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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24시]反日은 더이상 자유대한의 꿈 이끌 수 없다

이면우 세종연구소 부소장

정부, 반일 움직임 부추기기보다

WTO에 日수출규제 부당 알려야

日, 징용자문제 넘어 지속공세 예고

반일보다 협일 자세로 난관 극복을

이면우 세종연구소 부소장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에 대한 우리 국내의 반발이 높다. 불매운동 등과 같은 ‘노 재팬’에 대한 참여도가 높아지고, 다양해지며, 때로 거칠어지고도 있다. 일본 측에 따르면 아직은 우대조치를 철회하는 정도이기에 수출규제를 무역제재라고 표현하면 다소 지나친 혹은 왜곡된 표현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결국에는 경제적인 측면에서나마 싸우자는 의도로 인식해 대응하려는 한국으로서는 일본정부의 수출규제 조치에 명확한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역사인식 문제에 있어 하나임을 보여주는 불매운동의 자발적 참여가 결코 과하거나 낯설지 않다.

하지만 시민들의 이러한 자발적 움직임을 부추기려는 정부와 여당, 그리고 공공기관들의 반일(反日) 캠페인에는 동의하기 어렵고 시대착오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무엇보다도 일부 시민단체들의 일본 총영사관 난입 등 무지하고 유치한 움직임에서 보듯 이 상황을 이용하려는 세력에 의해 사태의 본질이 변질되고 훼손되며 한국의 시민 레벨이 폄하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이지만, 정부나 공공기관들은 따라서 그와 같은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은 물론 피해의 최소화를 위해 준비해 추진해야 할 일은 따로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3·1운동의 선인들이 한국의 뜻을 전달하는 데 있어서도 문명국의 자부심으로 비폭력정신을 살렸던 것처럼 법과 예의 유지에 소홀하지 말자는 것이기도 하다.

주지하다시피 일본 수출규제는 징용자 문제와 연관된 한국 대법원의 판결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취해지는 우리 정부 조치에 대한 보복적 조치다. 따라서 우리 정부가 우선 해야 할 일은 한국 대법원의 판결 및 그에 따른 정부의 대응조치가 합당하고 따라서 일본의 수출규제와 같은 보복조치는 부당하다는 것을 세계무역기구(WTO)나 미국 등 국제사회는 물론 상대국인 일본에도 알리고 이해를 구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일본 정부가 취할 조치 중에서 수출규제는 이제 겨우 시작이고 한국의 대응을 주시하겠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정부가 미리 전면에 나서서 싸움을 거는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은 국민의 자발적 불매운동 참여가 보여주는 항일적 정신을 손상시키지 않고 튼실한 후원군으로 삼아 정부가 제시하는 조치의 정당함을 명분 있게 국내외적으로 알릴 때라는 것이다.

또한 일본의 문제 제기가 징용자 문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보다 복합적인 측면에서 비롯됐다는 점에 관심을 기울여 대응해야 한다. 일본 수출규제는 분명 징용자 문제와 연관된 보복조치이지만 그 뒤에는 국제적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거나 가치 공유국으로서의 한국을 제외시키는 일본의 지속적 공세에서 보듯이 위안부 문제나 징용자 문제 등과 같은 역사인식 문제의 해결과정에서 제기된 한국의 신뢰성 문제 또는 한일관계의 특수성에 대한 근본적 문제 제기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수출규제로 시작된 일본의 보복조치가 참의원선거가 끝났다고 해서 완화되거나 일본제품의 불매운동 등으로 해결의 길이 열릴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안이하고 일방적일 뿐이다. 특히 1965년 기본조약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면 이 문제 제기를 반일캠페인으로 회피하지 말고 진정한 파트너십을 위한 한일관계의 재구축이라는 장기적인 관점에 서서 피해를 최소화하고 발전의 새로운 기회로 삼는 국내외적 태세를 신중히 강구해야 할 것이다.

지금 세계는 요동치고 있다. 냉전의 붕괴로 시작된 세계화의 흐름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출현이나 브렉시트와 같은 자국우선주의에서 보듯 중국의 등장 등에 의해 한계를 드러내며 주춤하고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은 중동정책에 변화를 주며 이 지역의 불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동북아에서도 북한의 핵개발이 결국 세 차례의 미북정상회담으로 이어져 냉전적 긴장감을 완화하는 데는 다소 기여했지만 최근 중국과 러시아의 한국방공식별구역 무단진입 및 영공 침범에서 보듯이 역내의 불안정성을 해소하기보다는 촉발하는 양상이다.

새로운 질서가 어떤 모습이 될지, 언제 안정적인 모습을 갖출지 알 수 없지만 현재 분명한 것은 세계는 그것을 향해 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세계정세의 변환 속에서 일본이 한국을 향해 신뢰성 문제를 제기한다는 것은 어려운 상황을 함께 헤쳐나갈 의향이 있는가를 묻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구태의연하게 일본을 과거의 제국주의적 이미지로만 국한해 반일캠페인을 벌인다면 한국이 추구하는 방향이 본의 아니게 일본과는 다른 곳인 것처럼 비쳐질 가능성이 있다.

이는 마치 메이지 유신을 일궈낸 일본이 보낸 국서를 거기에 적힌 황상이라는 표현을 이유로 그 내용을 제대로 음미하지 않고 접수를 거부해 반발을 초래한 우를 범했던 예와 유사하다. 이러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도 현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일본이 제시하는 방향을 심사숙고해 스스로 되돌아보는 것이고 스스로 옳다고 여겨도 상대방을 막다른 골목에 몰아넣지 않는 것이다.

반일은 안정된 국제질서 속에서 일본의 수준을 추격하고자 하는 데는 유효했지만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과학기술 발전에 의해서도 불확실성 및 불안정성을 배가하는 세계정세의 변화 속에서 자유대한의 꿈을 키워나가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이라는 차원에서 북한이나 중국을 포용한 것처럼 반일이 아닌 협일(協日)의 자세로 역사의 전환기를 맞이해 자유대한을 지키고 발전시키려는 각오와 비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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