여 있는 게 확인돼 턱관절 디스크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후 잠을 잘 때 마우스피스처럼 생긴 구강장치(스플린트)를 끼는 등 보존적 치료로 통증이 많이 줄었다.



# 1년 전부터 입을 벌리거나 음식을 씹을 때 왼쪽 턱이 아픈 52세 여성 B씨. 치과의원에서 물리치료만 받다가 CT 검사를 받았는데 턱관절뼈에는 문제가 없었다. 구강내과 주치의의 권유로 MRI 검사를 받았더니 턱관절강에 생긴 석회질 종양(활액연골종증) 때문이었다. 다행히 뼈의 변형이 일어나기 전에 발견, 수술을 받아 증상이 꽤 호전됐다.

# 왼쪽 턱 통증을 겪던 31세 남성 C씨. MRI 검사 결과 턱관절부터 아래턱뼈(하악골)까지 이어지는 악성 종양이 발견돼 바로 치료에 들어갔다.



◇지난해 턱관절장애 진료인원 40만명…10~30대가 59%

연세대 치과대학병원도 올해 1월 전용 MRI를 운용하기 전에는 환자가 인접한 세브란스병원에서 MRI 검사를 받기 위해 1개월 안팎 기다리거나 외부 MRI 검사 전문 의원 등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었다. 1개월을 기다려 MRI 검사를 받았는데 C씨처럼 암이 발견됐다면 생명이 더 위태로워지거나 수술로 제거해야 할 부위가 더 커졌을 수 있다.

한상선 영상치의학과장은 “정밀도가 높은 3테슬라(3.0T)급 전용 MRI 운용으로 구강암, 턱관절 질환, 염증을 포함한 입안·얼굴 부위의 모든 질환에 대해 정확·신속하고 편리한 검사·진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응급한 경우로 판단되면 당일 검사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치과 영상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방사선사가 MRI 영상을 촬영하고 영상치의학 전문의와 구강내과 등 주치의 간 의사소통이 원활한 것도 연세대 치과대학병원의 강점이다. 턱뼈부위에 발생하는 병변 진단에 특화된 MRI 영상촬영법도 개발 중이다. 턱관절 등에 대한 방사선사의 해부학적 노하우가 많아야 제자리에서 이탈해 찌그러지거나 눌리는 등 변형됐거나 얇아진 디스크가 MRI 영상에 잘 보이도록 촬영할 수 있다. 이는 영상치의학 전문의가 정확한 진단을 하는 밑바탕이 된다.

지난해 국내 턱관절장애 진료인원은 39만8,400여명으로 2014년 약 33만8,300명보다 18% 증가했다. 여성이 23만6,300여명(59%)으로 남성보다 1.46배 많다. 연령대별로는 20대가 28%로 가장 많고 10대·30대를 합하면 59%를 차지한다.

과거 치과 분야는 X선·CT 영상으로 치아·뼈 상태를 보고 진단·치료하는 데 치우쳐 있었다. 그래서 턱관절 디스크증, 음식을 씹는 근육·침샘·혀 등에 발생한 질환의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빅5 병원(삼성서울·서울성모·서울아산·서울대·연세대 세브란스) 중 치과대학병원을 운영하는 곳은 서울대·연세대 뿐이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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