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경기순환주인 정유·화학·조선업 종목들이 모처럼 웃었다. 3·4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지만, 최근 주가를 떠받칠 만한 재료들이 나타나는데 장기간 이어진 조정에 낮은 밸류에이션(주가 수준)에 대한 매력이 부각되면서 투자심리가 다소 회복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이후 업황 개선이 기대된다면서도 ‘옥석 가리기’는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정유업종 대장주인 SK이노베이션(096770)은 전 거래일보다 3,000원(1.82%) 오른 16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2일 이후 3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3.7% 올랐다. S-OIL도 3거래일 연속 오른 10만500원을 기록했고 GS(078930)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의 지주사인 GS와 현대중공업지주(267250)도 오름세를 보였다. 화학 관련 주식들도 일제히 올랐다. 특히 첨단소재 생산 기업들의 주가가 강세를 보였다. 2차전지 소재 업체인 코스모신소재(005070)(11.56%), 에코프로(086520)(7.47%)를 비롯해 티케이케미칼(104480)(4.68%), OCI(010060)(3.38%), 휴켐스(069260)(2.77%), 한화케미칼(009830)(2.57%) 등 대부분 화학주가 상승세를 보였다. 조선업종에서도 현대미포조선(010620)(6.86%), 동성화인텍(033500)(4.78%), 한국조선해양(009540)(3.28%), 대우조선해양(042660)(2.54%) 등의 주가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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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화학·조선업종은 올 초부터 장기간 조정에 시달렸다. 경기에 민감한 탓에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되면서 8월에는 연중 최저 수준까지 주가 하락을 경험했다. 이후 정유·화학·조선업종은 회복세를 타고 있다. 화학업종은 사우디아라비아 유전 시설에 대한 드론 공격으로 화학업체들의 설비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반사이익을 얻었으며 정유사들도 정제마진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지난달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7.7달러까지 치솟았다가 현재는 6.5달러 안팎에서 유지되고 있다. 한승재 DB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정제마진은 겨울철로 갈수록 반등하는 아시아 정유사의 계절성과 임박한 국제해사기구(IMO) 효과로 상승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동안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시달렸던 조선업종 역시 잇따른 수주에 외형 성장에 대한 기대감과 액화천연가스(LNG)선 발주량 증가 등에 힘입어 주가 상승 폭이 컸다.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앞으로 전망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주가를 떠받칠 호재가 있는 반면 발목을 잡을 악재도 분명한 상황이다. 증권사들은 3·4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를 내비치면서도 정유·화학·조선업종 종목들에 대한 목표주가를 현재와 유지하거나 오히려 올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예컨대 정유업의 경우 오는 2020년부터 선박용 연료 황 함량 상한선을 3.5%에서 0.5%로 강화하는 국제해사기구의 규제인 ‘IMO2020’ 시행과 관련,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 중소정유사인 티폿(Teapot)의 가동률 상승 등으로 인한 공급 증가, 이에 따른 마진 하락은 우려할 점이다. 화학업종은 4·4분기가 전통적인 비수기인데다 국경절 이후 중국발 공급과잉도 예상된다. 이지연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미중 무역분쟁으로 화학업체들의 시황 부진이 계속됐지만 최근 사우디 유전의 생산 차질로 일부 제품 가격이 상승했다”며 “앞으로는 안정적인 이익이 가능하거나 물량 증가를 통해 마진 하락을 상쇄할 수 있는 업체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조선업종은 LNG선 발주 기대는 여전하지만 국내 조선사들의 실적 개선이 더딘 가운데 전반적인 글로벌 발주 물량이 많지 않다는 점은 업황 회복에 다소 부담스러운 부분이라는 분석이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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