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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축제’, 인천에서는 되고 해운대에서는 안되는 이유?

오는 31일 인천 부평역 광장에서 ‘인천 퀴어문화축제’열려

정당·시민단체 집회장소 이용된 해운대 구남로 광장은 "불허"

부산 일부 지자체, ‘인권조례’ 개정 움직임…‘성적지향 존중’ 삭제

“해운대구청, 명백한 차별 행정” 항의집회 예정

지난 20일 해운대구청에서 부산퀴어문화축제 기획단은 구남로 광장 집회에 대한 구청 측의 불허 결정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부산퀴어문화축제 기획단 트위터




성 소수자 존중과 권리 인정을 주장하는 ‘퀴어축제’ 개최 여부를 놓고 지자체 간 엇갈린 결정을 내리면서 찬반 논쟁이 후끈하다. 오는 31일 인천 부평역 북광장에서는 인천퀴어축제가 예정된 데 반해 부산퀴어축제는 해운대구청의 반대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개정된 해운대구 인권 조례가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조장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9일 인천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는 “제2회 인천퀴어문화축제 개최 장소를 확정하고 경찰에 집회 신고를 마쳤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종교단체와 일부 주민 반대로 무산됐으나 올해는 예정대로 진행되는 것이다. 반면 부산퀴어문화축제 기획단은 16일 해운대구청의 도로점용 불허로 인해 축제를 개최하지 못할 것 같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구남로에서 열리는 집회는 해운대구청으로부터 사전 도로점용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축제 찬반 세력의 대치로 인해 안전이 우려된다며 구청이 3년째 이를 불허한 것이다. 이에 기획단은 “지난 2년간 해운대구청의 불허에도 축제를 진행했지만 경찰과 잘 협조해 안전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획단은 “부산퀴어축제는 성 소수자를 비롯해 차별받고 있는 모든 사회적 소수자들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수 있는 안전한 축제”라고 강조했다.

인천과 부산에서 예정돼 있던 퀴어축제가 상반된 행보를 보인 것은 개최 장소의 차이에 따른 것이다. ‘광장’에서 집회를 열 경우 지자체에서 막을 방법이 없지만 ‘도로’일 경우 지자체의 개입이 가능하다. 부평구청 교통행정과 관계자는 “인천퀴어축제는 부평역 일대 광장에서 열리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구청에서 허가를 내릴 사안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해운대구청은 구남로가 지목상 광장이 아닌 도로이기 때문에 행사장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구청 측은 구남로 광장 일대는 공공성 있는 행사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 구남로 광장은 지난 2017년부터 시민사회단체나 정당 등의 집회 장소로 이용됐다. 2017년 지역 최대 현안 중 하나인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공론화와 관련한 캠페인이 진행되는가 하면 우리공화당(당시 대한애국당)의 창당대회도 열려 500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지난해 7월에는 ‘부산세계마술챔피언십’의 ‘매직 스트리트’ 행사가 열려 하루 2만 5,000여 명 이상의 인파가 구남로 광장을 찾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해운대구청 관계자는 “구남로 광장에서 집회를 여는 것은 말릴 수 없으며 집회 시 광장에 시설물을 설치하는 것에 반대했을 뿐”이라면서도 “축제를 진행할 경우 도로 기능이 마비될 우려가 있어 기획단 측의 요청을 불허했다”고 해명했다. 앞서 구남로 광장에서 펼쳐진 우리공화당(당시 대한애국당) 창당대회나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공론화 관련 캠페인에 대해서는 “도로 점용 허가 요청은 없었다”며 “해당 축제 당시 규정 위반으로 인한 과태료 부과 여부 등은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다.



지난해 해운대구 구남로에서 열린 퀴어축제 모습/연합뉴스


일각에서는 해운대구를 비롯한 부산의 지자체 내 인권 조례를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12년 지방자치단체에 인권기본조례 제정을 권고했으며 지난해 12월 인천광역시를 마지막으로 전국 17개 광역시ㆍ도에 모두 인권조례가 제정됐다. 그러나 지난해 2월 해운대구의회는 인권조례에서 구민의 성적 지향을 존중한다는 내용을 삭제했다. 당시 의회는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인권 증진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에서 기존 ‘제5조(구민의 권리) 구민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 지역, 출신 국가, 출신 민족, 용모 등 신체조건, 병력, 혼인 여부, 정치적 의견 및 성적지향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아니한다’를 삭제하고, 해당 조항을 ‘제5조(구민의 협력) 구민은 스스로가 인권이 존중되는 지역사회를 실현하는 주체라는 점을 인식하여 인권의식의 향상에 노력하고 구가 수행하는 인권시책에 협력하여야 한다’로 교체했다. 이어 수영구의회도 해운대구의회와 거의 비슷한 내용으로 인권조례를 개정했고, 남구에서는 지난해 기독교총연합회가 구청에 인권조례 폐지 청구서를 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부산퀴어문화축제기획단을 비롯한 각종 소수 단체는 “해운대구청의 대응은 명백한 차별 행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기획단은 다음 달 21일 해운대구청의 도로점용 불허 처분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또 성명을 통해 해운대구청의 도로점용 불허 처분에 대한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해운대구청은 축제 참가자와 기획단도 부산의 일원이며 지방정부 차원에서 마땅히 보호해야 할 시민이라는 사실을 외면했다”며 “헌법이 보장한 집회의 자유에 따라 신고 절차를 거친 행사는 안전하게 진행되도록 협조받을 권리가 있다. 도로점용 불허는 혐오 세력의 축제 방해를 방관하는 교묘하고 정치적인 차별 행위”라고 주장했다.

한편 인천퀴어문화축제를 앞두고 부평역 광장에서는 퀴어축제를 반대하는 기독교 선교회가 같은 장소에서 무료급식 행사를 하겠다고 신청하는 등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부평광장을 사랑하는 시민모임’은 20일 인천 부평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평구민의 따뜻한 밥 한 끼보다 동성애자들을 위한 퀴어축제조직위를 우선으로 여긴 차준택 부평구청장을 규탄한다”고 주장했다. 기독교 선교회는 “이달 31일 부평역 북광장에서 무료급식 행사를 하려는 목적으로 광장 사용 허가를 부평구에 신청했으나 부평구는 허가를 내주기 어렵다고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부평구청 관계자는 “경찰로부터 당일 부평역 광장에 대규모 집회가 신고돼 협조를 바란다는 요청이 있었고 이에 따라 이날 다른 집회는 지양할 것을 권유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신현주 인턴기자 apple260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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