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장관은 학자 시절부터 통제받지 않는 검찰권력을 오랜 기간 연구주제로 삼아왔다. 2005년 논문 ‘현 시기 검찰·경찰 수사권조정의 원칙과 방향’에는 조 장관의 검경 수사권 조정에 관한 신념이 잘 드러난다. 조 장관은 “1945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현재까지 유지되어온 상명하복의 검·경관계는 일제하 친일 조선인 경찰을 기초로 경찰력을 구성해야 했던 (중략) 상황을 기초로 하여 형성되었다”며 “민주화 이후 이러한 검·경관계가 변화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가 계속됐다”고 적었다. ‘검찰공화국’이라고 불리는 검찰의 권력 오·남용 현상이 문제가 됐으나 상명하복적 검·경관계 자체는 전혀 변화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딸이 대입 및 대학원 입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논란에 사퇴 요구가 거셌으나 조 장관은 거듭 자신이 검찰개혁의 적임자임을 강력하게 어필했다. 조 후보자는 취임사를 통해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된 것은 오랫동안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던 법무·검찰 개혁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법무·검찰 개혁은 제가 학자로서 지식인으로서 평생을 소망해왔던 일이고, 민정수석으로 성심을 다해 추진해왔던 과제이자 이 시대가 요구하는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선언한 대로 취임 직후 잇따라 검찰개혁 관련 지시를 내리며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첫 간부회의에서는 검찰개혁을 추진·지원할 법무부 내 조직인 검찰개혁 추진 지원단을 신설했다. 황희석 법무부 인권국장이 단장을 맡아 검찰개혁 관련 업무를 주도하고, 이종근(50·사법연수원 28기) 인천지검 2차장검사가 파견돼 이를 지원한다.
이튿날에는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를 발족하라고 지시했다. 지난 1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한인섭)는 2017년 8월 출범해 1년간 활동하며 △법무부 탈검찰화 △공수처 설치 △검찰과거사위 설치 등 권고안을 냈다. 법무부가 이들 권고를 상당 부분 수용하며 나름의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조 장관은 개혁위에 비법조인의 참여를 확대하고, 지방검찰청 형사부와 공판부 검사도 참여시킨다는 구상이다. 또 개혁위 위원 위촉 시 40세 이하 검사, 비검찰 법무부 공무원, 시민사회 활동가 등 다양한 계층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무엇보다 주목할만한 부분은 검찰에 대한 감찰을 강화하겠다는 기조를 표명했다는 점이다. 조 장관은 “법무부 감찰관실과 대검찰청 감찰본부의 활동을 활성화하고 그 구성을 다양화해야 한다”며 “검사 비리 및 위법사항에 대해서는 더 엄정한 기준을 적용해야 지금까지의 관행과 구태를 혁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 조직에 대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은 임은정 부장검사를 ‘콕 집어’ 검찰 내부의 자정과 개혁을 요구하는 의견을 수렴해 감찰제도를 개선하라고도 했다. 검찰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인 인사·감찰권을 꺼내 들며 몰아붙이기에 들어간 것이다.
전문가들도 검찰개혁에 있어 인사권과 감찰권의 실질화가 핵심이라고 지적한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에서 활동한 김용민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은 법무부의 소속 기관으로서 법무부 장관의 지휘·감독을 받는 기관이나 현행 체제에서는 검사가 잘못한 경우 외부에서 처벌하거나 징계할 방법이 없다”며 “검찰개혁을 위해 신속하게 법무부 감찰권을 실질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 장관이 ‘피의자’로 정식 입건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편에서는 정당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고형곤 부장검사)는 13일 현재 조 장관 및 일가족을 둘러싼 불법 사모펀드 투자, 표창장 위조 등의 혐의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검찰에서 소환조사를 받은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 관계자 등에 따르면 조 장관은 내부 문건에 피의자 신분으로 적시돼 있다. 조 장관은 앞선 국회 기자회견에서 “저는 압수수색을 당하지 않았다”며 자신은 수사대상이 아닐 수 있다고 선을 그었으나 피의자로 입건됐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검찰은 사건 관계자에 대한 신병을 확보하는 한편 추가 압수수색을 감행하며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결코 순탄한 상황은 아니다. 특히 검찰개혁의 핵심과제로 꼽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과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해서는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법안)에 올라간 법안의 본회의 통과가 필수적이다. 청와대가 조 장관의 임명을 강행하며 야당은 장외투쟁과 특검까지 언급하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에도 공수처 설립 법안이 국회에서 폐기되며 때를 놓쳤다는 분석이 주효하다. 조 장관이 야당의 협조를 이끌어내야 하는 이유다. 평검사회의가 전격 개최되며 검찰이 조직적으로 반발했던 참여정부 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주장도 있으나, 조 장관 수사를 둘러싸고 청와대와 검찰이 정면으로 부딪힐 공산도 크다. ‘숙원’으로 남은 검찰개혁, 과연 이번엔 가능할까.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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