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갈등을 빚고 있는 호르무즈해협에서 유럽 주도의 선박 공동호위를 제안했던 영국이 미국이 주도하는 ‘호르무즈 호위 연합체’에 참여하기로 했다. 합의 없이 유럽연합(EU)을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Breixt)’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친미 성향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취임을 계기로 미국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자 입장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은 5일(현지시간) “우리의 목표는 호르무즈해협에서 항행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광범위한 국제지원 체계를 확립하는 것”이라며 미국이 주도하는 호위 연합체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벤 윌리스 국방장관도 “호르무즈해협 문제의 국제적 해법을 찾기 위해 미국을 비롯해 다른 국가들과 함께하기를 고대한다”며 다른 나라의 동참을 촉구했다.
미국은 걸프해역 입구의 호르무즈해협에서 지난달 19일 영국 유조선이 이란 혁명수비대에 억류되자 호르무즈해협에서 상업용 선박의 군사 호위 제공을 위한 연합체를 추진해왔지만 주요국들이 참여에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어려움을 겪어왔다. 독일·일본 등 주요국들은 이미 불참 의사를 밝혔고 유럽 주도의 선박 공동호위를 제안한 영국도 미국이 주도하는 연합체 추진과 거리를 둬왔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의 이번 입장변화는 지난달 취임한 존슨 총리가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내린 결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간 가디언은 “유럽 주도의 호위 연합체는 제러미 헌트 전 외무장관이 지난달 보수당 대표 경선에서 패배하기 전에 내놓은 계획”이라며 “영국 내각이 기존 방침에서 방향을 틀었다”고 분석했다. 다만 영국은 여전히 이란 핵협정 탈퇴 등 미국의 대(對)이란 ‘최대 압박’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뜻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유럽과 아시아 주요국들은 이란 핵 합의에서 이탈한 미국의 ‘이란 포위망’에 가담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일본도 이란과의 관계 악화를 피하기 위해 미국 주도의 호위 연합체 구상에 참여하기보다는 자위대 단독으로 경계감시와 정보수집 등을 통해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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