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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하윤수 한국교총 회장 "정치 갈등이 大入제도 침범 안돼…'교육법정주의' 회복 절실"

입시 갑자기 흔들면 모두 혼란…정시 확대보다 학종 공정성 높여야

국가교육위 방향 맞지만 선관위처럼 정부통제서 벗어나 중립성 필요

교육당국 자사고 정책은 패착…고교 평준화 아닌 '평둔화' 불러올 것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문제로 대학입시는 물론 교육 전반의 공정성·투명성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습니다. 검찰 수사를 통해 사실을 명확히 규명하고 부정·비리가 있다면 관련자를 엄중히 처벌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조 후보자 사태로 대학입시는 물론 공교육 전반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확산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대입제도 전반에 관한 재검토 지시를 내리는 등 교육이 정치 도구화되는 양상까지 나타나는 상황이다. 정치 싸움에 대입을 목전에 둔 학부모·학생들은 혼란스러울 뿐이다.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교총회관에서 만난 하윤수(사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은 “교육법정주의의 회복이 절실하다”며 “정치 갈등이 교육 문제를 침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담=한영일 사회부장 hanul@sedaily.com





교총 회장 직선제 도입 이후 최초로 연임에 성공한 하 회장은 6월 두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1947년 설립돼 72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교총은 초중고 교사, 대학교수, 교직원 등 12만명에 달하는 회원을 가진 국내 최대의 직능단체다. 재임 직후 그가 맞이한 교육계 갈등은 조 후보자 자녀 문제로 촉발된 대입제도에 대한 입장 차이다. 허위 작성이 의심되는 논문과 표창장을 활용해 대학·대학원에 입학했다는 사실에 분노한 다수의 학부모는 대입에서 수시 비중을 줄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 회장은 “문제 제기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성급한 접근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공론화를 통해 정한 대입제도를 1년도 안 돼 또 흔드는 것은 학교 현장에 혼란만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수능 위주의 정시 비중 증가가 역설적으로 학교 밖 사교육을 쉽게 받을 수 있는 상류층에 유리할 수 있다는 게 하 회장의 진단이다. 그는 “지금 대입제도가 또 바뀌면 변화에 잘 대처할 수 있는 소수 특권층에 유리해져 오히려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며 “정치권에서 야당을 중심으로 논의되는 정시 비중 증가에 교총은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금 시점에 필요한 것은 학생부 전형의 공정성을 높이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 회장은 “학생들의 적성을 존중해 한 줄로 세우지 말자는 차원에서 도입한 수시제도가 현장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다”며 “예외적인 사고가 발생했다고 해서 전면 수정할 것이 아니라 부분적으로 보완해나가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조 후보자 사태를 둘러싸고 최근 대통령은 물론 정치권에서 대입제도와 관련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에 대해 자칫 교육문제가 정치에 휘둘릴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 회장은 “대통령 말 한마디에 떠밀려 공론화를 거친 대입제도가 또 바뀌면 학교 현장의 혼란은 어떡하느냐”며 “미래사회 변화와 인재 육성 방향에 초점을 맞춰야 할 교육제도가 정권에 따라 5년마다 바뀌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 법정주의 문제에 대해 정치권이 가볍게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이슈에 따라 흔들리기 쉬운 대입제도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같은 중요한 교육 사안은 법으로 정하거나 그에 준하는 규칙을 만들어 장기적으로 추진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 법정주의를 높이기 위해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자는 정부의 정책에 동의하지만 각론은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 회장은 “초정권적·초당적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하자는 정책에는 동의한다”면서도 “하지만 현재 여당이 발의한 교육위 설치법은 중립성과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그는 “19명 위원 중 대통령 추천이 5명인 상황에서 정당 추천 8명을 여야 동수로 하면 당연직인 교육부 차관만 감안해도 10명이 친정부 인사로 꾸려진다”며 “학부모·사학 등 교육당사자의 참여를 늘려 균형성과 중립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교육위를 정부로부터 독립된 기구로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가교육위의 법적 지위를 ‘대통령 소속 합의제 행정위원회’로 둬 정부 통제를 받는 중앙행정기구 성격을 갖게 한 것도 문제”라며 “선관위처럼 정부로부터 독립된 기구여야 하고 정책 집행기구가 아닌 중장기 교육정책을 수립하는 합의제 심의·의결기구여야 한다”고 밝혔다.

하 회장은 교육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고교학점제 정책에 대해서도 다양해지는 산업군에 필요한 인재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지지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성화 고등학교나 마이스터고에서도 대입에 맞춘 교과목만 다루다 보니 드론과 같은 미래 산업에 최적화된 교육이 시행되지 않고 있다”며 “고교학점제를 안착시키기 위해 교원 수급, 교실 확충, 교사 1인당 학생 수 감축 등 여건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고교학점제를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평가 부분에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는 “학점제 도입으로 선택 과목이 다양해지더라도 학생들이 대입이나 내신에 유리한 과목만 배울 가능성이 있다”며 “2025년 도입에 연연해 과속 시행하기보다 대입제도 개선과 함께 점진적으로 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인 자사고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와 교육청 등 교육당국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하 회장은 “법원의 자사고 가처분 인용은 교육의 다양성·자율성 훼손에 대한 엄중한 경고”라며 “교육 당국의 자사고 정책은 평준화가 아니라 ‘평둔화(平鈍化)’를 불러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사고는 고교 교육의 다양화에 기여해왔고 이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하 회장은 “정부가 가장 잘 못하고 있는 정책이 바로 자사고 폐지”라며 “일반계고를 다양하게 만들어낼 수 있는 정책을 정부가 못하고 있는데 그 책임을 자사고에 돌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사고 평가 과정에서 불거진 교육부와 지역 교육청의 갈등에 대해서는 교육감 직선제의 폐해라는 주장도 나왔다. 하 회장은 “서울시장이 직선제라고 해서 행정안전부를 무시하고 정책을 추진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직선제 교육감이라 하더라도 국가를 대신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자사고 문제를 빌미로 교육부와 교육청들이 다른 교육 분야에서까지 충돌하면 그 혼란은 고스란히 학생·학부모에게 돌아간다”며 “일방적이고 전면적인 유초중등 교육의 시도 이양은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먼저 자사고 운영 평가 권한을 교육청으로부터 갖고 와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하 회장은 “국회에 교육감이 평가를 통해 자사고를 임의로 지정 취소할 수 없고 중대한 법령 위반행위가 없으면 존치시키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며 “고교체제의 법정주의 확립을 위해 법안이 통과되도록 국회 활동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교대에서 강의를 하고 총장까지 역임한 하 회장은 대학가 이슈인 강사법에 대해서는 재개정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하 회장은 “의도는 좋았지만 성과는 없다는 게 강사법 논란의 핵심”이라며 “지금 방식이라면 대학은 경영 차원에서 접근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재개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정부가 강사법을 제대로 추진할 의사가 있다면 재정 압박과 대학 구조조정을 병행하는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10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등록금 인상 규제와 재정 연계 구조조정 등 제재 위주의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며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제정해 국내총생산(GDP)의 1% 이상으로 대학 지원을 확대하고 등록금 규제를 푸는 등 대학의 재정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내년부터 시행하는 고교 무상교육 정책에 대해서도 강사법처럼 기반이 미약하다고 설명했다. 하 회장은 “고교 무상교육은 기본적으로 공감하지만 정부의 재원 확보 방안이 의심스럽다”며 “재원 마련 대책이 미뤄지면 제2의 누리과정 사태가 재연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밝혔다. 고교 무상교육 정책은 올해 2학기 고등학교 3학년을 시작으로 2021년 고교 전 학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하 회장은 “국고를 추가 확보하든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교부율을 올리든지 안정적 재원 확충방안을 마련하고 국가와 교육청 등의 분담계획도 분명히 해야 한다”며 “고교 무상교육을 한다고 학생 교육 등 교육 본질 예산을 위축시켜 교육의 질 저하를 초래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정보통신기술(ICT)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전문 교원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하 회장은 “현재 ICT 교육은 초등학교에서는 전담교사 없이 담임이 수업을 하고 중학교는 3,000여개 학교에서 컴퓨터 교사 수가 1,000여명에 불과하다”며 “교사 교육을 강화하는 것과 별도로 전문교원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ICT 교육과 관련해 과목을 신설하고 수업 시수와 관련해서도 논의의 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는 “수업시간이 고등학교에서 선택과목으로 설정돼 있는 등 한계가 많다”며 “ICT에 맞는 교실 선진화 지원과 함께 교과 간 수업시수를 조정하는 안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리=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사진=권욱 기자

He is

△1962년 경남 남해 △1986년 경성대 법학과 △1988년 동아대 대학원 법학과 △1994년 동아대 법학박사 △2004년 한국교총 부회장 △2007년 전국국공립대학교 교수연합회 공동대표 △2008년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교육분과 자문위원 △2011년 교육부 규제완화위원회 위원 △2013년 부산교육대학교 총장 △2016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부회장, 제36대 한국교총 회장 △2019년 제37대 한국교총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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