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최초의 고속철인 사우디아라비아 하라마인 고속철도 역사에서 대형화재가 발생해 최소 5명이 부상했다. 약 2주 전 국영기업 아람코의 핵심 석유시설이 공격을 받은 데 이어 사우디에 연이어 국가적 ‘악재’가 터진 셈이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낮12시35분께 사우디 서부 항구도시 제다의 하라마인 고속철도 역사에 큰불이 나 고속철도 운행이 일시 중단됐다. 역사 위로 짙은 연기가 솟아올랐고 민방위 요원들이 헬리콥터를 동원해 진화에 나섰다. 사우디 민방위 당국은 이날 오후8시께 트위터에서 화재를 완전히 진압했다고 공지했지만 정확한 화재 원인은 공개하지 않았다.
화재가 발생한 제다역은 완공된 지 1년밖에 안 되는 신축건물이다. 사우디 정부는 지난 2009년 3월부터 73억달러(약 8조7,490억원)를 투자해 지난해 9월 450㎞ 길이에 달하는 중동 첫 고속철인 하라마인 고속철도를 개통했다. 이 철도는 이슬람 성지인 메카·메디나를 관통하는 만큼 매년 성지순례로 전 세계에서 200만여명이 방문하는 데 따른 혼잡을 해결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14일 석유시설 피격으로 사우디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는 가운데 일어난 이번 화재로 국가 핵심시설이 연거푸 타격을 받게 됐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한 곳인 피치는 30일 “원유 생산이 9월 말까지 완전히 복구되더라도 사우디에 대한 추가 공격 가능성이 있다”며 사우디의 장기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한 등급 내리고 등급 전망은 ‘안정적’으로 유지했다고 밝혔다.
한편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석유시설 공격의 배후로 지목된 이란과의 갈등에 대해 군사적 해결보다는 정치적 해결을 선호한다고 29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알리 라비에이 이란 정부 대변인은 30일 기자회견에서 빈 살만 왕세자의 발언에 대해 환영한다며 사우디가 제3국을 통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에게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다만 사우디가 보냈다는 메시지의 내용과 형식·시점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는 않았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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