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면책을 통해 은행의 핀테크 투자 확대를 유도하고 있지만 정작 은행은 ‘글쎄’라는 반응이다. 핀테크나 혁신기업에 직접 투자를 했다가 부실이 나면 당국의 제재는 면하더라도 손실은 피할 수 없어서다. 당국의 면책 약속만 믿고 핀테크·혁신기업에 대한 투자나 대출을 갑자기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금융회사가 동산담보대출이나 핀테크 투자와 같은 혁신산업 지원을 했다가 손해를 보더라도 고의·중과실이 아니면 적극 면책하겠다고 강조했다. 현행 금융기관 검사·제재 규정에도 면책 조항이 명시돼 있지만 면책 사유에 혁신금융 과제를 구체적으로 넣겠다는 게 진전된 내용이다. 현장에서는 면책을 확대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기지만 “최소한의 요건일 뿐”이라며 시큰둥한 분위기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유동성이 풍부해) 은행도 성장성과 최소한의 안정성만 검증되면 서로 대출 경쟁을 하는 상황”이라며 “본질은 면책을 해주느냐, 안 해주느냐가 아니라 검증된 (핀테크나 기술) 기업이 있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은행들이 담보 위주의 대출 관행에 익숙해져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실패가 두려워 마냥 몸을 사리는 게 아니라 투자할 기업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면책 카드가 투자 확대의 유인은 되겠지만 은행들이 되레 압박으로 받아들여 혁신금융 실적을 뻥튀기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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