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공공건축의 수는 결코 적지 않다. 서구보다 뒤늦게 발전하고 성장했지만 각종 시스템이 구축되면서 건축의 수요가 급격히 늘었다. 지금도 곳곳에 새로운 공공건축이 세워지고 있다. 그동안 성장에 급급해 공급의 개념으로만 지어졌던 공공건축이 수십년 세월이 지나 재건축되거나 신축되고 있다. 그런데 안타까운 점은 우리나라 공공건축의 수명이 서구에 비해 길지 않다는 사실이다. 왜 그런 것일까.
이유는 그동안 우리가 건축이 아닌 건물을 짓기만 했기 때문이다. 건물과 건축에 무슨 차이가 있나 의아해 하겠지만 한마디로 건축은 그 안에 정신이 들어 있는 건물이라 말할 수 있다. 건물은 기능이고 건축은 생활인 것이다.
공공건축은 우리가 매일 접하는 우체국이나 주민센터에서부터 박물관·공항·국회의사당까지 다중이 이용하는 공공시설물이다. 이런 공공건축은 세금으로 지어지는데 여기에 문제가 있다. 아무리 실사구시와 절약이라고는 하지만 당장 쓸 정도의 수준으로만 건물을 짓는다면 머지않아 다시 헐 수밖에 없다.
그리고 또 짓는다면 결코 효율적인 것도, 절약한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의 좋은 공공건축으로 세종문화회관·남산도서관·서울월드컵경기장 등이 있다. 이들은 시간이 지나도 아직 그 가치를 발휘하고 지금도 많은 사람이 사랑하는 건축이다.
건축은 한 국가의 품위와 가치를 상징하곤 한다. 프랑스가 그렇고, 영국·미국은 물론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도 마찬가지다. 특히 최근 중국의 공공건축에 세계의 뜨거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얼빈의 오페라 극장이나 선전의 스타디움은 건축적 가치를 높게 평가받는다. 중국 각 지방은 경쟁이라도 하듯 세계 최고의 건축사들을 초청해 중국의 혼이 듬뿍 담아 미래의 유산이 될 작품들로 공공건축을 짓고 있다.
우리나라도 2020년부터 공공건축 관련법과 제도가 대폭 개선된다. 건축사는 이를 통해 제대로 된 공공건축을 시민에게 선보이길 희망하고 기대하고 있다. 우리 동네에 들어서는 멋진 공공건축이 바로 주민의 자발적 참여와 소통을 통한 지역 활성화 전략이다.
그리고 이것이 정부에서 강조하는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다. 동네 도서관·체육관 등에서 여가를 보낼 수 있는 다양한 공공 프로그램이 개발되고 이를 위한 공간이 건축돼야 한다. 필요하다면 공공의 범위를 법적 의무비율로 제정할 필요도 있다. 현재 교육부와 건축사협회가 진행하고 있는 학교시설 공간혁신 사업이 대표적이다. 지역별로 학생 수가 줄어 점점 비어가는 학교 교실을 미래 교육에 맞게 되살리는 것이다.
공공건축은 민간건축의 길잡이다. 바른 공공건축이 민간건축을 올바르게 안내한다. 예산이 조금 더 들더라도 제대로 공공건축이 진행돼야 한다. 공공건축 관련법과 제도의 개선만으로는 부족하다. 시급히 공공건축특별법이 제정돼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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